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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1명만 징역 4년 나머지 7명 집행유예 구형...공무원들 “한번만 기회 달라” 눈물바다

제주문예회관 대강당에서 제55주년 소방의날 기념식이 열리던 9일 오후 4시30분 제주지방법원에서 201호실에서는 소방공무원들이 줄줄이 피고인석에서 눈물을 흘렸다.

목숨을 걸고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헌신하는 소방관들을 기억하고 격려하는 날이지만, 역설적이게도 같은 날 법정에 선 8명의 소방공무원들은 소방비리 사건으로 공무원직 박탈 위기에 놓인 것이다.

검찰은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제갈창 부장판사)의 심리로 열린 제주 소방비리 사건 결심 공판에서 소방공무원 강모(36)씨에 징역 4년에 추징금 2589만원, 벌금 5179만원을 구형했다.

검찰은 사기와 허위공문서작성 등의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진 오모(45)씨와 고모(42)씨에 대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서모(48)씨와 김모(47)씨는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구형했다.

같은 혐의를 받고 있는 양모(48)씨는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또 다른 고모(39)씨와 임모(36)씨는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재판부에 각각 요청했다. 

현직 소방공무원인 이들은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장비구매계약을 담당하면서 업자에게 허위견적서 제출을 요구하고 견적서와 납품서를 받으면 내부 결재후 돈을 돌려받았다.

4년간 이들이 40여차례에 걸쳐 허위서류로 부풀린 금액만 1억원 상당이다. 업자는 거래금액 중 20%가량을 수수료 명목으로 챙기고 나머지는 소방공무원들에게 넘겼다.

이들은 빼돌린 금액을 부서 회식비나 소방관서의 각종 행사비로 사용했다. 소방관서장 등이 부담할 비용도 이 같이 불법행위를 통해 조달했다.

검찰은 납품업자의 사무실과 주거지, 이메일을 압수수색하고 소방공무원 등 17명이 보유한 213개의 금융계좌를 추가로 압수해 이들을 범행을 입증했다.

사건에 연루된 소방공무원만 100명에 이른다. 검찰은 8명을 제외한 5명은 약식기소하고 88명에 감사위원회에 비위를 통보했다. 이 과정에서 공무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도 있었다.

수사가 한창이던 2월13일 제주소방서 소속 장모(50)씨가 자신의 집 마당에서 자살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장씨는 소방비리 혐의와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고 있던 중이었다.

2월17일에는 서귀포시 성산읍의 한 도로 차량에서 소방공무원 강모(50)씨가 의식을 잃은채 발견되기도 했다. 강씨는 음주교통사고를 내고 이번 비리에도 연루돼 조사를 받아왔다.

법정에 선 소방공무원 8명은 결심공판에서 눈물을 흘리며 법원의 선처를 당부했다. 변호인들은 공무원들이 관행에 따라 범행을 저질렀고 개인적인 착복이 없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 변호인은 “소방관서는 만성적인 예산부족을 시달리고 처우도 열악하다”며 “이런 상황에서 관행에 따라 부서 자체 비용 마련을 위해 범행을 저지르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주소방안전본부장을 포함해 동료 직원들이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며 “징역형을 선고 받을 경우 이들 모두 공무원직을 잃는다. 이런 점을 참작해 달라”고 말했다.

한 공무원은 최후변론에서 “당시 말단 직원 신분으로 잘못된 관행을 고치려는 용기가 없었다”며 “끝없이 추락하는 모습이 너무도 부끄럽다. 마지막으로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이들은 선고 공판에서 집행유예 이상의 형을 받아 확정되면 모두 공무원직을 잃는다. 벌금형에 처해질 경우 그에 따른 징계 처분을 받지만 공무원직은 유지할 수 있다.

공판검사는 구형에 앞서 “소방공무원들이 시민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점은 알고 있지만 이 같은 범행은 분명한 잘못”이라며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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