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돈장측 “돈 요구한적 없어, 피해만 봤다” 소송 준비...환경자원순환센터 착공 ‘난항’ 불가피

“내가 100억원을 요구했다는 소문까지 나돌던데. 돈 요구한 적 없습니다. 가만있는 나를 도마에 올려서 난도질까지 하고 있어요. 이젠 양돈장 이전 안합니다. 소송 준비 하겠어요”

2일 오전 제주시 구좌읍 동복리 승광농장 앞에서 오동훈 대표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같은 시간 농장에서 서쪽으로 1km 떨어진 공사 현장에서는 마을 주민들의 단체 행동이 벌어졌다.

쓰레기 대란을 해결하기 위한 제주환경자원순환센터 착공을 막으려는 조치였다. 주민들이 든 현수막에는 ‘돈사 이전을 선행한후 환경자원순환센터를 공사하라’는 내용이 쓰여있었다.

오 대표는 이곳에서 10년 넘게 양돈사업을 했다. 1만4800㎡ 부지에 건물 5400㎡, 돈사 3300㎡ 규모로 현재 200여마리의 돼지를 사육하고 있다.

평화롭던 양돈장은 2014년 4월부터 시끄러워졌다. 당시 구좌읍 동복리 주민들이 제주환경자원순환센터 건설에 동의하는 조건으로 쓴 ‘지역주민지원 협약서’가 발단이었다.

당시 협약서 제6조(주민 지원사업의 종류) 3항에는 ‘협약과 동시에 동복리 1230외 4필지에 위치하고 있는 양돈장 등 악취유발 시설의 이설을 추진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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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환경자원순환센터 공사 지연의 당사자로 지목된 오동훈 승광농장 대표가 억울함을 호소하며 자신의 양돈장을 가리키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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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도와 마을주민간 양자 협약으로 이설이 추진된 제주시 구좌읍 동복리의 승광농장 모습. 양돈장측은 이설 계획에 따른 시설피해 등에 대해 제주도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준비중이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2015년 5월7일 시행한다는 부칙을 달고 민선5기 우근민 제주도지사와 당시 김상오 제주시장, 정동면 구좌읍 동복리장 3자가 서명했다.

동복리에 기피시설인 매립·소각장(환경자원순환센터)을 유치하는 대신 마을에 유일하게 운영중인 양돈장을 다른 곳으로 이전해 달라는 주민들의 요구를 당국이 수용한 것이다.

정작 당사자의 동의없이 사유시설에 대한 이전을 양측이 협의하면서 책임 논란이 불거졌다. 반면 오 대표는 쓰레기 현안 해결과 마을주민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이전에 협조하기로 했다.

오 대표는 “(양측이)양돈장 이설을 요구하자 이 곳은 주민들에게 농업회사법인을 만들어 열대과일을 기르게 하고, 나는 새로운 부지를 매입해 양돈 시설을 옮길 생각을 갖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후 대체 부지를 마련하지 못하면서 불거졌다. 양돈장 이전에 동의하는 마을이 나타나지 않았다. 가축분뇨 관리조례까지 개정되면서 취락지구 신축이전도 어려워졌다.

결국 제주도는 마을에서 떨어진 제주환경자원순환센터 인근에 양돈장을 옮기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이마저 주민들의 동의를 얻지 못하면서 벽에 부딪혔다.

그 사이 양돈장 이설에 대비해 돈사 보수와 보조금 지원사업 신청을 하지 않았던 오씨는 고스란히 피해를 떠안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해 태풍 차바로 시설피해까지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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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시 구좌읍 동복리 주민들이 2일 오전 제주환경자원순환센터 공사 현장 진입로를 가로막고 "양돈장 이설 약속을 선행하라"며 착공에 반발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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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시 구좌읍 동복리 주민들이 2일 오전 제주환경자원순환센터 공사 현장 진입로를 가로막고 "양돈장 이설 약속을 선행하라"며 착공에 반발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오 대표는 “이전 계획만을 믿고 부지 매입비를 마련하며 더 이상의 시설 투자도 하지 않았다”며 “그 사이 제때 수리가 이뤄지지 않아 막대한 비용 지출만 발생하게 됐다”고 토로했다.

이어 “이 과정에서 제주도에 돈을 요구한 적도 없고 특정 땅을 바라지도 않았다”며 “내가 100억원을 요구했다는 등 허위사실로 도마에 올려 난도질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오 대표는 또 “2015년 당시 (도청)모 국장은 보조사업을 통한 이전 계획까지 약속했다”며 “이제와서 책임을 농가에 전가하는데 참을 수 없다. 지금까지 피해에 대해 제주도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동복리 주민들은 양돈장 이설 없이는 제주환경자원순환센터 공사를 할 수 없다며 덤프트럭까지 동원해 이날 착공을 저지했다. 

제주도는 마을과의 협의를 거쳐 다시 착공에 나선다는 계획이지만, 양돈장이 이전 불가와 소송까지 검토하면서 사업추진에 난항이 예상된다.

환경자원순환센터는 쓰레기 대란을 해결하기 위해 제주시 구좌읍 동복리 산56-34번지 일원 26만7095㎡ 부지에 매립(21만299㎡)과 소각(4만7227㎡) 시설을 짓는 사업이다.

국비 878억원과 지방비 1156억원 등 총사업비 2034억원을 들여 당초 2016년 11월 착공 예정이었지만 양돈장 이설 등의 문제로 착공이 계속 지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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