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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입학시즌, 부모가 알아야 할 것들

오승주 dajak97@daum.net 2016년 02월 20일 토요일 13:10   0면

[오승주의 어·부·가] (35) 아이들은 초등학교에서 무엇을 배울까?

 인류 역사 속의 성인(聖人)들은 한결같이 어린이는 곧 어른의 거울이라고 가르쳤다. 어린이가 갖고 있는 문제는 대부분 그 부모가 갖고 있는 문제점일 때가 대부분이기 때문. 어른 중심의 세계에서 어린이는 기울어진 운동장에 서있는 불안한 존재이고, 그 가족은 마음의 길을 잃어 방황하기 일쑤다. 지난 2013년 [제주의소리]에 ‘오승주의 책놀이책 Q&A’를 연재했던 오승주 씨가 다시 매주 한차례 ‘오승주의 어·부·가’ 코너를 통해 독자들과 만나기로 했다. 최고(最古)의 고전 <논어>를 통해 어린이와 부모가 함께 부르는 배움의 노래가 될 것이다. 이번 연재코너가 어린이·청소년을 둔 가족들의 마음 길을 내는데 작은 힘이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편집자]  

‘내 아이’가 ‘사회적 아이’가 됩니다

제 아이가 3월이면 초등학교에 입학합니다. 많은 아이들이 두려움과 설렘으로 큰 학교 문으로 들어가겠죠. 하지만 어린이집, 유치원을 거친 아이들이 대부분일 테니 낯설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초등학교 6년은 학교 과정 중에서 가장 긴 시간입니다. 중학교와 고등학교의 두 배나 되고, 대학보다 더 오랜 시간 동안 배우죠. 이 중요한 시간 동안 아이는 무엇을 배우고, 아이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부모님이 이 내용을 알고 있다면 아이와 언제 어떤 이야기를 나눠야 하는지, 어떤 활동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 염두에 두실 수 있을 것입니다. 공자는 부모가 돌아가시면 삼년상(三年喪)을 지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아기가 태어나면 3년 동안은 부모 품에서 보살핌을 받는 게 천하의 법이라는 근거를 댔죠. (『논어』「양화」 편) 만3년이면 우리 나이로는 4~5세입니다. 대부분의 어린이들이 이때부터 어린이집에 들어가니 사회의 첫 발을 떼죠.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는 활동과 놀이를 위주로 하기 때문에 본격적인 ‘공부’를 시작하는 건 초등학교 때부터입니다.

아이들은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순간 가정에서 사회로 활동범위를 넓히는 것입니다. 학년이 거듭될수록 아이들의 시선은 자기 자신, 또는 가정으로부터 세계로 넓어집니다. 초등학교 5학년과 6학년 때 지구와 우주, 별에 대해서 배우고 세계의 문화에 대해서 배우는 건 우연이 아니죠. 아이들은 수학을 왜 공부하는지 자꾸 따지듯 물어봅니다. 수학은 우주의 언어이기 때문에 자신이 살고 있는 세계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를 알려면 반드시 알아야 합니다.

예컨대 주위에 흔하게 볼 수 있는 비석(碑石)을 보면 아래는 네모난 모양이고 위는 둥그렇습니다. 옛 사람들은 하늘은 원 모양이고 땅을 네모 모양이라고 생각했죠. 도형과 연산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초등 과정을 잘 마치고 나면 ‘세계 속의 나’를 탐구하는 게 가능해집니다. 중학교 1학년 때 자유학기제를 하고 진로교육법이 제정될 정도로 진로교육이 강화된 까닭은 세계 속에서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고, 무엇을 하면서 먹고살 것인가 하는 문제를 적절한 시점에 다루기 위해서입니다.

초등학교 고학년만 되면 이미 아이는 성인의 뇌를 가지게 됩니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하드웨어(뇌)만 준비되었을 뿐 여기에 맞는 소프트웨어가 개발되지 않았습니다. 간단히 학교에서 6년 동안 배우게 될 내용을 정리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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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사진. ⓒ제주의소리DB

초등 1학년~6학년, 이런 걸 배워요

3만여 년 전에 한 구석기인이 동굴에 그렸다는 벽화는 동물이 그려져 있습니다. 동물을 사냥하고 싶다, 잡아먹고 싶다 등 다양한 추측이 있었지만 중요한 것은 인간이 머릿속으로 어떤 대상을 추상화한다는 것입니다. 초등학교 때는 추상화와 개념화하는 훈련을 집중적으로 합니다. 이 과정을 통해서 자신이 어디에 존재하는지를 이해하고 존재하기 위해서 최소한 알아야 할 지식을 배웁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집이 아닌 ‘학교’라는 공간에 대해서 배웁니다. 학교의 주변을 살피고, 집의 구조에 대해서도 살펴봅니다. 지금까지 생각하지 못하고 그저 누리기만 했던 ‘집’을 ‘생활’의 관점에서 파악하는 것도 이때입니다. 계절의 변화와 각 계절마다 중요한 일들을 정리하고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것들을 배움으로써 ‘애국’에 대한 감정자극이 생깁니다. 기본적인 덧셈 뺄셈은 100을 넘지 않지만 그 안에서 알아야 하는 것들을 강조하죠.

