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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석문 제주도교육감이 17일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수능 정시확대'를 골자로 한 대입제도 개편안에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제주의소리

이석문 "수능 정시 확대는 과거로 되돌아가는 것...지역격차 심화, 제주 부정적 영향"

정부가 2022년 대학입시제도 개편을 위한 공론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이석문 제주도교육감은 17일 "현재 거론되고 있는 정부의 '수능 정시 확대' 대입제도 개편안은 지역·계층의 격차를 심화시킬 것"이라며 정면 비판했다. 

이 교육감은 이날 오전 10시30분 제주도교육청 기자실에서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에 대한 입장문'을 통해 "수능 정시가 확대되면 제주의 교실은 다시 과거로 회귀하고 학교 현장을 더욱 혼란하게 할 것"이라고 부정적 입장을 강하게 피력했다. 

이 교육감은 "대입제도 개편은 제도의 방향성을 넘어 우리 교육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차대한 기로"라며 "아이들의 미래, 교육의 미래를 바라보며 공론화가 이뤄져야 한다. '수능 정시 확대'는 미래로 향하는 발걸음을 과거로 돌리는 개편안"이라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어 "수능 정시 확대는 지역·계층의 격차를 심화시킨다. 수능 비율 확대는 특정 지역 및 학교에게 유리하게 작용해 일반고를 위축시킨다"며 "서울대의 경우를 예로 들면 통계를 봐도 수능 전형 비율이 확대될수록 특정 지역 학교 출신 학생들이 서울대에 입학하는 수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같은 대학교의 일반고 합격생 배출 수는 감소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서울대학교가 서울 강남 3개 고교를 대상으로 서울대 합격자 수 시뮬레이션 결과, 수능의 전형 비율이 27%일 경우 합격자는 54명, 40% 87명, 50% 101명으로 강남 고교 출신 입학생 수가 증가했다.

이에 반해 수시 일반 전형 중 일반고 합격자 배출 학교 수 시뮬레이션 결과에서는 수능 전형이 27%일 경우 서울대 합격자를 배출한 일반고는 305개교, 40% 227개교, 50% 171개교로 학교 수가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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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석문 제주도교육감이 17일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수능 정시확대'를 골자로 한 대입제도 개편안에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제주의소리
또 이 교육감은 "교실 붕괴가 심화될 우려가 있다. 특정과목 쏠림 현상이 강화되고, 문제풀이 식 수업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육감은 "토론과 실습 중심의 학생 참여형 교육을 표방하는 문재인 정부의 '고교 학점제'와도 배치된다. 수능 정시 확대로 아이들 교과목 선택권이 축소될 수 있고, 아이들의 성장을 담아낼 교실 수업 개선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학생부 종합전형의 공정성과 신뢰성에 문제가 있다고 이를 폐지해 수능 정시를 확대하는 것은 대안이 되지 못한다. 지금의 긍정성을 살리면서 국민의 지혜를 모아 문제점을 보완하고 개선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타당하다"며 "궁극적으로 고교학점제 시행에 대비한 미래지향적인 대입제도 개편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 교육감은 "대한민국 교육은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 수능 정시 확대는 대한민국 교육의 미래가 아니고 아이들의 미래는 더더욱 아니다"라며 "제주교육의 이러한 입장을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위원회'가 수렴하고 숙의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학생부 종합전형(학종)의 신뢰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 있겠느냐는 질문에 이 교육감은 "정시 30%, 교과전형 40%, 학종 30%로 정리되는게 바람직하지 않나 생각한다. 그러려면 내신과 학종의 신뢰를 어떻게 높일 것인가에 대해 공론화 시키고 질적으로 높여가야 한다고 본다"고 피력했다.

이 교육감은 "이에 대한 한 방향으로 IBT교육과정을 얘기했던 것이다. 실질적으로 50여년간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았던 교육과정을 우선 도입해서 우리 식으로 만들어가자는 방안"이라고 덧붙였다.

타 시도 교육감과의 교감이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전국적으로도 교육감들이 정시 확대에는 문제가 있다는 점에 있어서는 공감을 하고 있다. 각 교육청에서의 입장 발표가 부분적으로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 교육감은 "(공론화 논의체에)대입과 가장 중요한 당사자인 교육감들이 빠져있다. 적어도 아이들 문제에서 이런 중요한 문제가 결정될 때 교육감들이 참여해서 함께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마치 교육감이 대입과 관련해서는 의견 제시하면 안된다는 것 같아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앞서 대통령직속 국가교육회의는 지난달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을 선임해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 과정을 추진할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했다. 공론화위원회에서 대입제도 개편 권고안을 마련하면 국가교육회의 전체회의를 거쳐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해당 위원회는 최근 열린 회의에서 수능 정시 확대 방안을 논의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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