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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제주시청에서 열린 제12차 촛불집회 현장. 일부 시민들이 5.16도로 명칭을 변경하자는 팻말을 들고 서 있다. 현장에서는 5.16도로 명칭 변경을 위한 서명운동도 이뤄졌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국정농단 사태로 도로명 변경 여론 재부상...신청 요건은 '주소사용 776세대 중 1/5이상 동의'

제12차 촛불집회가 열린 7일 저녁 제주시청 일대에서 5.16도로 명칭 변경을 위한 서명운동이 벌어졌다. 일부 시민들은 5.16도로명을 변경하자는 팻말까지 들고 나왔다.

지난 12월15일에는 제주시 산천단 인근 도로변에 세워진 ‘5.16도로’ 기념비가 누군가에 의해 훼손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기념비에는 빨간색 페인트로 ‘독재자’라는 낙서가 쓰여졌다.

애초 5.16도로는 제주시 남문로터리 칠성로 입구에서 남북을 가로질러 옛 국민은행 서귀포지점까지 이어지는 폭 15m, 왕복 2차선의 도로였다.

문헌과 언론보도에 따르면 1932년에 임도로 개설돼 처음 사람들이 왕래하기 시작했다. 1956년부터는 도로정비가 처음 진행돼 초기 도로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1961년 5.16 군사쿠데타 이후 박정희 대통령에 의해 확장공사가 본격화 됐다. 제주도는 1962년 기공식을 열어 7년만인 1969년 정식 개통했다. 개통 당시 도로명칭은 ‘횡단도로’였다.

반면 개통 전인 1963년을 전후에 5.16도로명비가 이미 세워졌다. 최근 '낙서 테러'를 당한 산천단의 도로명비도 이때 세워진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제주도 공무원이 청와대를 방문해 직접 박정희 대통령 휘호를 받아 바위에 새겼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지만, 정확한 유래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후 횡단도로의 명칭은 반세기 넘게 ‘5.16도로’로 사용되고 있다. 5.16도로는 사용 명칭이며 정식 명칭은 ‘지방도 제1131호선’이다. 지방도 이전에는 ‘국도 제11호선’이었다.

통상 도로명칭은 마을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조정위원회 심의를 거쳐 결정한다. 옛 서부관광도로와 동부관광도로도 이 같은 절차를 거쳐 ‘평화로’와 ‘번영로’ 각각 이름이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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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15일 <제주의소리>가 촬영한 5.15도로 기념비. '독재자'라는 낙서가 쓰여지자 아라동주민센터에서 서둘러 세척 작업에 나섰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2006년 ‘도로명주소 등 표기에 관한 법률’ 제정 후 2009년 ‘도로명주소법’으로 개정되면서 ‘5.16도로’ 명칭도 ‘5.16로’로 변경됐다. 구간도 제주대 사거리~비석 사거리 사이로 줄었다.
 
당시 2009년 도로명을 결정한 제주도 새주소위원회는 ‘5.16로’의 지정 근거로 ‘주민들이 익숙한 기존명칭을 사용했다’는 사유를 내걸었다.

도로명 변경을 위해서는 개정된 현행 도로명주소법 제8조(도로명 부여 등)에 따라 지역주민과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의견을 수렴한 후 도로명주소위원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5.16로의 경우 도로명을 사용하는 지역주민 776세대 중 1/5 이상인 156세대 이상의 동의가 있으면 신청이 가능하다. 다만 일반주택이 아닌 사업장도 신청 자격이 주어진다.

현행 도로명주소법 시행령 제7조의3(도로명의 변경 절차) 1항에는 주소사용자의 5분의 1 이상이 동의하는 경우 주소사용자는 도로명의 변경을 신청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신청이 이뤄지면 제주도는 ‘제주특별자치도 도로명주소에 관한 조례’에 근거한 도로명주소위원회 심의를 거쳐 과반수 동의로 도로명칭을 변경할 수 있다.

5.16도로 명칭은 1998년 김대중 국민의정부가 들어서면서 5.16 군사쿠데타에 대한 재조명 논란이 불거졌고 이 과정에서 명칭 변경 여론이 일었다.

지역사회에도 이 같은 논란이 반복되고 있지만 그때마다 유신시대 잔재를 청산하자는 의견과 익숙한 명칭을 굳이 변경해야 하냐는 논리가 상존해 왔다.

제주도 관계자는 “관련법에 따라 5.16도로 명칭변경은 일반 시민이 아닌 실제 도로명을 사용하는 지역주민들이 신청할 수 있다”며 “신청이 이뤄지면 절차에 따라 도로명주소위원회가 수용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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