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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지화 되돌릴 수 없지만 ‘속도’ 문제는 대안 찾아야”

김태연 기자 imty@jejusori.net 2017년 07월 27일 목요일 09:20   0면

[제주비엔날레-탐라순담(耽羅巡談)] (1) 강성일 관광학 박사

제주비엔날레 2017 프로그램 중 하나인 ‘탐라순담’은 탐라 천년의 땅인 제주도의 여러 인물들과 함께 토크쇼·집담회·좌담회·잡담회·세미나·콜로키움·거리 발언 등 다종다양으로 제주의 현안과 의제에 대해 이야기(談)를 나누는 자리입니다. 누구나 주인공이자 손님이 될 수 있습니다.

오는 12월 31일까지 약 50회에 걸쳐 ‘제주 하간듸’(많은 곳)서 ‘제주 사름’(사람)이 ‘제주를 곧는’(말하는) 탐라순담이 열립니다. 제주 사회를 이루고 있는 각계각층의 인물들의 여러 담론 속에서 제주의 가치, 제주의 현안을 길어 올리고 사회적 예술로 대안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탐라순담[耽羅巡談] 첫 번째 순서는 지난 26일 오후2시 제주참여환경연대 카페 자람에서 강성일 박사(관광학)가  ‘환상적 여행, 여행의 환상’을 주제로 이야기에 나섰다.

제주참여환경연대가 지난 2013년부터 진행해온 휴먼라이브러리의 일환이기도 하다. 

이날 탐라순담에서 강 박사는 공정여행가의 시각에서 보는 제주관광과 여행, 그래고 여행에 대한 다른 시선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갔다. 박유라 참여환경연대 정책팀장이 사회를 맡고, 홍영철 참여환경연대 대표와 최문길, 김홍구 회원, 김준기 제주도립미술관장이 둘러앉았다.

제주에서 나고 자란 강 박사는 제주공정여행지기이자 트래블 노마드로 활동하고 있다. 제주대학교에 출강하고 있으며 인화로협동조합의 마을연구소 인화로 소장을 맡고 있다.

강 박사가 관광과 여행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20대에 태국에 머물며 패키지 관광의 현실을 알게 되면서다. 제주에 돌아와 공부를 시작하면서 공정여행과 생태여행에 눈을 떴다. 그럼에도 그는 생태여행이 패키지 관광의 대안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이것도 주류가 된다면 또 다른 문제를 낳을 것이기 때문이다.

관광은 산업혁명 이후 출현한 자본주의와 맥을 같이 해 왔다. 250년이 넘도록 관광은 독립적인 영역이 아니라 경제, 노동, 환경, 정치, 문화예술 등 다양한 분야와 혼재돼 왔기에 관광지화 되면서 벌어지는 각종 문제들은 관광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세계적인 화두로 떠오른 오버 투어리즘(과잉관광)이나 투어리스피케이션(관광지화 되면서 지역주민이 밀려나는 현상)도 마찬가지다. 
 
제주는 어떨까? 관광 산업의 양적 팽창과 더불어 교통체증과 오·폐수, 쓰레기 처리 등 전에 겪어본 적 없는 불편들이 일상을 잠식하고 있다. 환경 총량이나 입도세 등의 논의가 심심치않게 벌어져 오고 있지만, 강 박사는 이미 제어할 수 없으니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적 성장이냐, 질적 성장이냐’, 혹은 ‘막을 수 있냐, 없냐’가 아니라 속도를 어떻게 할 것이냐를 봐야 하는 시점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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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비엔날레-탐라순담(耽羅巡談) 첫 번째 이야기꾼으로 강성일 박사(관광학)가 나섰다. ⓒ제주의소리

박유라 : 어떻게 관광/여행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하게 됐나?