시계를 보는 것도 그 중 하나입니다. 아이와 시장을 보면서 계산을 해보게 하고 영수증 보면서 물건값을 계산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1학년들은 덧셈을 손가락으로 하는 습관이 많은데, 그것보다는 트럼프 카드를 이용해서 10 만들기와 20만들기 놀이를 하는 게 좋습니다. 예컨대 7을 펼친 후에 10을 만들려면 어떤 카드를 더해야 하는지 궁리하는 식이죠. 10과 20을 만들면서 추상적인 사고가 강해집니다. 문학은 ‘시’가 거의 집중됩니다. 압축적이고 리듬감 있는 시어를 자극하면서 쉽게 문학에 입문하게 만들죠.

2학년 때는 100과 1000의 자리수를 배우며 이에 따라 초, 분, 시, 일, 주일, 개월, 년 등의 큰 시간개념도 압니다. 덧셈과 뺄셈은 수직선을 이용해서 가르쳐주는 게 좋습니다. 수직선 위에서 더하기를 할 때는 오른쪽으로 한 칸씩 이동하고, 빼기를 할 때는 왼쪽으로 한 칸씩 이동하는 식이죠. 덧뺄셈이 시각적으로 펼쳐지기 때문에 이해하기 쉽습니다. 가족과 친척, 이웃, 마을 사람들에 대해서 이해하고 우리나라와 이웃나라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도 합니다.

1학년 때 집과 학교를 오갔다면 2학년 때는 ‘마을’이라는 넓은 공간에서 벌어지는 일과 자신의 역할을 내면화하는 것입니다. 아이와 재활용쓰레기 분류배출을 하면서 쓰레기가 어떻게 처리되고 활용되는지 알아보거나, 재활용되지 않는 쓰레기를 처리하는 비용은 얼마나 되는지 조사해본다면 마을이 돌아가는 일에 대해서 훨씬 자세히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문학 작품도 시와 인형극 등으로 넓어지고 글쓴이의 생각을 이해하고 생각을 말로 표현하기도 합니다.

3학년 때는 본격적으로 사회와 과학 과목을 배웁니다. 발달과정상 부모보다 친구에게 애착이 옮겨가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친구와의 관계 때문에 울고 웃고 난리도 아니죠. 경험상 3학년 때는 ‘자아’가 형성되기 때문에 어른이 시키는 말을 곧이곧대로 따르지는 않습니다. 2학년 때까지는 듣는 시늉이라도 하지만 3학년 때는 대놓고 거부하거나 반박을 하는 건 당당한 존재로 거듭나는 모습이므로 존중을 해줘야 합니다.

자기감정을 알고 상대의 감정을 공감하는 능력도 생기기 때문에 시를 지어 보기도 하고 감정을 담아 극본을 읽는 연습도 합니다. 이야기에서 인물의 마음을 엿보는 공부도 많이 합니다. 수학은 4대 연산의 마지막인 나눗셈을 배우기 시작하는 것도 이 때죠. 아이들이 특히 어려워하는 건 나눗셈입니다. 덧셈은 곱하기와 짝하고, 뺄셈은 나누기와 짝하는 모습을 보여주세요. 예컨대 6÷2=3이라고 할 때 6에서 2를 몇 번 빼야 0이 되는지 살펴보고 “3번”이라는 답을 알 수 있다면 덧셈과 나눗셈의 연관관계를 알 수 있을 것입니다. (6-2-2-2=0)

4학년은 시민으로서 누려야 할 권리와 의무, 그리고 공동체의 문제에 대해서 다룹니다. 촌락의 문제와 도시의 발달 과정, 민주주의와 지방자치, 경제활동과 양성평등 등 고도의 추상적인 개념이 등장하기 시작하는 것도 4학년 때입니다. 3학년에서 4학년 넘어가면서 수학문제도 어려워집니다. 만, 억, 조 단위의 큰 수를 다루고 다각형의 성질과 소수의 덧뺄셈을 배웁니다. 식물을 관찰하고 지구와 달, 물의 상태 변화를 살펴보며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에 대해서 깊이 있고 다양하게 살펴봅니다.

5학년 때는 ‘국가’라는 주제로 넓어집니다. 국토의 모습과 국가경제(정부, 기업, 노동자), 국가정치, 국사를 배우고 공론장에서 자신의 주장을 설득시키기 위한 반박 기술과 토의와 토론을 배우죠. 문학작품을 읽을 때도 글쓴이의 관점과 캐릭터 분석, 서평 쓰기를 하고 광고를 비판적으로 읽는 법을 배웁니다.

입체도형과 합동, 대칭, 그리고 분수, 소수의 곱셈과 나눗셈을 배우는데 자릿수를 정하는 문제를 상당히 어려워합니다. ‘소수’의 개념을 정확히 알고 수가 커지고 작아지는 관계, 1보다 작은 분수나 소수로 나눴을 때 값이 커지는 개념을 이해하기 어려워합니다. 지구와 생태계를 구성하는 온도와 열의 변화, 기초적인 화학 작용, 식물의 구조와 신체 기관을 배웁니다.

