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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회장 선출 앞둬 무급 명예직 회장·부회장·감사 유급 정관개정 논란

사단법인 한국예총제주도연합회(제주예총)가 지금까지 무보수 명예직으로 활동하던 회장, 부회장 등 임원들에게 보수나 수당을 지급하도록 정관(운영규정) 개정을 추진 중이다. 원활한 대외 활동을 위해 일정 비용이 필요하다는 취지지만 신임 회장을 선출하는 시기와 맞물려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제주예총은 지난 1월 이사회를 열어 새로운 운영규정 개정안을 논의 끝에 확정지었다. 이 개정안은 2월 17일 열리는 정기총회에서 제주예총 대의원들의 투표로 통과 여부가 결정된다.

개정안 가운데 주목할 부분은 제29조 보수 부분이다. 현재 규정에는 ‘연합회 임원은 명예직으로 하되 사무처 직원은 예산의 범위 안에서 보수를 지급한다’고 정해져있다. 임원은 회장, 부회장, 감사를 포함한다.

개정안은 현재 사무처 직원만을 대상으로 하던 것을 임원에게도 보수를 지급할 수 있도록 했다. ‘임원은 명예직으로 하되 업무처리를 위한 근무 시 예산의 범위 안에서 보수 또는 직무수당을 지급할 수도 있다’는 안이다. 구체적인 보수 금액은 향후 이사회를 통해 결정된다.

무급에서 유급으로 전환하는 시도에 대해 찬반 의견이 맞서고 있다. 지금까지 제주예총 회장은 일종의 활동비로 한 달에 약 20만원의 판공비만을 받았고, 보수나 다른 수당을 받지 않는 무보수·명예직으로 활동해왔다.

제주예총 A이사는 “회장이나 부회장 같은 임원 위치가 되면 만나는 사람도 늘어나고 역할도 많아진다”며 정관 개정에 찬성했다. B이사는 “보수나 수당은 이사회의 심의를 받아야 하기에 마음대로 비용을 사용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개정안에 찬성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반대의견도 있다. 현행처럼 무보수 봉사직으로 지속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C이사는 “예총이라는 연합단체는 예술인 전체를 아우르는 일종의 봉사단체라고 생각한다. 그런 봉사단체를 대표해서 일하는 분들은 보수에 연연하지 않고 제주 문화예술의 발전을 위해 지금처럼 노력하는 것이 바람직 하다고 본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D이사 역시 “제주지역에 형편이 나은 문화예술단체가 사실상 얼마나 되겠냐. 임원이 보수를 받는 것은 부적절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특히 정관 개정 시기가 신임 회장 선출과 맞물려 자칫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17일 열리는 정기총회에서는 규정 개정 처리와 함께 회장, 부회장, 감사 등 임원들도 새로 선출된다. 

무엇보다 현재 사무처 모 직원이 차기 회장에 출마할 것으로 알려져있는데다, 이번 정관 개정까지 주도하고 있다는 비판이 내부에서부터 나오고 있어, 회장 선거를 앞둔 민감한 시기에 임원들에 대한 유급 보수 정관개정 움직임에 곱지 않은 시선이 쏠리고 있다. 

도내 문화계 인사 E씨는 “이대로라면 새로 취임하는 회장을 위해서 정관을 개정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오해를 받기 십상”이라며 “차라리 새 회장이 임기 중에 다음 회장부터 보수를 받을 수 있게 시도한다면 논란이 덜 생기지 않겠냐. 이렇게 무리하게 일을 진행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고 안타깝다”고 강조했다.

중앙 기구격인 한국예총은 정관 상에 '한국예총은 회장, 수석부회장, 감사에게는 예산의 범위 안에서 직무수당을 지급할 수 있다'고 정해놓고 있다. 

다만, 한국예총 산하 각 지회들의 운영 규정을 정해놓은 제1호 '예총연합회(지회) 설립 및 운영규정'에 따르면, 임원은 명예직으로만 활동하도록 돼 있다. 이 때문에 제주예총은 이사회에 앞서 중앙기구인 한국예총 운영 규정 개정 허가를 이미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다른 지역 지회들도 임원이 무보수 명예직인 사례가 다수 확인된다. 광주예총, 인천예총, 세종예총 등은 모두 임원에 대해 보수나 수당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 제주예총과 함께 지역 문화단체의 양대 축 역할을 하고 있는 제주민예총 역시 임원들은 보수 없는 명예직으로 활동한다.

현재 제주예총 회장 선거에는 사무처 직원의 단독 출마가 유력한 상황이다. 제주예총은 2월 11일까지 임원 후보자 등록을 받는다. 17일 선거에서는 회장, 부회장 2명, 감사 2명을 선출한다.

차기 회장 선출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 무급 명예직인 임원(회장·부회장·감사)의 처우를 유급으로 바꾸려는 시도에 대해 제주예총 내부에서까지 문제를 제기하고 있어 정관개정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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