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성산읍사무소에서 발대식 열려...“비민주적 입지 선정 원점 재검토돼야”

제주 제2공항 예정부지 3개 마을 주민들로 구성된 반대대책위원회가 대규모 발대식을 열고 공식 출범했다. 제주 제2공항 입지 선정이 절차 민주적 절차를 무시했다며 입지 원점 재검토를 촉구하고 나섰다. 앞으로 국회 상경 투쟁 등 적극적인 반대 움직임을 이어갈 계획이다.

제주 제2공항 성산읍 반대대책위원회(이하 반대대책위)는 25일 오전 10시 서귀포시 성산읍사무소에 앞에서 발대식을 열었다. 반대 깃발을 단 트럭들과 머리띠를 동여맨 주민들로 읍사무소 주차장은 가득찼다.

▲ 25일 서귀포시 성산읍사무소 앞에서 열린 제주 제2공항 성산읍 반대대책위원회 발대식. ⓒ 제주의소리

반대대책위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한영길 신산리 비대위원장, 김상근 난산리 비대위원장, 김석범 수산1리 비대위원장이 포문을 열었다.

한영길 위원장은 “탄탄히 수백년 간 쌓아온 공동체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며 “즉시 재용역을 실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상근 비대위원장은 “엉터리 용역과 밀실행정으로 힘 없는 성산주민들의 모든 걸 다 가져가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고, 김석범 비대위원장은 “아무리 국가 시책이라지만 일방적으로, 국가 맘대로 할 수는 없다”고 꼬집었다.

자체적으로 반대대책위를 꾸리고 별도 대응 중인 온평리 반대대책위도 이 날 모습을 드러냈다. 송대수 온평리 반대대책위 기획위원장은 “지금은 1970년대가 아니다. 민주주의 시대”라며 “당사자의 땅을 가져가면서도 사전에 논의를 하지 않았는게 말이되느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온평리가 다른 3개 마을과 별개로 움직이는 데 대한 여론을 의식한 듯 “온평리가 왜 같이 가지 않느냐는 얘기가 있는데 우리는 땅을 강제수용 당해야 할 위기로, 절박하다. 속도가 필요하다”며 “빠르게 움직이려다보니 같이 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앞으로 같이 할 수 있는 사안에 대해서 같이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IMG_5013.JPG
▲ 25일 서귀포시 성산읍사무소 앞에서 열린 제주 제2공항 성산읍 반대대책위원회 발대식. ⓒ 제주의소리
IMG_5063.JPG
▲ 25일 서귀포시 성산읍사무소 앞에서 열린 제주 제2공항 성산읍 반대대책위원회 발대식. 강원보 집행위원장이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 제주의소리

고용호, 윤춘광 제주도의회의원, 강봉수 제주대 교수, 배기철 제주주민자치연대 고문, 문상빈 제주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도 발대식에 참여해 지지를 보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제주도당 사무처장도 모습을 나타냈다.

문상빈 의장은 “이제 외부세력이 등장했다는 여론을 조성하려는 시도가 있을 것”이라며 “제주도민의 한 사람으로서 제2공항이 필요치 않다는 의견을 피력하는 게 외부세력이냐”고 반문했다. 이어 “남의 땅에 공항을 자기 맘대로 지으려는 이들이야 말로 외부세력이 아니겠냐”고 덧붙였다.

반대대책위 자문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박희수 전 제주도의회 의장과 고희범 전 한겨레신문 사장, 양동윤 제주4.3도민연대 공동대표는 이날 등장하지는 않았지만 반대대책위에게 지지와 연대의 메시지를 전했다.

그 동안 전국 각지를 돌며 1인 시위를 이어오던 김경배 난산리 반대대책위 부위원장은 이날 “사드 배치에 반대해 삭발하고 반대 투쟁을 한 성주 군수처럼 원 지사도 삭발하고 투쟁에 들어가야 한다”며 “아무리 머리가 좋아도 거짓을 진실로는 바꿀 수 없다”고 꼬집었다.

강원보 반대대책위 집행위원장은 성명서를 통해 “이번 입지 선정과정은 지역주민과 상의하지 않고 극비리에 이뤄졌다”며 “일방적으로 입지를 선정했다”고 말했다. 또 “강정 해군기지, 밀양 송전탑, 성주 사드배치, 제2공항 입지 선정의 공통점은 절차를 무시한 폭압적 개발주의에 있다”고 지적했다.

또 안개의 주 발생지역으로 제2공항 예정지 고산이 아닌 표선으로 언급한 점이 데이터 조작이고, 입지 후보 중 대한항공 소유 정석공항이 포함돼 있는데도 대한항공과 밀접한 기관인 한국항공대가 용역을 수행한 것은 이해충돌 방지 원칙을 위배한 점이라고 꼬집었다.

반대대책위는 이날 결의문을 통해 △현 입지선정 원천무효 △예비타당성 조사 즉각 중단 △제2공항 입지 원점 재검토를 촉구했다. 또 반대 운동을 두고 지역이기주의로 여론을 조성하는 세력에 대해서는 단호히 대처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IMG_5083.JPG
▲ 25일 서귀포시 성산읍사무소 앞에서 열린 제주 제2공항 성산읍 반대대책위원회 발대식. ⓒ 제주의소리
IMG_5072.JPG
▲ 25일 서귀포시 성산읍사무소 앞에서 열린 제주 제2공항 성산읍 반대대책위원회 발대식에서 참석 주민들이 결의문을 낭독하고 있다. ⓒ 제주의소리
그 동안 성산읍 신산·난산·수산1리 3개 마을의 협의체로 운영돼왔던 비상대책위원회과 공식 출범하고 총력투쟁을 예고하고, 시민사회에서도 지지의사를 밝히면서 제2공항 입지 선정을 둘러싼 반대 움직임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현재 반대대책위 자문단에는 자문단에는 박희수 전 제주도의회 의장과 이영길 전 제주도 정무부지사, 고희범 전 한겨레신문 사장, 양동윤 제주4.3도민연대 공동대표, 강동언 전 제주대 교수, 김대경 전 계명대 교수, 백승주 고려대 교수, 김영범 대구대 교수, 강봉수 제주대 교수, 서영표 제주대 교수, 허상수 제주사회문제협의회장, 박찬식 서울사는 제주사름 대표, 강성일 관광경영학 박사, 배기철 제주주민자치연대 고문이 이름을 올렸다.

정부는 작년 11월 10일 제주 제주2공항 후보지로 서귀포시 성산읍 2565필지, 586만1000㎡를 발표했다. 해당 부지에는 온평리와 고성리, 수산리, 난산리, 신산리가 포함됐다.

현재 제2공항 건설사업은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진행중인 예비타당성 조사 절차를 밟고 있다. 당초 연말 발표를 계획하고 있지만 이르면 8~9월 발표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국토부는 예비타당성 조사가 끝나면 기본설계 용역과 실시설계 용역을 거쳐 ‘제5차 전국 공항개발 중장기 종합계획(2016~2020년)’을 수립한 뒤 2017년 최종 계획을 고시한다.

제주 제2공항 건설안은 총사업비 4조1000억원을 투입해 성산읍 일대에 길이 3200m, 폭 60m 규모의 활주로를 포함한 신공항을 추가로 건설하는 내용이다.

IMG_4994.JPG
▲ 25일 서귀포시 성산읍사무소 앞에서 열린 제주 제2공항 성산읍 반대대책위원회 발대식. ⓒ 제주의소리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