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국제관악제, 신산공원서 공연 첫 시도...제주시 “추후 야외공연장 적극 검토”

항공기 이·착륙에 따른 잦은 소음으로 제주시 탑동해변공연장이 제주국제관악제 무대로 부적절하다는 <제주의소리> 보도(올해 5월 24일 기사: 2분마다 이·착륙, 세계적 음악가 초청해놓고 국제 결례 될라!, 5월 26일 기사: '야금야금 무단경작' 제주 신산공원, 천연 야외공연장 어때요?)와 관련해 (사)제주국제관악제조직위원회와 제주시가 올해 처음으로 신산공원에서도 관악제 프로그램 일부를 개최키로 해 주목된다. 

천혜의 야외공연장으로서 조건을 갖춘 신산공원이 장기적으로 탑동해변공연장을 대신할 관악 연주의 새로운 명소로 시민들에게 알리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제주도와 (사)제주국제관악제조직위원회(위원장 김왕승)가 공동 주최하는 제21회 제주국제관악제가 8월 8일 서귀포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개막식을 시작으로, 16일까지 제주문예회관 대극장, 탑동해변공연장, 제주학생문화원 대극장, 서귀포 천지연폭포야외공연장, 옛 서귀포관광극장, KBS공개홀 등 공연장을 비롯한 도내 곳곳에서 열린다.

제주국제관악제의 장점 중 하나는 정식 공연장이 아닌 다양한 장소를 찾아가는 ‘우리동네 관악제’ 프로그램이다. 이번 우리동네 관악제 개최 장소 중 하나로 제주시 신산공원이 선정됐다. 10일 오후 5시 공원 내 제주영상위원회 건물 북쪽 산책로에서 미국 뉴스트림색소폰4중주와 스위스 제네바브라스가 멋진 연주를 선보일 계획이다.

비록 일부 프로그램이긴 하지만 제주국제관악제의 신산공원 연주 행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공원 산책로를 무대로 삼았기에 공연 규모는 소박한 수준이지만, 왕벚나무를 비롯해 수풀이 가득한 신산공원 안에서 즐기는 관악 선율은 기대를 모으기에 충분하다.

조직위 역시 이번 공연에 거는 기대가 크다. 최적의 야외공연장 입지로 꼽혀온 신산공원에 대한 실험적 무대이기도 하고, 관악 연주 특성상 주무대를 항공기 소음이 많은 탑동 해변공연장이 아닌 신산공원 등 다른 곳으로의 이전 필요성에 힘을 보탤 수 있기 때문.

제주국제관악제는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탑동해변공연장을 주무대로 이용해왔다. 연주자와 관객 모두 몰입해야 하는 관악 연주 특성은 고사하고, 연주 소리를 삼킬 것 같은 비행기 소음 문제가 해가 갈수록 심각했지만 사실상 대안이 없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현재까지도 이용하고 있다. 

제주국제관악제가 열리는 8월 기준으로, 공연이 진행되는 오후 8시~10시 사이에는 약 2분에 한 대꼴로 비행기가 이·착륙하고 있다. 그러나 뚜렷한 대안이 없다보니 소음을 감수하면서 여전히 무대로 사용 중이다.

1만㎡ 규모의 신산공원 내 녹지 여유 공간은 이런 소음 문제에서 완벽히 해결되고 자연 속 무대라는 우수한 조건 덕에, 오래전부터 음악인을 비롯한 지역 문화예술인들은 신산공원에 야외공연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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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년 8월 제주시 탑동해변공연장에서 개최되는 제주국제관악제가 약 2분마다 1대 꼴로 이착륙하는 제주국제공항 비행기 소음으로 큰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 5월 제주공항으로 착륙하는 비행기가 탑동을 지나는 모습.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더욱이 <제주의소리> 보도를 통해 해당 녹지 여유 공간이 불법으로 경작되고 있는데다, 제주시 역시 대안이 없다는 이유로 관리에 손을 놓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야외공연장 조성 여론은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특히 일부 인사는 고경실 제주시장 취임 이후 신산공원 야외공연장 조성 아이디어와 관련, 고 시장을 비롯한 관계 부서에까지 적극적인 검토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향후 처리결과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와관련 올해 제주국제관악제는 공원 내 산책로를 무대로 삼았지만, 자연 속 야외공연장 조성을 알리는 의미있는 시작이 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관악제 관계자는 “공연 규모는 작고 소박하지만 자연과 어우러지는 느낌이 들도록 공연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제주시민들도 자연 속에서 즐기는 클래식 음악이 어떤 느낌인지 꼭 현장을 찾아 느꼈으면 좋겠다. 신산공원은 야외공연장으로는 정말 보물 같은 장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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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산공원 내 녹지 공간의 모습. 분지처럼 가라앉은 지형에 수풀로 둘러쌓여 있어 천혜의 야외공연장 부지라는 평가를 받지만 현재는 불법 농지로 방치되고 있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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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시가 경작 금지 알림판을 설치했지만 실제 단속이나 제재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사진은 지난 5월 모습.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이와 관련해 강승범 제주시 문화예술과장은 “앞으로 (신산공원) 야외공연장 추진에 있어서 필요한 사항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검토하며 도울 생각”이라고 화답했다.

신산공원서 열리는 제21회 제주국제관악제 공연은 8월 10일 오후 5시 제주영상위원회 건물 북쪽 산책로에서 진행된다.

제21회 제주국제관악제 전체 일정: http://www.jiwef.org/?mcode=02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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