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문제가 시대적인 과제로 떠오르고, 제주에서는 ‘문화’가 도정 목표에 포함된 오늘날. 앞으로의 청년 문화예술 정책은 청년을 적극적으로 육성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조언이다.

제주도, 제주문화예술재단, 제주도의회 이선화 의원실은 27일 롯데시티호텔 제주에서 ‘청년문화예술포럼’을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청년들의 예술 성장과 육성, 청년 문화 생태계에 필요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문화정책에 반영하기 위한 자리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이선화 의원실이 추진 중인 ‘제주도 청년 문화예술 육성 지원 조례안’에 대한 의견 청취 자리를 겸한다.

포럼 주제발표자인 김진철 아트랩 책임연구원은 문화예술계에 종사하는 제주 청년들을 직접 만나고 의견을 정리한 조사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아트랩은 올해 세 차례에 걸쳐 진행됐고 시각 분야, 공연예술분야, 문학분야, 기획분야에 해당하는 청년 20여명이 참여해 문제점, 애로사항, 정책 발전 방안 등을 제안했다.

김 연구원이 대신 소개한, 문화예술 현장의 목소리는 크게 ▲창작활동 ▲네트워킹과 역량강화 ▲일자리와 일거리 ▲제주문화예술재단 역할까지 네 가지로 구분된다. 네 가지 모두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이제 막 예술계에 진입한 청년들은 개인 창작 공간을 마련하기 쉽지 않아서, 여전히 공간 인프라가 부족하다고 봤다. 이미 존재하는 창작 공간도 일부 장르에 편중돼 있어, 각 장르 특성에 맞는 공간이 절실해 보인다. 창작 공간이 여러 문화예술이 상용화된 복합공간을 추구하면서, 전문 기획자와 멘토가 있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공간이 지속적으로 운영돼야 한다는 건 두 말할 나위 없다.

네트워킹과 역량강화는 전문적인 문화예술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인프라가 지역에 부족한 상황에서, 기획·마케팅·포트폴리오 같은 교육이 꼭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전문 예술가와 청년 예술가의 교류의 장, 혹은 멘토링 시스템도 제시됐다.

청년 문화예술가들에게는 일정 기간 동안 자신의 예술적 역량을 집중적으로 발휘할 수 있도록 경제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 예술보다 생계유지가 주목적이 돼서는 안된다는 의미다. 특히 정당한 대가가 지불되지 않는 관행은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고 꼽았다.

제주문화예술재단은 작품 중심 지원, 까다로운 보조금 신청·정산, 홍보 부족 등이 문제로 지적됐다. 그래서 청년들의 트렌드에 맞춘 사업 홍보가 필요하고, 정보를 놓쳐 예술 활동을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재단 홈페이지를 더욱 널리 알려야 한다고 피력했다. 단독으로 작업하는 장르(미술, 문학)와 여러 명이 함께 하는 장르(공연 등)를 구분해 지원해달라는 요구도 있다.

이 같은 문제 제기를 해결할 만 한 정책 방향으로 김 연구원은 ▲단순 지원보다는 성장·육성 ▲눈높이를 맞춘 정보 제공 ▲안정적인 일자리, 기회를 꼽았다.

일단 단발성 지원 방식에서 벗어나, 단계별 지원 정책을 수립하자는 ‘정책 기조의 변화’를 강조했다. 예컨대 '진입 단계 → 성장 및 육성 단계 → 자립 단계'에 따라 육성, 훈련, 네트워킹, 코디네이팅 등 필요한 것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김 연구원은 “지금까지 대부분의 재단 지원 사업은 작품에 지원을 해주는 방식이었다. 그러다 보니 결과물에 초점이 맞춰져 예술적 역량을 키우는 것보다 성과를 내는데 치중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러한 지원 패러다임을 전환해 창작 활동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성장과 육성에 맞춰 지원하자”고 밝혔다.

이런 방향을 구현하기 위해 ▲공공기관, 민간 문화예술 공간서 청년 문화예술가 고용 ▲정보 제공 시스템 구축 ▲허브 역할 수행할 문화예술 전문 공간 마련 ▲역량 강화 위한 다양하면서 전문적인 교육 프로그램 마련 ▲청년 문화예술가 소개·지원 위한 펀딩시스템 등을 제안했다. 

김 연구원은 “제주도의 문화예술단체의 예술가들이 점점 고령화 되고 있다. 20~30대 예술가들을 찾아보기 힘들다. 청년 문화예술에 대한 문제는 단순히 청년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제주도 문화예술 생태계의 문제라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며 “현재까지는 청년 문화예술가들이 스스로 성장하기를 기다리는 측면이 강했다면 이제는 그들을 적극적으로 육성하는 공격적인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이번 포럼을 준비한 이선화 의원은 “제주 청년문화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입법예고를 앞두고 이번 청년문화예술포럼은 전문가, 활동가, 정책 입안자들이 지속가능한 청년 문화예술 생태계를 만들어 나가는데 있어 청년 문화예술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지역문화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고민하는 자리가 됐다”고 호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