강성일 : 고등학교 때까지 제주에서 컸고, 결정적으로 대학 졸업하면서 27~29세까지 태국에 머물렀다. 패키지관광으로 태국이 망가지는 모습과 우리나라 패키지 관광의 문제점에 대해 깨달으면서 고민을 많이 했다. 유럽 여행자들은 패키지를 오더라도 상대적으로 대접받는데, 우리나라 여행자들은 쇼핑과 각종 옵션에 시달리는 것들을 보면서 우리나라 여행시장의 구조적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다시 한국에 돌아와서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했다. 여행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게 된 계기였다.

제주 관광의 명과 암, 어떻게 볼 것인가?

강성일 : 관광은 다양한 주체들이 연결돼 있어서 이쪽의 좋은 점이 저쪽에는 나쁜 점이 되기도 하는 관계의 산업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관광지화’된다는 것의 의미를 몰랐다. 관광화의 의미는 산업적인 관점을 넘어서 봐야한다. 국제화의 흐름과도 연결되어 있어서 그에 따른 파급효과를 파악해야한다. 그렇기에 국제화, 관광화, 관광객과 주민 등의 관계를 명확하게 살펴야 한다. 지금까지 제주관광 정책은 산업적인 관점이 주였으나 이제는 주민들의 의식이나 감성 등을 봤을 때 새 구조를 짜야한다. 

관광을 보는 관점이 너무나 다양해서 어느 것이 옳다, 그르다 할 수는 없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점은 제주도의 인프라나 제주 지역주민들의 시각이 어느 정도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정책적이나 경제적인 효과만 보고 양적인 팽창을 이뤘기에 발생하는 문제다. 관광을 직업이나 삶의 도구를 보는 사람들도 엄청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 분들의 입장도 인정하지 않으려야 않을 수 없다. 이미 구조가 제주도에 정착돼 버린 것이다. 

이 ‘오버 투어리즘’은 제주도뿐만 아니라 국제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경우에는 18만 명이던 인구가 5만 명으로 줄었다. 관광객들이 너무 많이 와서 난리인 것이다. 관광객들이 오지 않는다고 문제가 해결될까? 국제, 정치, 경제, 사회 다 연결되어 있기에 그 원인이 해소되지 않으면 해결될 수 없다. 

오버투어리즘은 2~3년 전부터 등장하기 시작했다. IS(이슬람 국가)가 출현한 시기다. 유럽은 7~8월이 되면 아라비아반도, 동남아시아, 인도로 바캉스를 떠난다. 그러다 테러 위협 등으로 지중해 연안으로 가고 있다. 국제 정세가 그렇지 않다 보니 유럽 안에 갇히게 됐다. LCC가 생기며 이동하는 교통비가 저렴해지면서 유럽에 오지 못했던 곳에서도 유럽으로 오고 있다. 러시아도 중산층이 많이 늘었고 동남아시아와 중국까지 모두 유럽으로 몰리는 것이다. 원래 유럽인들은 빠져나갔어야 균형이 잡혀있던 체제가 국제 정세로 인해 다 유럽으로 몰려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바르셀로나, 비엔나, 암스테르담, 베를린 등 유럽의 세계적인 도시들이 투어리스피케이션이 생겨나는 것이다.

생태관광은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최문길 : 제주에 오는 1천만 명의 관광객이 쓰는 돈이 지역주민에게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대규모 육지 자본에게 돌아간다. 지난해부터 불거진 오수나 쓰레기 등의 문제로 지역주민들은 불편을 겪고 있다. 관광산업에서의 과다 경쟁으로 생기는 문제들을 규제할 필요가 있지 않나? ‘생태 관광’이라고 하는, 주민 사이에서 어울리며 그 속에서 소비하는 패턴이면 어떨까?

강성일 : 주민들에게 이익이 더 많이 돌아간다고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여행자의 입장도 고려해야 한다. 여행자들은 즐거움을 추구하려고 여행을 떠나는데, 우리나라의 생태관광은 인프라 없이 의미만 부여하기도 해서 괴로운 경우도 있다. 코스타리카 같은 곳도 있기는 하지만 아직까지 생태 관광은 여론을 형성하는 지렛대 역할이지 주류가 된다면 또 다른 문제를 낳을 것이다. 또한 생태관광도 관광산업에 포섭돼 버리면 아프리카 같은 곳은 여러 문제를 발생시키기도 한다. 돈 있는 사람들만이 생태관광을 할 수 있다. 비용적인 문제 때문에 누구나 접근하기 힘들어진다.

