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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공기 결항 소식을 들은 관광객들이 숙소 이동을 포기하고 공항 3층 대합실에서 잠을 청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종합] 50여편 무더기 결항, 관광객 발묶여...원희룡 지사, 이번엔 공항서 직접 지휘

사상 초유의 공항 대란이 발생한 제주공항에서 16일만에 다시 무더기 결항사태가 빚어졌지만 지난 1월 폭설 당시 학습효과 탓인지 큰 혼잡은 발생하지 않았다.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11일 오후 제주공항에 윈드시어와 강풍경보가 잇따라 발효되면서 오후 6시30분 제주발 김포행 제주항공 7C146편이 결항되는 항공기 운항 중단이 속출했다.

오후 9시 기준 제주 기점 항공기 53편이 결항되고 17편은 제주로 향하다 회항했다. 지연 운항중인 항공기도 131편에 이른다. 무더기 결항에 관광객 1만여명의 발이 묶였다.

설 연휴를 맞아 제주를 찾은 관광객들은 항공기 결항 소식에 줄줄이 발길을 돌려야 했다. 한꺼번에 많은 관광객이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택시 승강장에 수십미터의 줄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12일 오전 항공편에 오르기 위해 일부 관광객들은 종이상자를 바닥에 깔고 대기했다. 일부 승객은 대합실 바닥에 누워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숙소를 구하지 못한 80여명의 승객들은 대합실 바닥에서 잠을 청하는 공항 노숙을 선택했다. 관광객들의 집단 노숙은 지난 1월 폭설로 빚어진 공항대란 이후 16일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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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일 제주공항에서 일부 관광객들이 결항소식을 듣자 종이상자를 바닥에 깔고 휴식을 취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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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공기 결항 소식을 들은 한 관광객이 공항 3층 대합실 바닥에 드러누워 시간을 보내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 11일 제주공항에 윈드시어와 강풍경보가 발효되면서 항공기 50여편이 결항되고 17편이 회항하는 등 무더기 지연 사태가 빚어지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지난 8일부터 3박4일 일정으로 제주 관광에 나선 조희제(70.여.경기도 양주)씨는 “여행을 마치고 오후 9시20분 비행기로 떠날 예정이었지만 공항에 오자 결항소식을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가족 5명 중 2명의 짐은 이미 수속을 밟아 항공사에서 보관중”이라며 “짐도 없고 숙소도 구하기도 쉽지 않아 가족들과 공항에서 밤을 지새우기로 했다”고 밝혔다.

마을주민 27명과 단체관광에 나선 백학길(68.대전시)씨는 “대한항공에서 결항에 따른 안내를 약속받아 숙소에서 하루 더 보내기로 했다”며 “체류비가 많아져 걱정”이라고 말했다. 

제주도는 집단체류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승객들을 인근 숙소로 안내하는데 집중했다. 제주관광공사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모포 등을 준비하고 제주도개발공사는 삼다수 2200개를 공수했다.

초기 대처가 미비했던 1월 폭설 사태와 달리 이번에는 각 기관이 즉각적인 대응에 나서면서 큰 혼잡을 막을 수 있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도 이번에는 제주공항을 직접 찾아 현장 상황을 점검했다. 오후 9시20분쯤 갑작스런 도지사 등장에 술 냄새를 풍기며 현장으로 내달린 공무원이 있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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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11일 오후 9시20분쯤 제주공항을 찾아 공항체류객 대비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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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일 제주공항에 윈드시어와 강풍경보가 발효되면서 항공기 50여편이 결항되고 17편이 회항하는 등 무더기 지연 사태가 빚어지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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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공기 결항 소식을 들은 한 관광객들이 택시를 타기 위해 한꺼번에 승강장에 몰리면서 긴 줄이 만들어졌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원 지사는 “관광객들이 공항에서 밤을 지새우는 일이 없도록 숙소 이동을 적극 지원하고 항공사의 협조도 구하라”며 “공항 체류를 선택한 관광객에겐 물품을 지원하라”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김포공항 운영시간 종료에 대비해 24시간 운영하는 인천공항으로 승객들을 실어 날랐다. 저비용항공사에서는 제주항공이 유일하게 임시편을 투입해 승객들을 수송했다.

현재 제주공항에는 순간 최대 15m/s 안팎의 강한 바람이 불고 있다. 주말까지 바람이 강하게 불 것으로 예상돼 12일 항공기 정상화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항공업계는 대기접수가 재개되는 12일 오전 제주공항이 혼잡을 빚을 것으로 보고 있다. 주말 관광객까지 몰리면서 좌석난이 가중돼 이용객들의 불편이 이어질 전망이다.

한국공항공사는 “강풍특보가 내일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있어 정상 운항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며 항공기 이용객들은 공항 이동 전 각 항공사에 운항여부를 미리 확인할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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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일 제주공항에 윈드시어와 강풍경보가 발효되면서 항공기 50여편이 결항되고 17편이 회항하는 등 무더기 지연 사태가 빚어지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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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도개발공사는 이날 삼다수 2200개를 공수해 공항에 체류하는 관광객들에게 무료로 나눠졌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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