6학년 때는 배움의 주제가 ‘세계’로 더욱 넓어집니다. 우리와 가까운 나라에서 세계 여러 지역의 자연환경과 인문환경, 무역과 국가경쟁력, 지속가능한 국토발전을 배웁니다. 국어에서는 여러 가지 글을 쓰기 위한 훈련들을 합니다. 글을 읽고 작가의 생각을 추론하고 비유적 표현과 관용적 표현을 이해하는 깊이 읽기를 합니다. 이야기 구성과 사건 분석, 인물 분석을 하고 면담 준비, 실제 기사문 써보기를 연습하며 실제 글쓰기 준비과정을 합니다.

앞으로는 여러 가지 종류의 글을 잘 써야 하는데,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형식의 글을 깊이 분석해야 합니다. 6학년 때 이런 방법을 잘 다져놓으면 종이 앞에서 괜한 공포감을 갖지 않아도 됩니다. 수학은 입체도형과 원의 겉넓이, 부피와 비례 배분을 집중적으로 배웁니다. <15소년 표류기>라는 작품처럼 무인도에 여러 명의 어린이들이 갇혔다고 상상해보세요. 6학년 때 배운 지식으로 충분히 집을 짓고 배를 만들고, 고향으로 돌아갈 방향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잘 배우기만 한다면. 지구의 자전과 공전, 별의 움직임 관찰, 여러 가지 기체의 압력과 온도에 따른 부피변화 등은 겉으로 배울 때는 실생활과 관련이 없어 보이지만 어떤 상황을 설정해서 빠져나와야 한다면 지금까지 배운 지식으로 위기를 돌파할 수 있을 것입니다.

초등학교 시절 안에 반드시 배워야 할 것들

초등학교 교육과정의 취지를 보면서 국가가 학생을 어떤 사람으로 만들려고 하는지를 추론할 필요가 있습니다. 점점 역사 과목은 늘어나고 역사적 인물에 대한 지식이 많이 요구될 것입니다. 강화된 교육 내용을 자연스럽게 진로 교육과 연결해서 생각해 보세요. 그러니까 역사적 인물과 역사적 사건을 보면서 실패와 성공의 사례를 탐구하고 앞으로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지 설계하도록 유도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국어 과목과 사회 과목에 특히 집중하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문학작품 깊이 읽기를 강조하고 글을 쓴 사람의 의도와 인물들의 감정을 느끼게 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합니다. 공감능력이 핵심이죠. 앞으로 우리 아이들은 ‘사회성’이 더욱 필요해지기 때문에 상대방의 마음을 읽고 효과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는 방법을 국어 활동을 통해서 집중적으로 교육시킵니다.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학교 교육 과정 속에는 ‘사회적’인 내용이 상식 수준으로만 전달되고 있습니다.

공자의 가르침을 따르는 유학자들은 환과고독(鰥寡孤獨), 즉 홀아비와 과부, 고아, 독거노인이라는 사회적 약자를 챙기는 것을 삶의 목표이자 국가 정책의 목표로 삼으라고 강조합니다. 우리 주변에 힘들게 살고 있는 사회적 약자들을 생각하고 그들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는 메시지를 던지는 정도의 수준은 되지 않습니다. 다만 투표권을 가지게 되는 시민으로서 기본적으로 요구되는 정도의 지식을 채워줍니다. 부족한 부분은 가정에서 보충해야 할 것입니다.

제가 공부방에서 무척 공들이며 가르치는 것은 학교 과목이 아닙니다. 신발을 신발장에 두는 습관, 연필과 지우개를 제자리에 두고 썼던 책도 있던 자리에 놓는 습관, 들어오고 나갈 때 인사를 하는 습관, 먹을 것을 사들고 오지 않는 습관 등입니다. 근검절약과 기본적인 예절, 떼가 아닌 의견과 주장을 하도록 하고, 잘못했다면 선생님이라도 바로 사과하는 용기를 가르칩니다.

학교에서 배웠던 것을 복습하듯, 학생이 학교에서 배우면 그것을 자기의 몸에 내면화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공자의 수제자인 안회(顔回)는 ‘박문약례(博文約禮)’ 네 글자로 요약했습니다.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해박한 지식을 더욱 넓혀 지식이 한 몸에 우주처럼 광대해지게 하며, 자신의 배운 지식을 행동거지에 고스란히 새겨 넣어 일상생활에서 실시간으로 표현되게 하는 방법입니다.

안타깝게도 우리 아이들은 교만(驕慢)해지기 쉬운 환경에 노출돼 있습니다. 형제가 많지 않은 데다, 부모님들은 바빠서 방치되기 쉽고, 용돈을 풍족하게 받기 때문에 돈과 물건에 마음을 빼앗기기 일쑤입니다. 제가 배웠던 많은 스승들은 ‘교만’과 평생을 걸고 사투를 벌였습니다. 그것이 바로 예(禮)입니다. 아이 손을 잡고 초등학교 입학식에 참석하실 부모님들은 아이가 이 학교를 떠날 때 어떤 모습이 될지 상상하면서 학교 교육의 목표를 미리 이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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