최문길 : 오지 여행도 추구해볼만한 관광 패턴이 아닌지?

오지는 환경이 다르다. 위험 요소도 도사리고 있고 환경적인 압박도 있다. 대중화하기에 무리인 점도 있다. 대중화된다고 좋은 것만도 아니다. 

박유라 : 말씀하신 것처럼 관광은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 이걸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어떤 전문가는 다 망해버려야 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방법론적으로 생각하는 부분이 있나?

강성일 : 내가 생태관광이나 참여환경연대 같은 NGO에 관여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관광은 사실 먹고 사는 문제, 교육이나 의료 등 기본권과도 연관이 돼 있다. 이런 기본권에 대한 불안감이 없어진다면 지금 이 정글같은 관광 산업들 속도를 늦춰야 한다, 지역에 도움이 된다는 소구가 먹힐 가능성이 높아진다.

관광은 자본주의가 막 꽃피우기 시작한 산업혁명 시대에 출현했다. 영국의 토마스 쿡(Thomas Cook)이 250년 전에 만든 패키지 관광 형태가 그대로 지켜져 오고 있다. 산업혁명 시대에 영국의 여러 가지 여건과 맞아 떨어져서 관광이 나온 것이다. 관광과 여가는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굴러가는 바퀴이다. 자본주의가 있는 한 관광은 없어지지 않는다. 

최문길 : 우리 한국은 박정희 정부 당시에 국민들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경주보문단지와 중문관광단지가 만들어지면서 그 때 잘못된 관광 패턴이 자리 잡게 됐다. 일본인 관광객들을 유치하던 패턴이 지금도 남아있긴 하다. 많이 소비되면 좋다, 다다익선이라고 추구하다보니 관광객의 양만 늘었다. 

관광은 관광만으로 볼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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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비엔날레-탐라순담(耽羅巡談) 첫 번째 이야기꾼으로 강성일 박사(관광학)가 나섰다. ⓒ제주의소리
강성일 : 관광과 정치적 관계는 떼려야 뗄 수 없다. 관광의 경제적 부분만 볼 게 아니라 파워게임으로도 봐야하는 측면이 있다. 그러한 시각에서 보면 제주도는 공유 공간이 된다. 지역주민의 공간이면서 관광객의 공간이다. 지금 제주도에는 누가 여기의 주인인가 그 전쟁이 벌어지는 중인 것이다. 지금까지는 관광이 독립적인 공간(중문관광단지)에 관광객들을 몰아넣었으니 지역주민에게 별로 와 닿지 않아 무심했던 것인데 지금은 특정 지역이 아니라 제주도 곳곳으로 관광객들이 퍼져버려서 문제들이 직접적으로 느끼고 부딪쳐지게 되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기존에 이미 제기됐던 문제이다. 

또 이런 이슈가 있다. 지구온난화, 기후변화에 따라 탄소 배출을 줄이자는 추세인데, 중국에선 ‘선진국들은 이미 다 누려놓고 우리는 이제 막 발전하려는데 막으려고 하느냐?’고 하는 논리를 펼치는데 이 경우에도 똑같다. ‘관광 규모를 줄이자!’는 것은 선진국의 논리다. 지역주민은 ‘이제 막 관광으로 꽃이 피려는데 막느냐?’고 할 수도 있는 것이다.

포화되어버린 제주 관광, 멈출 수 있을까?

