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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상을 차지한 청월.
[2017 탑밴드 페스티벌] 대상 연합밴드 '청월(淸月)' 영예

파격적인 무대였다. 누군가에게는 고리타분하다고 여겨졌을 '국악'의 화려한 변신은 놀라웠다. 시원한 국악 발성에 강렬한 밴드사운드가 입혀진 콜라보레이션은 좌중을 압도하기에 충분했다.

16일 <제주의소리> 주최로 열린 '2017 탑밴드 페스티벌'의 영예의 대상은 연합밴드 '청월(淸月)'의 몫이었다. <쑥대머리>와 <해야> 두 곡을 선사한 청월은 밴드명에 걸맞게 청아하면서도 신비로운 개성을 마음껏 뽐냈다.

보컬에 주세연 양, 키보드에 김천익 군, 기타에 고혁준 군, 드럼에 양무현 군, 베이스에 양철상 군. 19살 동갑내기인 이들은 각기 학교는 달랐지만 음악이라는 공통분모로 모인 친구들이다. 특히 멤버 모두가 음악을 업으로 삼겠다는 공통된 꿈을 지니고 있었다.

선곡부터가 남달랐다. 전통적인 국악 색채를 벗어날 수 없는 박애리의 <쑥대머리>나 부모님 세대의 7080 감성이 짙은 마그마의 <해야>를 경연곡으로 들고 나왔을 때, 순간 '과연?'이라는 의문부호를 붙게 했다.

하지만 그 의문부호를 '과연!'이라는 느낌표로 바꾸는 데에는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음악이 흐르자 수줍게 무대위에 올라선 소녀, 멋쩍은 미소를 짓던 소년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다. 첫 음절을 내뱉는 순간부터 관객들의 눈과 귀를 단숨에 사로잡았다.

탄탄한 기본기에 개성은 뚜렷했다. 곡이 전하는 감정선을 유지하면서도 각 세션은 트렌디한 밴드사운드로 재해석했다. 관객들의 호응도 뜨거웠다. 중복 수상이 가능했던 '인기상'이 청월의 품에 안긴 것도 당연해보였다. 그야말로 대성공이었다.

수상자로 호명되자 팔짝팔짝 뛰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던 다섯 친구들. 

"솔직히 상 받을 생각도 못했어요. 연습했던 것에 비해 10분의 1도 발휘하지 못했다는 생각이었거든요. 각자의 실수도 맣았고, 저는 목이 안좋아서 약을 달고 살았거든요. 상을 주시면 감사했겠지만 1등을 생각하는 것 자체가 실례라고 생각했어요."

보컬인 주세연 양은 흥분을 채 감추지 못하고 소감을 이어갔다.

"부끄럽지만 연습을 제대로 하지 못했거든요. 다들 고3이어서 입시 준비가 바쁘다보니 다 같이 모여 연습할 기회가 많지 않았어요. 오늘 경연을 위해 열흘 정도밖에 준비하지 못했어요."

합주 연습시간이 짧았다는 이유만으로 이들의 노력을 속단하는 것은 큰 실례. 당당한 뮤지션을 꿈꾸는 친구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의 음악을 가꿔왔고, 또 다시 뭉쳤다. 열흘 간의 짧은 준비기간에도 밤샘작업을 마다치 않는 열정을 보였다.

사실 오랜 시간 함께 한 케미와 팀워크는 진작에 다져졌다. 관심이 있는 이들에게 청월은 이미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 2016년 탐라문화제 청소년 페스티벌 대상, 청소년영화제 청소년페스티벌 대상 등 화려한 수상경력을 지녔고, 제주평화나비 콘서트, 세월호 추모집회 등에도 앞장서서 공연을 선보이기도 했다.

올해로 6년째 열린 '탑밴드'가 명실공히 제주 고교·청소년 밴드의 최강자를 가리는 자리인 만큼 '청소년 밴드'로서는 대부분의 목표를 이룬 셈이다.

이제 청월은 더 큰 무대로의 도전을 꿈꾸고 있다. 대상과 인기상을 동시에 수상하며 받은 상금은 단독공연 무대를 여는데 사용하겠다는 당찬 포부도 전했다.

"앞으로 더 많이 배워야겠지만, 인디신에서 알아주는 팀이 되는게 목표에요. '청월? 알지~'가 자연스럽게 나오는 그런 밴드요. 여러 곳에서 불러주시면 마다치 않고 저희들이 가진 것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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