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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강정효 제주민예총 이사장, 박경훈 전 제주민예총 이사장, 강창화 제주예총 회장. ⓒ제주의소리
박경훈 전 이사장 제안, 강창화 제주예총회장 탐라국 입춘굿 '입춘휘호' 작성

제주 예술계를 양분하는 한국예총제주도연합회(제주예총)와 제주민예총이 손잡았다. 제주민예총이 마련한 입춘굿판 위에서 강창화 제주예총 회장은 정성스레 ‘탐라입춘’(耽羅立春)이라는 휘호를 썼다. 오랜만에 활짝 갠 날씨 만큼 따뜻한 두 단체의 화합에 박수가 쏟아졌다.

2016 병신년 탐라국입춘굿 본행사가 3일부터 4일까지 목관아 일대에서 진행된다. 첫날인 3일은 모처럼 드러난 햇빛에 기온도 올라 이른 오후부터 많은 인원이 목관아를 찾았다.

어린이집 원생들, 삼도2동 민속보존회, 여성타악단 등의 다양한 전통 공연으로 목관아가 오랜만에 활기를 띤운 가운데, 오후 1시 30분 메인 무대에서 펼쳐진 입춘휘호 순서는 백미 중의 백미였다. 

휘호 주인공은 다름 아닌 강창화 현 제주예총 회장. 제주 예술인 단체의 수장이기 앞서 제주를 대표하는 서예가인 강 회장의 등장에 관객들은 두 눈이 커졌다.

강 회장은 제주도서예학회 이사장 겸 대한민국미술대전 서예부문 초대작가이자 심사위원으로도 활약했으며, 중국중경서화원예술고문에 이름을 올릴 만큼 글씨의 깊이를 널리 인정받고 있다.

강 회장의 입춘휘호는 박경훈 전 제주민예총 이사장의 제안으로 성사됐다. 직접 전화를 걸어 입춘굿에 함께해달라는 요청을 했고 강 회장이 수락한 것이다.

휘호 작성에 앞서 박 전 이사장과 화기애애하게 이야기를 나눈 강 회장은 “갑자기 전화가 와서 (글씨를) 써달라고 해서… (수락했다)”라고 웃어보였다.

옆에 있던 박 전 이사장은 “저 무대에서 아무나 입춘휘호를 쓸 수 없다. 강 회장 수준 정도는 돼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며 “도민들이 아시다시피 강 회장은 제주와 국내를 넘어 중국과 일본에서도 실력을 인정받을 만큼 뛰어난 서예가다. 올해 입춘휘호를 맡기게 돼서 영광이다. 앞으로 강 회장 정도의 서예가가 아니면 섭외하지 않고 계속 강 회장에게 부탁할 생각”이라고 호탕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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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춘휘호에 대해 상의하는 강창화 회장(왼쪽)과 박경훈 전 이사장. ⓒ제주의소리

강 회장이 어른 다리 크기 만 한 대붓을 들고 정성스레 글씨를 써내려가자 관객들은 숨을 죽인 채 카메라 셔터를 연신 눌러댔다.

올해 탐라국입춘굿 입춘휘호는 ‘탐라입춘’(耽羅立春)이다. 휘호 옆에는 ‘모관 저자에 춘등을 내걸다’라는 올해 입춘굿 주제가 나란히 적혀졌다.

강 회장은 “다른 지역은 민예총과 예총이 부딪히는 경우도 많은데, 제주처럼 이렇게 함께 하는 경우는 정말 흔치 않다”고 뿌듯한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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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춘휘호로 '탐라입춘'을 쓰고 있는 강창화 회장. ⓒ제주의소리

모든 도민을 위한 탐라국입춘굿이지만 제주민예총이 주관하는 행사에 제주예총의 수장이 참여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반대로 제주예총 행사에 제주민예총이 함께한 경험은 찾기 힘들 만큼 두 단체의 개성은 뚜렷하다. 

강정효 신임 제주민예총 이사장은 취임 당시 제주예총과 함께하는 방안을 다각도로 고민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이번 ‘입춘동행’의 의미는 더 각별하다.

한편 탐라국입춘굿은 3일 오후 6시부터 전야굿이, 4일 오전 10시부터는 입춘본굿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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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창화 회장이 쓴 올해 탐라국입춘굿 입춘휘호 '탐라입춘'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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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창화 회장이 쓴 탐라국입춘굿 주제 '모관 저자에 춘등을 내걸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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