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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공항대란 막자]②LCC 혼란 부채질...제주 연매출 1780억 공항공사, 역할 실종

1월 기록적인 한파로 제주공항은 장장 42시간동안 항공기 이착륙을 금지하는 사상초유의 비상상황을 맞았다. 사흘간 관광객 7만여명의 발이 묶이고 수천여명이 공항에서 노숙하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제주도와 한국관광공사는 대응매뉴얼 부재로 즉각적인 대응에 나서지 못했다. 저비용항공사의 미숙한 대처로 승객들 항의도 잇따랐다. <제주의소리>는 설 연휴를 맞아 항공대란의 교훈과 향후 과제를 세 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주]

32년만의 폭설로 제주공항의 활주로가 42시간동안 폐쇄되는 사태가 빚어졌다. 이어 1월27일과 28일 사이 국내 저비용항공사 홈페이지에는 약속이나 한 듯 사과문이 나란히 올라왔다.

제주공항 폐쇄로 인한 대규모 결항사태에 대해 승객들에게 유감을 표하는 내용이었다. 반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공항 전반을 관리하는 한국공항공사에는 별다른 사과문이 없었다.

항공기 운항이 재개된 1월26일 공항 3층 대합실에는 최대 2만5000여명의 승객이 몰리며 대혼잡을 빚었다. 이는 제주공항 적정수용인원 8600명을 3배 가량 초과한 규모다.

현장에서는 각 항공사별 승객들이 뒤섞이며 수 미터 앞을 나서기도 어려웠다. 공항 직원들과 취재진들도 인파에 떠밀려 관광객을 구분하기도 어려웠다.

저비용항공사(LCC)의 발권시스템은 혼잡을 부채질했다. 예약시간에 따라 자동 수속이 이뤄진 대형 항공사와 달리 저비용항공사는 대기 순서대로 비행기에 오르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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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은 항공기가 결항될 경우 내부규정에 따라 당초 항공기의 예약 순서대로 탑승한다. 순서는 항공사에서 문자메시지로 발송해 발권창구에서 줄서며 대기번호를 받을 필요가 없다.

반면 저비용항공사는 결항시 대기순번을 나눠주고 이 순서에 따라 탑승을 하면서 승객 수천여명이 발권창구에 줄을 서는 모습이 반복됐다. 오락가락 기준은 승객들을 더욱 화나게 했다.

빠른 순번을 받기 위해 승객들이 공항을 떠나지 않으면서 불가피하게 노숙을 택하는 관광객도 많았다. 순서를 정하기 위해 세워둔 카트는 승객의 이동을 막는 등 악순환이 이어졌다.

저비용항공사의 미숙한 예약시스템이 혼란을 부추겼지만 이번 사태의 책임을 저비용항공사에게 전적으로 지도록 하는데 불만의 목소리도 있다.

안전사고가 아닌 천재지변에 의한 승객체류 책임을 대부분 자신들이 떠안았다는 것이 저비용항공사들의 주장이다.

실제 공항의 전반적인 관리는 항공사가 아닌 공항공사의 몫이다. 승객들은 이를 위해 항공료 말고도 1인당 4000원의 여객공항이용료를 추가로 지불한다.

지난해 한국공항공사가 제주공항에서 벌어들인 공항이용료만 국내선과 국제선을 포함해 520억3418만원에 이른다. 이는 2010년 295억4490만원과 비교해 76%나 증가한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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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객공항이용료의 경우 지난해만 413억4950만원으로 전국 14개 지방공항 중 가장 많다. 국내 최대 공항인 김포공항의 공항이용료 328억834만원을 능가한다.

제주에서만 연간 500억원대 사용료 수익을 올리고 있지만 집단 체류사태에 대한 대응은 미숙했다. 음식물 수급이나 난방 공급 등에서는 매끄럽지 못한 일처리로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한국공항공사의 수입은 이 뿐만이 아니다. 제주공항의 2015년도 임대료 수입만 1206억2400만원에 이른다. 이는 2010년 551억6107만원과 비교해 갑절 이상 증가한 것이다.

제주공항 주차장 사용료 수입도 연간 55억362만원에 이르는 등 한국공항공사가 지난해 제주공항에서 벌어들인 수입만 1781억6181만원에 달한다.

국토부 산하인 한국공항공사는 인천공항을 제외한 제주와 김포공항 등 14개 지방 공항을 통합 관리하는 공기업이다. 슬로건의 첫 번째는 ‘편리하고 안전한 최상의 고객서비스’다.

국내 모 항공사 관계자는 “저비용항공사의 예약시스템으로 혼잡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공항 혼잡과 대응의 책임을 저비용항공사에만 전가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저비용항공사는 예약시스템을 보완하고 서비스 확대에 나서야 한다”며 “공항공사 역시 대응 매뉴얼을 체계화하고 고객 서비스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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