[제주군사기지와 동북아평화] 고권일 강정부회장 "국방부 준공검사 소급적용 문제"

해군이 국방·군사시설 관련 법률에 따라 제주해군기지를 건설하고 있지만, 국방·군사시설 관련 법률 자체가 위헌소지가 높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30일 오후 2시 제주도의회 도민의방에서 열린 정책토론회 '제주 군사기지와 동북아 평화를 말한다' 토론자로 나선 고권일 강정마을회 부회장이 이같이 말했다.

고권일 부회장은 “해군이 제주해군기지를 이미 사용하고 있지만, 제주지방항만청과 제주도에 준공 전 사용 신고를 하지 않았다. 항만법에 따르면 누구든지 준공확인증명서를 발급받기 전에는 항만시설공사 또는 신항만건설사업으로 조성·설치된 토지나 시설을 사용할 수 없다”며 “다만, 해양수산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해양수산부장관에게 신고를 한 경우에 사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항만법 제24조 제7조에 따르면 준공 전 항만을 사용하려면 사용신고서 등을 해당 지방해양항만청장에게 제출해야 한다”며 “해군은 제주해군기지가 항만법에 의한 공사가 아니라 ‘국방·군사시설 사업에 관한 법률’ 적용을 받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 부회장은 “하지만, 지난 2012년 개정된 국방·군사시설 관련 법률을 보면 국방부의 권한이 너무 강하다. 사업시행주체(국방부)가 특례에 따라 준공검사 권한까지 가진 것”이라며 “법률 개정 이전 시행된 사업도 소급 적용되기 때문에 위헌소지가 매우 높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방·군사시설 관련 법률에 따르면 ‘허가, 신고, 승인 또는 협의가 완료된 국방·군사시설과 이 법 시행 당시 건축법 해당 규정이 정하는 바에 따라 허가, 신고, 승인, 협의, 통보 등을 완료해야 한다’고 나와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주해군기지 준공검사는 관련부처 및 관련 권한을 가지고 있는 지방자치단체 소관이지만, 인허가 권한의 전권을 국방부장관이 가지고 있다. 제주도의 권한은 인허가권을 상실한 협의권 정도”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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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권일 강정마을 부회장.
고 부회장은 △사업주체인 국방부가 제주해군기지 준공검사 수행 △지방자치단체가 아닌 정부 부처에 너무 많은 권한을 위임 △법이 제정되기 이전에 시행되는 사업임에도 소급 적용되는 점 등을 들어 ‘국방·군사시설 사업에 관한 법률’ 관련 위헌 소송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2009년 강정마을 주민들은 '제주해군기지 건설 계획을 취소해달라'며 국방부장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었다.

1심과 항소심 재판부는 "2009년 최초 사업실시계획 승인처분을 무효로 판단하고 2010년 변경승인만 유효하다"며 원고 일부 승소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실시계획 승인 후 환경영향평가를 했고 제주도지사와 협의를 거쳤다"며 최초승인과 이듬해 변경승인 모두 유효하다는 판결을 내리고 사건을 고법으로 돌려보냈고, 고법이 국방부의 손을 들어주면서 소송은 사실상 일단락됐다.

고 부회장은 “지난 2012년 국방·군사시설사업 실시승인처분 무효 확인 소송 대법원 판결을 보면 대법원은 환경영향평가서가 ‘기본설계’ 승인 전에 제출돼야 한다며 그 이유를 들며 제주해군기지 사업이 합법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대법원이 기본설계를 오해해 판결했다고 생각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사업 추진 단계를 보면 사업계획 승인→기본계획수립→사업실시계획 승인→입찰→시행업체선정→실시계획수립→착공→준공 순이다.

고 부회장은 “제주해군기지의 환경영향평가서는 지난 2009년 10월에 나왔다. 하지만, 해군기지 기본계획수립은 2009년 1월27일에 결정됐다”며 “입찰 과정 시방서에는 ‘기본설계도면’이 포함돼있다. 이미 기본설계가 갖춰졌다는 얘기다. 하지만, 대법원은 제주해군기지 실시계획수립을 실시승인 단계로 보고 판결을 내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기본계획수립 단계에 설계 도면 등이 포함됐기 때문에 기본설계 단계로 봐야 한다. 제주해군기지는 기본설계 단계 이후 환경영향평가가 진행됐기 때문에 위법”이라며 “법조계 조언등을 통해 재의신청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는 강정마을회, 제주 군사기지와 평화의 섬 실현을 위한 범도민 대책위원회, 제주해군기지건설 저지를 위한 전국대책회의가 주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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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해군기지 항공 사진. 해군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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