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제주 관음사 템플스테이, 현대인에 맞는 명상 프로그램 중심 ‘호평’


자연 속 산사에서 절집 생활을 직접 체험해보고 세상과 잠시 떨어져 몸과 마음을 비우는 템플스테이(Templestay). 2000년대 들어 전국 사찰에서 성행하기 시작하면서 현재는 하나의 문화관광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대한불교조계종 제주지역(23교구) 본사인 관음사 역시 지난 2002년부터 템플스테이를 진행해 왔다. 관음사 템플스테이에 변화가 온 것은 올해 초. 상담·명상 심리치유 전문 과정을 익힌 남정스님이 관음사 문화부장에 부임하면서 명상·치유 프로그램을 템플스테이 과정에 적극 도입하기 시작했다. 스스로를 돌아볼 시간이 부족한 현대인에 맞는 명상 프로그램은 휴식과 성찰을 함께 가져다 준다는 호평을 얻고 있다.

10일 오전 6시 30분 새벽 안개가 미처 가시지 않은 관음사 입구에 도착하자 향긋한 숲 내음과 산 까마귀들이 반갑게 기자를 맞아준다. 이른 시간임에도 사찰에는 고요한 생기가 흐른다. 대웅전에 모인 불자들은 정성스럽게 예불을 올리고 있다. 경내에서는 막 아침 공양(식사)을 마친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이 느릿한 걸음으로 여유롭게 포행 중이었다. 넉넉한 품을 지닌 개량한복을 입고 법당 툇마루에 걸터앉은 표정에는 여유 이상의 편안함이 느껴진다. 

IMG_6792.jpg
▲ 고요한 아침 한라산 관음사로 향하는 길. ⓒ제주의소리
IMG_6787.jpg
▲ 한라산 중산간에 위치한 관음사. ⓒ제주의소리
20160710_053104_618.jpg
▲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이 새벽 산책을 마치고 휴식을 취하는 모습. 사진 제공=관음사. ⓒ제주의소리

관음사는 일반인을 비롯해 제주도교육청, 제주 중독예방치유센터, 보호관찰 청소년, 복지관 종사자 등과 연계한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제주도교육청과는 올해 특수분야 연구기관 지정 협약을 체결하면서 교원들이 직무연수 과정으로 템플스테이를 경험할 수 있게 했다. 9일과 10일 이틀 동안 진행된 일정은 교원 직무연수 일환으로 열린 올해 첫 번째 템플스테이다.

이날은 오전 5시 숲길을 걷는 숲명상을 시작으로, 참가자들은 먹기명상(아침식사)을 마친 뒤 오전 7시부터 9시까지 미술치료 과정인 소금만다라에 참여했다.

만다라는 불교의 교리를 추상적인 이미지로 표현한 불화(佛畵)의 일종이다. 참가자들은 자신이 행복한 순간, 혹은 자신이 생각하는 행복을 백색 소금과 파스텔로 종이에 그려 넣었다.

4명이 한 조를 이뤄 원 모양 안에 밑그림을 그린 뒤, 자신이 원하는 색의 파스텔을 소금과 섞어 만다라를 그리는 방식이다. 구름 위로 솟아오른 나무, 커다란 가방에 의미를 알 수 없는 무늬까지 자신만의 '행복 만다라'는 각자의 삶만큼이나 다양한 모습으로 구현됐다.

잔잔한 음악만이 흐르는 암자 안에서 누구의 구애도 받지 않고 각자가 편안한 자세로 소금 한 줌 한 줌을 정성스레 뿌리는 사람들. 잠시 세상과 격리된 채 가슴 속에 간직했던 행복을 만다라로 표현하는데 오로지 매진하고 있다.

IMG_6688.jpg
▲ 자유롭게 소금만다라를 그리는 템플스테이 참가자들. ⓒ제주의소리
IMG_6701.jpg
▲ 소금만다라에 집중하는 참가자들. ⓒ제주의소리
IMG_6708.jpg
▲ 소금만다라에 집중하는 참가자들. ⓒ제주의소리
IMG_6713.jpg
▲ 생일상을 그리는 참가자. ⓒ제주의소리

한시간 넘게 공들여 완성한 소금만다라는 제각기 뚜렷한 개성을 지녔다. 본인만 들여다볼 수 있는 내면의 세계를 형상화했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홀로 걷는 사려니숲길을 행복으로 여겼고, 다른 이는 암 치료를 앞두고 있는 아버지와 내년에도 생일상 앞에서 행복하게 만날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했다. 서로의 만다라를 설명하며 참가자들은 각자가 원하는 행복이 무엇인지 공유했다.

마지막 순서로 만다라는 그린 이들의 손에 의해 하나로 모아져 다시 소금으로 돌아갔다. 형태는 사라졌지만 그 속에 담긴 진심어린 행복 에너지는, 소금이 물과 만나 사라지듯 각자의 가슴으로 스며들었다.

IMG_6743.jpg
▲ 완성된 소금만다라 앞에서 환하게 미소짓는 참가자들. ⓒ제주의소리
IMG_6704.jpg
▲ 이야기 도중에 환하게 미소짓는 템플스테이 참가자들. ⓒ제주의소리
IMG_6745.jpg
▲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이 만든 소금만다라. ⓒ제주의소리

이번 템플스테이에 아내와 함께 참여한 양재훈(40)씨는 “이곳에 와서 편안하고 마음이 고요해진 느낌이다. 다른 것은 생각하지 않고 오직 자신과 대화하니 마음에 휴식을 줄 수 있었다”며 “가족과 부부사이에서도 스스로에게 집중하면서 서로가 평화롭게 마주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만족스러운 소감을 내비쳤다. 

제주도교육청 직무연수 템플스테이는 1박 2일의 과정으로 진행된다. 요가형 108배, 예불, 별빛 따라 걷기 명상, 소금만다라, 감사명상 등 종교적인 색채 대신 명상의 비중이 높다. 실제 천주교 등 다른 종교를 가진 참가자들도 전 과정을 소화했다. 직무연수 뿐만 아니라 참가 대상 유형별로 구성은 조금씩 달라지지만 이런 기조는 변하지 않고 이어진다. 템플스테이 책임자인 남정스님의 의도이기도 하다.

남정스님은 “종교는 마음의 옷일 뿐이다. 이 시간은 불교를 전파하는 계기가 아닌 내 안의 나를 만나는 시간”이라며 “누군가를 가르치는 교사는 정작 자신을 채우는 기회는 쉽게 가지기 어렵다. 일반인 역시 바쁜 일상 속에서 내가 바라는 행복이 무엇인지 스스로를 되돌아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자신을 감싸는 여러 가지 무게를 잠시 벗어놓는 시간이 현대인에게는 필요하다. 짧은 시간이지만 템플스테이를 통해 여러분 마음에 작은 틈이 생기길 바란다. 그 틈은 삶에 생기를 넣어주는 역할을 하리라 믿는다”고 밝혔다.

탬플스테이 문의: 제주 관음사 www.jejugwaneumsa.or.kr
▲ 명상 중인 참가자들. 사진 제공=관음사. ⓒ제주의소리
▲ 서로를 위로하는 과정. 사진 제공=관음사. ⓒ제주의소리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