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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정부의 한국 여행금지 명령이 내려진 15일 제주국제공항 국제선 대합실이 한산한 모습이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현장] 中 한국관광 금지 첫날 내국인 렌터카만 북적...항공기-크루즈 줄줄이 운항 취소

중국 정부의 한국관광 상품 판매 금지령 첫날인 15일. 오전 11시5분 제주국제공항 1층 국제선 입국장에서 한참을 기다렸지만 중국인 관광객은 보이지 않았다.

당초 이날 오전 11시5분 중국 K항공이 승객 150여명을 태우고 중국 상하이 푸동공항을 출발해 제주로 향할 예정이었지만 항공편은 돌연 취소됐다.

이 항공사는 국내 지점을 통해 15일부터 25일까지 제주도착 항공편 20여편의 운항을 전면 취소한다고 통보했다.

해당 지점 관계자는 “사드 사태의 여파로 어쩔 수 없이 항공기 운항 중단이 결정된 것으로 안다”며 “예약 고객에 대해서는 본사차원에서 환불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보복이 한층 강화되면서 제주 관광업계에도 피해가 본격화 되고 있다. 호황을 맞은 중국 ‘소비자의 날’에 관광업계는 초긴장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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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일 오전 11시5분 중국 K항공이 승객 150여명을 태우고 중국 상하이 푸동공항을 출발해 제주로 향할 예정이었지만 항공편은 돌연 취소됐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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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정부의 한국 여행금지 명령이 내려진 15일 제주국제공항 국제선 출국장이 한산한 모습이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한국관광 상품 판매 금지령이 내려지면서 첫날인 제주공항에는 항공기 운항 중단이 속출했다. 중국 춘추항공과 길상항공, 남방항공 등이 줄줄이 전세기와 부정기편 운항을 중단했다.

실제 14일 중국 23개 도시를 오가는 항공편 162편 중 정상운항은 61편에 불과했다. 나머지 92편은 운항 중단 또는 감편에 나섰다. 15일부터 운항 중단이 더 늘어날 전망이다.

중국 여행업계 관계자는 “전세기는 물론 부정기편까지 운항을 중단하면 관광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이미 상당수 항공사가 운항 중단에 나설 수밖에 없는 분위기”라고 밝혔다.

중국발 항공기가 줄면서 국제선 출국장과 입국장도 다소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국제선 대합실 편의점 관계자는 “며칠 사이 중국인 손님이 절반가량 줄었다”고 설명했다.

바닷길도 마찬가지다. 3월16일 기점으로 제주 운항을 취소하고 기항지를 일본으로 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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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정부의 한국 여행금지 명령이 내려진 15일 제주시 용두암을 찾은 중국인이 크게줄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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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정부의 한국 여행금지 명령이 내려진 15일 중국인이 많이 찾는 제주시 용두암에는 중국인보다 내국인이 더 많았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쓰레기 하선 논란이 일었던 코스타 선사의 세레나호(COSTA SERENA.11만4000t)와 아틀란티카호(COSTA ATLANTICA. 8만5000t), 포추나(COSTA FORTUNA.10만2669t)는 6월30일까지 제주 운항을 전면 취소했다.

7만1545t급 대형 크루즈선인 스카이씨 골든 에라(Skysea Golden Era)DHK MSC리리카(MSC LIRICA. 6만5591t)의 경우 연말까지 제주항은 물론 7월1일부터 개항하는 강정항 크루즈터미널의 운항 까지 하지 않기로 했다.

차이니즈 타이산(CHINESE TAISHAN.2만4427t) 크루즈선은 4월3일부터 8월31일까지 제주 운항을 취소하는 등 6개 크루즈가 191차례 제주기항을 포기했다.

중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관광지와 상가도 첫날 분위기가 어수선했다. 주차장을 가득 채워야할 대형버스는 자취를 감췄고 상인들의 볼멘소리가 이어졌다.

제주시 용두암의 경우 중국인 보다 내국인 관광객이 더 많았다. 중국인을 태운 전세버스는 단 2대에 불과했고 ‘허’, ‘하’자의 렌터카들이 밀려들어 버스주차선까지 주차를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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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정부의 한국 여행금지 명령이 내려진 15일 제주시 용두암 주차장에 전세버스 대신 렌터카들이 즐비해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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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정부의 한국 여행금지 명령이 내려진 15일 제주시 용두암 주차장에 중국인을 태운 전세버스가 크게 줄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용두암에서 분식 등을 판매하는 한 상인은 “얼마전부터 중국인 관광객이 크게 줄었다”며 “크루즈 관광객을 태운 버스들도 자취를 감추면서 단체 관광객을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지역 대표상권인 지하상가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대형버스 13대가 정차할 수 있는 관덕정 옆 공영주차장에는 단 1대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주차장 관계자는 “지난달만 해도 버스가 가득 차서 순서를 기다리며 순환을 시켰다”며 “최근에는 버스 자체가 잘 들어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지하상가로 내려가자 상인들의 푸념이 이어졌다. 한 화장품 가게 주인은 “사드 사태가 터진 이후 중국인 손님이 대폭 줄었다. 가게에 들어오더라도 구매를 꺼리는 일이 많다”고 밝혔다.

실제 제주도가 집계한 14일자 중국인 방문객은 1057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947명과 비교해 4분의 1 수준으로 곤두박질쳤다. 직항의 경우 2720명에서 572명으로 급감했다.

제주도는 중국정부의 한국관광 금지령에 대응하기 위해 항공사와 크루즈선사, 여행사의 동향을 파악하는 등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마련에 집중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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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일 제주시 중앙지하상가가 한산한 모습이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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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시 연동의 한 호텔에는 중국인 관광객 감소에 대비해 업계 스스로 변화해야 한다는 취지의 현수막이 내걸렸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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