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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에도 철새 분비물서 고병원성 ‘확진’...농가 감염 막으면 청정지역 지위 유지

“대책이라고 할 것이 있나 뭐. 날아다니는 새들을 다 잡아둘 수도 없고. 무조건 방역이지. 소독하고 차단하고. 이동 막고. 그거 말고는 대책이 없어”

하늘을 유유히 날아다니는 철새에 농가들의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 해마다 반복되는 AI 공포에 매서운 겨울 추위를 느낄 겨를조차 없는 처지다.

제주에서 가장 큰 산란계 농장을 운영중인 A씨는 국내 양계농가 1세대로 온갖 악조건을 다 경험했지만 고병원성 AI 바이러스 검출 소식에 어김없이 한숨을 내쉬었다.

50년 가까이 산란업계에 종사하며 고품질의 달걀을 생산해 왔지만 AI 공포는 해마다 이어지고 있다. 인근에 위치한 철새도래지가 그 발원지다.

A씨는 “고병원성 확진 소식에 가슴이 무너졌다. 하루 세 번씩 소독을 하는 등 감염차단에 온 힘을 다하고 있다”며 “하루빨리 AI 사태에서 벗어나길 바라는 마음뿐”이라고 전했다.

국립환경과학원은 10일 오후 제주시 구좌읍 하도리 철새도래지 인근 야생조류 배설물에서 확인된 AI 바이러스가 고병원성으로 확진됐다고 제주도에 최종 통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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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새도래지에서 고병원성 AI 바이러스가 검출된 것은 지난 2015년 이후 2년만이다. 당시 구좌읍 하도리와 성산읍 오조리에서 총 4건은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AI는 폐사율 등 바이러스의 병원성 정도에 따라 고병원성과 저병원성으로 구분된다. 이중 고병원성 AI는 전염성과 폐사율이 높아 가축전염병예방법에서 제1종 가축전염병으로 분류된다.

제주도 방역당국은 9일 예찰 검사결과 내륙지방에서 발생하는 것과 같은 유형인 H5N6형 바이러스로 확인되자 이날 밤 10시 구좌읍 가금류 농가에 곧바로 이동제한을 주문했다.

시료 채취가 이뤄진 지점을 중심으로 반경 10km를 야생조수류 예찰지역으로 설정하고, 이 지역에서 사육되는 가금류의 이동을 전면 금지하고 소독도 강화하고 있다.

구좌읍에는 21개 농가에서 57만여마리의 닭과 오리를 사육 중이다. 이중 반경 10km 이내 14개 농가에서는 51만마리를 키우고 있다. 이중 1곳은 오리와 닭을 모두 사육하는 곳이다. 

양계농가의 경우 시료채취일인 5일을 기준으로 7일간인 오는 12일까지, 오리농가는 14일간인 오는 19일까지 가금류의 이동이 전면 금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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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는 혹시모를 감염에 대비해 채취 지역을 중심으로 반경 3㎞ 이내에서 사육 중인 토종닭 농가 1곳의 12마리와 오리농가 1곳 15마리는 11일 새벽 수매해 도태 처리하기로 했다.

오는 13일 이후 닭 사육농가를 대상으로 정밀 임상관찰 해 문제가 없으면 이동 제한을 해제할 예정이다. 오리는 20일부터 분변과 혈청검사를 해 문제가 없을 때 제한을 해제한다.

제주에서는 2014년과 2015년에도 연이어 철새에서 5건의 고병원성 AI가 검출됐지만 방역 강화와 이동통제로 농장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아낸 바 있다.

올해도 농가로의 감염을 막으면 우려했던 AI사태를 극복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축산당국의 체계적인 방역 활동과 농가들의 방역수칙 준수, 자발적인 협조다.

2016년 11월 이후에는 농가 내 감염은 물론 야생조류에서도 AI가 발견되지 않아 ‘AI 청정지’로서의 위상을 지켜왔다. 농가 감염이 없어 현재도 이 지위는 유지되고 있다.

제주도는 “가금사육 농가에서는 철새도래지 출입을 금지하고 야생조류 접촉을 차단해야 한다”며 “농가는 물론 관광객과 시민들도 철새도래지와 농장 방문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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