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G_6078.JPG
▲ 호세 라모스 오르타 전 동티모르 대통령이 9일 제주4.3평화공원을 방문, 희생자 묘역에 참배한 후 이문교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과 함께 공원을 둘러보고 있다.

노벨평화상 수상자 호세 라모스 오르타 제주 방문 "서로를 용서하며 하나가 돼야"

식민 지배를 받던 동티모르 인권운동을 통해 노벨평화상을 받은 호세 라모스 오르타(Jose Ramos Horta) 전 동티모르 대통령이 제주4.3에 대해 '용서'와 '위로'라는 화두를 던졌다. 

9일 오후 5시 개막하는 제7회 제주4.3평화포럼 참석차 제주를 찾은 오르타 전 대통령은 개막식에 앞서 오후 3시 제주4.3평화공원을 찾아 희생자 묘역에 참배한 뒤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그의 조국 티모르는 1600년대부터 포르투갈이 지배했다. 그러다가 1749년 포르투갈과 네덜란드간 전쟁이 벌어졌고, 동티모르는 포르투갈, 서티모르는 네덜란드가  각각 분할 지배했다.

1975년 11월 독립한 동티모르는 기뻐할 새도 없이 그해 12월 인도네시아의 침략으로 다시 지배를 받기 시작했다.

1999년 동티모르 국민 대상 독립 찬·반 투표에서는 압도적으로 많은 78.5%가 독립에 찬성했다. 결국 UN 신탁통치로 이어졌고, 3년이 흐른 2002년 정부 수립과 함께 샤나나 구스망 초대 대통령이 취임했다.

식민지배를 받은 점은 일제강점기를 겪은 우리나라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IMG_6078.JPG
▲ 호세 라모스 오르타 전 동티모르 대통령이 기자 간담회를 갖고 있다.

동티모르 수도 딜리에서 태어난 오르타 전 대통령은 인도네시아가 침공하자 해외로 망명해 동티모르의 어두운 현실을 전 세계에 알렸다.

활발한 활동으로 ‘동티모르인의 국제목소리’라는 별명을 얻은 그는 1996년 티모르 카를로스 시멘스 벨루(Carlos Ximenes Belo) 주교와 함께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2002년 동티모르가 독립하면서 외교·내무·국방장관과 함께 국무총리까지 지냈고, 2007년부터 5년간 2대 대통령을 역임했다.

대통령에서 물러난 오르타 전 대통령은 UN에서 사무차장, 사무총장 특별대표를 역임하고 현재 UN 사무총장 산하 고위급 중재 이사회, UN총회장 외부 고문을 맡고 있다. 

기자간담회에서 오르타 전 대통령은 “제주4.3평화공원이 추구하는 목표는 의미가 있다. 지난 1998년에 제주를 방문한 적이 있는데, 약 20년 사이 많이 발전했다. 한국인들의 4.3 해결 모습에 존경을 보낸다”고 말했다.

1998년 당시 그는 동티모르 인권운동가로서 제주4.3 50주년 기념 '21세기 동아시아 평화와 인권' 국제학술대회에 참석, '동티모르의 민족자결을 위한 투쟁과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인권'을 주제로 기조 강연했다. 

오르타 전 대통령은 “많은 사람들이 4.3 때 죽임을 당한 사실에 놀랍다. 정치와 종교, 오해 등 다양한 이유로 전쟁이 발생한다. 역사에서 전쟁은 많았다. 후세대는 진상을 규명하면서 희생자들이 당시 무엇을 했는지 알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서로가 서로를 용서하면서 하나가 돼야 한다. 과거에 얽매여 살면 안된다. 과거 실수로 희생된 사람들을 위로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