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립미술관, 제주비엔날레 추진 첫 토론회...“제주의 가치 소개하는 대표 미술행사” 

원희룡 제주도정의 대표적인 문화정책 비전인 ‘문화예술의 섬’이 실속없는 연구 용역, 용두사미로 끝난 도민대토론회, 동아시아 문화도시 사업 주관사 선정 논란 등으로 흔들리는 가운데, 대규모 미술행사인 ‘제주비엔날레(biennale)’를 제주섬문화축제와 함께 문화 동력으로 삼자는 의견이 제시됐다.

제주도립미술관은 2일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미술관 회의실에서 제주비엔날레 추진 첫 번째 토론회를 개최했다. 앞서 도립미술관은 지난 10월 전문가 초빙 자문회의를 열고 비엔날레 개최를 위한 조언을 구한 바 있다.

이날 토론회는 김준기 도립미술관장, 김수열 제주도 문화예술위원장, 김수범 탐라미술인협회장, 이창희 제주대 교수, 허민자 도립미술관 운영위원장, 강요배·하석홍 화가, 전종철 미술작가 등이 패널로 참석했으며 미술작가 및 문화예술계 관계자들도 참석해 제주도가 개최할 첫 번째 비엔날레의 모습을 함께 고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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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도립미술관은 2일 제주비엔날레 추진 첫 번째 토론회를 개최했다. ⓒ제주의소리

# 내년 열릴 제주비엔날레 모습은?

토론에 앞서 김준기 관장은 현재까지 구상한 제주비엔날레 계획 초안을 발표했다. 비엔날레는 통상 정기적(2년 이상 주기)으로 열리는 대규모 국제 미술전시를 의미한다. 국내서는 1995년 광주비엔날레가 최초다. 내년부터 시작해 홀수해에 격년제로 진행할 제주비엔날레는 도립미술관을 중심으로 제주종합문화예술센터(원도심), 제주현대미술관(곶자왈), 이호 해변(해양), 모슬포 알뜨르 비행장(역사)에서 각자 성격에 맞게 동시 개최된다. 

제주비엔날레가 추구하는 방향은 ‘제주의 가치’다. 그중에서도 해양 문화를 중심으로 원도심, 동아시아 평화가 더해진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국립수산과학원, 국립해양생물자원관, 국립해양과학관, 국립화학연구원,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제주국제해양과학연구지원센터,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등 다수의 국내 해양 관련 기관·단체와 협업해 다양한 시각에서 해양 문화와 기후변화, 해양오염, 해양생태 등의 관련 분야까지 조명한다는 구상이다. 

원도심의 경우 주민이 참여하는 예술 지역재생을 추구하고, 전쟁의 상흔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모슬포 알뜨르 비행장에서 문화관광부와 함께 동아시아의 평화와 인권을 이야기한다.

이러한 방향을 구현할 비엔날레의 방식은 ▲기획전시 ▲공공예술(도시재생, 역사문화) ▲해양예술 ▲학술컨퍼런스로 분류된다. 100명 안팎의 작가가 참여해 100점 가량의 작품을 선보인다. 예산은 20억 내외로 추산하고 있지만, 제주도가 예산을 ‘0원’ 책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개최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문화정책과, 미술관 등 관련 부서는 예산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김준기 관장은 “2017년 제주비엔날레, 2018년 섬문화축제를 연이어 개최하면서 시각기반과 공연기반 예술이 균형과 조화를 이루는 강력한 문화로드맵을 구상할 수 있다”고 기대를 전했다.

# 기대감 충분, 앞선 타 지역 비엔날레 ‘반면교사’ 필요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예술인들은 제주도가 개최할 비엔날레에 큰 기대감을 걸었다. 도민과 함께하는 대규모 미술행사가 흔치 않았는데 지역 문화계에 상당한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란 기대다. 

허민자 위원장은 “섬문화축제가 비교적 외형적이고 화려한 이미지라면 비엔날레는 조용하지만 잔잔하게 마음을 건들 수 있는 미술축제로 만들어 조화를 이루면 좋겠다”고 밝혔고, 하석홍 화가는 “미술은 예술분야 중에서 가장 대중적으로 활성화되지 않은 분야다. 여러 면에서 잘 준비해 비엔날레 형식의 미술행사를 제주에서 연다면 매우 긍정적이고 고무적”이라고 호평했다.

이창희 교수도 “도민들의 문화향유 기회를 넓히기 위해서는 다양한 미술행사를 자주 개최해야 한다. 제주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대규모 행사는 더욱 효과가 클 것이다. 행사 성격에 따라 관광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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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도립미술관은 2일 제주비엔날레 추진 첫 번째 토론회를 개최했다. ⓒ제주의소리

기대감이 큰 만큼 성공적인 정착을 위한 조언도 이어졌다.

허민자 위원장은 “광주비엔날레를 첫 회부터 5년까지 참여했지만 지나치게 전위적이고 공감하지 못하는 현란한 모습에 그 뒤에는 발길을 끊었다. 제주비엔날레는 도민이 공감할 수 있는 주제를 명확히 해주길 바란다. 더불어 규모에 집착해 졸속으로 진행되지 않도록 차분하게 추진하자”고 당부했다.

전종철 작가는 “한번에 너무 많은 이야기를 소개하려고 하면 비엔날레가 불명확하게 흘러간다. 최신 기술보다는 정신적인 치유에 초점을 맞춘 미술행사도 바람직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강요배 화가는 “외형적인 틀에 집착하지 않고 제주에서 현실적으로 가능한 규모로 시작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국제’, ‘대형’만 생각하면 준비하기 힘들다”며 “전국에서 많은 비엔날레가 열리는데 행사들의 단점을 면밀히 분석하는 과정도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이밖에 ▲도내 레지던시 연계·활용 ▲비엔날레 야외 설치작품을 선별해 반영구 존속 ▲돌문화공원 등 도내 주요 명소 활동 같은 아이디어가 제기됐다. "문화예술의 섬 실현을 위해 원희룡 지사가 도립미술관 역할을 적극적으로 기대한 만큼, 새롭게 탈바꿈할 도립미술관의 시작(비엔날레)가 정상적으로 열리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김준기 관장은 “제주가 지닌 자연, 문화적 가치를 2년에 한 번 국제적인 규모의 미술행사로 세상에 알리는 비엔날레를 문화예술의 섬 제주에 한 발짝 다가가는 중요한 기회로 만들겠다. 자연관광에서 문화예술관광으로 발전하는 계기도 가능하다”고 추진 의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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