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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대 인문 교수들 "대학은 성과지표에서 벗어나야"

이동건 기자 dg@jejusori.net 2017년 07월 20일 목요일 13:59   0면
제주대학교 인문대학 교수들이 ‘대학의 회복’을 촉구하고 나섰다.

‘대학의 회복을 바라는 제주대학교 인문대학 교수’ 소속 20명은 20일 성명을 내고 “비정상적인 평가와 관리, 결과에 따른 처우를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대학은 창의적인 인재를 양성하고, 미래가치를 만드는 공간이다. 기존의 관행과 규칙, 사고를 넘어 새로운 지식담론을 생산해야 한다. 즉, 주어진 틀에서 벗어나 상상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곳”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당시에는 웃음거리였던 과학적 발견들은 오늘의 우리를 있게 했다. 권력과 재력이 사회를 지배할 때 대학은 힘에 맞서는 사람들을 옹호했다. 하지만, 대학이 점점 과거로 퇴행하고 있다. 최적화된 직무능력을 갖춘 인력 산출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인문대 교수들은 “특별한 역량을 가진 지식인을 길러내는 학문적 공동체를 나태하고, 권위적이라고 가정하는 이들이 대학을 붕괴시킨다. 연구역량 강화와 교육지표 개선이라는 명분으로 교육이 획일적으로 평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질을 강조하지만, 양에 집착하는 모순이다. 계량화된 평가는 교육의 밑동을 잘라내고 있다. 깊은 통찰과 치열한 고민, 폭넓은 배려가 비효율적인 것으로 취급되고 있다”며 “정부는 대학 구조조정과 고등교육 재정지원 등 정책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대학은 재정 지원사업 등을 핑계로 추진·시행되는 성과지표 개선 방안을 벗어나야 한다. 대학 구성원들은 비정상적인 평가와 관리·결과에 따른 처우에 반대하고, 학문공동체 활성화에 참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다음은 성명서 전문.

우리는 왜 대학의 회복을 바라는가!


대학이 ‘무엇’인가! 
창의적인 인재를 양성하는 미래가치를 만들어 가는 공간이다. 대학에서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먼 곳을 내다보면서 기존의 관행과 규칙, 사고틀을 넘어 새로운 지식담론을 생산하기 때문이다. 지식담론이란 주어진 틀을 벗어나 상상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대학에서 배우고 길러진 사람들은 이 특별한 능력을 갖춤으로써 자신의 지식을 현실에 적용하면서도 스스로를 비판적으로 성찰할 수 있다.

대학이 ‘왜’ 있어야 하는가! 
진실에 호응하는 건강한 비판정신의 화수분이기 때문이다. 당대 웃음거리로 취급되었던 수많은 과학적 발견은 대학이 있었으므로 ‘오늘의 우리’를 있게 한 기술적 발전의 토대가 될 수 있었다. 대학은 권력과 재력이 사회를 지배할 때에 그에 맞서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호응했다. 심지어 기득권층을 지탱하는 권력 장치의 일부로 작동하여 대학 안에 권력을 탐하는 가짜 지식인이 가득했을 때조차도, 대학이 가지는 비판 정신이 사회의 진보와 공명했던 까닭은 여기에 있다.

대학은 ‘어떠해야’ 하는가! 
현실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미래를 상상하는 것은 고립된 개인이 해내기 어려운 일이다. 지식담론을 생산하고, 특별한 역량을 갖춘 사람을 길러내면서, 대학에는 학문적 공동체들이 생겨난다. 때때로 이들은 현학적이고, 자기 과시적이며, 배타적이라고 서로를 비판한다. 하지만 사소한 개념 하나에서도 논쟁을 벌이고 비판하면서 소통하고 반성하는 학문적 토론이 허용되지 않으면 대학은 한순간도 지탱할 수 없다.

‘누가’ 대학을 붕괴시키는가! 
대한민국 고등교육의 산실인 대학은 점점 과거로 퇴행하고 있다. 그것은 대학이 기술기능을 생산하고, 최적화된 직무능력을 갖춘 인력을 산출해내는 데만 집중하면서 학문적 공동체가 무너지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의 대학 붕괴는 내적 모순에서 비롯된 것만은 아니다. 특별한 역량을 가진 지식인을 길러내는 학문적 공동체를 나태하고, 권위적이며, 비양심적이라고 ‘가정’하는 이들과 그에 동조하는 사이비들이 대학을 붕괴시킨다.

대학은 ‘어디서’ 붕괴되고 있는가! 
‘연구역량 강화’라는 이름으로 연구자를, ‘교육지표 개선’이라는 명분하에 교육자를 획일적으로 평가하고, 효율화하겠다는 위험한 논리로 대학은 무너져간다. 관리는 ‘질(質)’을 내세우지만, 정작 평가는 ‘양(量)’에 집착하는 모순을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계량화된 평가는 교육의 밑동부터 잘라내고 있다. ‘깊은 통찰과 치열한 고민, 폭넓은 배려’는 ‘즉각적인 반응과 안일한 대책, 속 좁은 편견’보다 비효율적인 것으로 취급되고 있다.

대학은 ‘언제’ 회복될 것인가! 
우리는 지금 낡은 권위주의가 시장의 원리와 결합해서 생겨난 괴물을 앞에 두고 있다. 퇴행을 개혁이라고 주장하는 것이 드라마가 아닌 현실에서 경험될 때 우리는 존재의 심연에 닿는다. 불만을 내뱉으면서도 저항하지 않는 자루 속의 감자처럼 스스로를 취급하는 한 이 심연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우리는 잘 안다. 그러므로 거짓과 계략에 의해 닫아걸게 된 연구실의 문을 열고 다음과 같이 ‘대학의 회복’을 요구한다.

첫째, 정부와 교육당국은 학령인구 감소 등 교육환경의 변화를 구실로 한 일체의 대학 구조조정과 고등교육 재정지원 등의 관련 정책을 즉각 중단하고 현장인 대학의 소리에 귀 기울여 원점에서부터 다시 검토하라!

둘째, 대학은 정부와 교육당국의 구조개혁 평가 및 대학재정 지원사업 등을 핑계로 추진 및 시행 중인 일체의 비민주적이고 부도덕한 성과지표 개선 방안으로부터 벗어나 스스로의 정체성과 품위를 당당히 회복하라!

셋째, 대학구성원은 그동안 정부와 교육당국, 대학본부에 의해 강제된 일체의 비정상적 평가와 관리 및 결과에 따른 처우에 반대하고, 이러한 퇴행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학문공동체의 활성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라!


2017년 7월 20일

대학의 회복을 바라는 제주대학교 인문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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