최문길 : 1980년, 1990년대 일본인 관광객이 막 올 때만 하더라도 도민들이 ‘넘친다’ 이런 느낌을 받지는 않았다. 2010년대에 들어서 저가 항공이 생기고, 중국인 관광객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니 더 이상은 안 되겠다는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강성일 : 입도세를 받거나 관광객을 제한하는 것은 이상적인 이야기다. 정확하게 봐야할 것은 우리의 힘으로 제어할 가능성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도지사도 그렇게 하고 싶다고 하더라도 어려울 것이다. 

홍영철 : 들어오는 관광객을 억지로 막을 수는 없는데, 인프라로 제어는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강성일 : 저는 현실주의자다. 제주도만 보면 그게 가능하다고 보겠지만 국내 정치세력과의 연관으로도 보고 중국이나 국제적으로 연관시켜서 봤을 때 가능할 지에 대한 고민은 든다.

박유라 : 그렇다면, 시민들의 운동은 어떤 형태로 벌어지면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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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비엔날레-탐라순담(耽羅巡談) 첫 번째 이야기꾼으로 강성일 박사(관광학)이 나섰다. ⓒ제주의소리
강성일 : 관광의 문제로만 풀어선 안 된다는 생각이 기본적이다. 환경이나 노동권, 여가에 대한 의식 얽혀 있다. 여행, 관광이라고 하면 노는 걸로 생각해서 나쁜 인식이 있는데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한 휴식, 힐링, 재충전으로 봤을 때에 이 문제가 해결된 가능성이 있는 것이지 관광에 국한해서 본다면 어렵다.

그래서 천천히 가야 한다. 이미 한 지역이 관광지에 포섭이 된 이후부턴 속도의 문제이지, 이걸 제어한다, 하지 않는다는 이미 지나버린 단계일 수 있다. 엄격하게 얘기하면 제어할 수는 없다. 속도를 줄여가는 것이 차선이다. 제주도는 속도를 줄여야할 때인데, 터보 엔진을 달아버리니 더 문제라는 것이다. 관광지화는 멈출 수 없다. 10년, 20년 천천히 가느냐. 5년 안에 다 뽑아먹느냐 이 문제다. 

자본주의가 발전하면 발전할수록 그 사람의 정신, 아이디어, 몸도 거래가 되는 상품이 된다. 윤리적인 문제도 상품화의 가능성으로 열려있다. 최근엔 예술이 그 안에 포섭돼 있는 듯하다. 예전에도 순수예술을 사고팔았다면 요즘엔 예술적 행위를 하는 것들도 관광에 포섭이 되면서 상품화의 길을 걷고 있다. 도시재생으로 봤을 때 그 안에서 예술가들이 들어가서 지역에서 차별화하고 분위기를 만들고 하는 것이 우리나라에선 임대료 상승으로 기존의 예술가는 쫓겨나고 관광지화 되어버린다. 도심이 살아난다는 것이 관광지화 된다는 것이다. 제주도는 아직까지는 그런 부분에 크게 민감하지는 않지만 곧 그런 부분들이 닥치지 않을까 한다.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말을 쓰는데, 계급의 대체라는 뜻인데 우리나라는 자본의 대체로 통용되고 있다.

제주 월정리는 처음엔 의식하지 않았는데 한 사람, 두 사람이 들어와 카페를 시작해서 어느 순간 폭발해버리게 됐다. 이제 그 안에서 계속 커져가고 세력을 이뤄버리면 지역에서 통제할 수 없어진다. 주민들도 동참하면서 더욱 커져버린다. 정책자의 입장에서는 동네의 문제이다. 발전이라고 보게 되지, 문제라고 보지 않는다. 이 기준을 ‘문제냐, 발전이냐’ 미묘하게 만드는 도구가 ‘관광’이다. 이걸 전체적인 시각을 가지고 보지 않으면 힘들다. 관광은 자기 스스로 굴러가면서 커져버린다. 눈덩이가 이미 커져버리면 제어할 수 없다. 이제 제주 관광은 ‘양적 성장이냐, 질적 성장이냐’, 혹은 ‘막을 수 있냐, 없냐’가 아니라 속도를 어떻게 할 것이냐를 봐야 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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