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자치부가 '국민의례' 때 순국선열과 호국영령 외 묵념을 금지하는 훈령(국민의례 규정)을 개정한 가운데 제주 4.3단체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제주4.3연구소는 6일 성명을 내고 '4.3묵념 통제, 개정된 국민의례 규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행정자치부는 대통령 훈령 개정으로 올해 1월 1일부터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에 대한 묵념 방법’을 새롭게 추가하고, '행사 주최자는 행사 성격상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순국선열과 호국영령 이외에 묵념 대상자를 임의로 추가할 수 없다'고 명시하는 한편, 이에 따를 것을 지자체에 권고하고 있다. 

이 방침은 그간 관련 행사의 성격에 맞게 이뤄지던 묵념이 국가에 의해 통제되는 것으로, 지자체 공식 행사 때도 이 훈령을 따르도록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4.3연구소는 "묵념 대상을 엄격히 제한하고, 애국가를 사실상 기념곡 수준으로 규격화한 정부의 이와 같은 방침은 어느 시대에도 없던 국민들의 정신과 입을 통제하고자 하는 것으로 판단, 끓어오르는 분노와 황당함을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4.3연구소는 "이른바 전대미문의 국정농단과 대통령 직무가 정지된 이 시점에 또 청산해야할 국가주의적 발상으로 국민을 통제하고 가르치려는 것이 타당한 일인가"라며 "광장에서 역사를 쓰고 있는 뜨거운 촛불 국민의 소리가 아직도 제대로 들리지 않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4.3연구소는 "국가에 의해 정해진 애국가 제창방법과 정해진 부분에 대해서만 묵념을 권고하고, 권장한다니 지금이 어느 시대란 말인가"라며 "국민들의 민의를 읽어낼 줄 모르는 정부의 이러한 시대착오적 행보에 아연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국가폭력에 의해 희생된 4‧3희생자와 유족에 대한 씻을 수 없는 모욕이며, 다시 한 번 제주도민과 유족을 억압하는 행위"라고 규탄했다. 

이어 "4‧3추념식에서 4‧3희생자에 대해 행해지는 묵념은 정부가 인정한 국가 공권력에 의해 희생된 이들에 대해 표하는 산자들의 의무이며, 인간으로서 행해야 할 최소한의 예의이자 엄정한 애도"라며 "4‧3국가추념식에서 ‘잠들지 않는 남도’마저 금지곡으로 해 제주4‧3희생자 유족들과 제주도민들로 부터 강력한 저항을 받고 있는 것을 잊었나"라고 반문했다.

4.3연구소는 "정부가 반 인권적인 행위를 철회하지 않는다면 온 국민이 저항의 촛불을 더 높이 들고 멈추지 않는 투쟁을 할 것"이라며 "정부는 4‧3희생자 묵념을 통제한  개정된 ‘국민의례 규정’을 즉시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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