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학원연합회, 교습비 8.4% 인상 조정안 제출...이해관계 엇갈려 조정위원회 결과 주목
 
제주시내 학원들이 교습비 일괄 인상을 요청하고 나섰다.  물가임금 상승률 등을 고려하면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학원측의 입장과 사교육비 부담을 우려하는 교육당국·학부모단체 등의 입장이 엇갈린 상황이어서 어떻게 결론이 날 지 귀추가 주목된다.
 
제주시교육지원청 등에 따르면 한국학원총연합회 제주도지회(이하 학원연합회)는 지난달 30일 제주시지역 학원의 교습비 상한가를 8.4% 인상하는 내용의 조정안을 제출했다. 분당 132원인 교습비 평균분당 단가를 143원으로 인상해달라는 내용이다.
 
각 학원별로 교습비 상한선은 천차만별이다. 입시, 검정, 보습, 논술, 외국어, 음악, 미술, 무용 등에 따라서도 교습비 차이가 있다. 외국어 학원인 경우도 초·중·고로 나뉘어지고, 예체능도 일반학원인지 입시학원인지에 따라 기준이 다르다.
 
가장 대표적인 고등학교 입시 학원의 경우 8.4%가 인상될 경우 기존 분당 150원의 단가는 162원으로 오른다. 교습시간 1회 40분, 한 달에 20회(800분) 수업이 이뤄진다고 가정할 경우 종전 12만원에서 13만원으로 상한이 오르게 된다.
 
정부는 무분별한 학원비 인상을 막기 위해 관련법(학원의 설립 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 제15조)에 따라 각 교육지원청 별로 교습비 단가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학원비 인상 요청이 들어오면 법령에 의해 설치된 '교습비 조정위원회'를 통해 판단을 내린다.
 
교습비조정위는 학원측 입장을 대변하는 인사를 비롯해 교육청 직원, 제주시청 경제관련 공무원, 민간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다. 각각의 이해관계가 다른 위원들이 모이다보니 위원회가 열리기 전부터 다양한 의견이 표출되고 있다.
 
당초 학원연합회는 지난해 12월 교습비를 40% 가량 올리는 조정안을 제시했다가 사실상 '퇴짜'를 맞았다. 
 
40% 인상률은 타 시도 교습비를 기준으로 둔 주장이었다. 2016년말 기준 서울의 평균 교습비 분당단가는 210원, 경기 189원, 대전 170원, 부산 163원 등으로 매겨졌다. 132원인 제주는 경북(134원), 충남(139원), 강원(131원), 광주(131원) 등과 비슷한 수준이다.
 
학원연합회는 제주지역 물가가 전국에서 가장 비싸고, 최근 지가상승에 따른 임대료 부담이 상승한 점 등을 감안했을 때 현재의 학원비가 현저히 낮다고 판단하고 있다. 40% 인상률 산정의 배경이다. 
 
그렇지만 학부모단체 등의 반발을 사는 등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판단에 무위로 돌아갔다.
 
학원비 인상 문제는 반 년 가량 표류하다 최근 학원연합회 측이 새로운 조정안을 제시하며서 다시 고개를 들었다. 새롭게 설정한 8.4%의 인상률은 지난 6년간의 제주물가 인상률을 고려한 수치다. 제주도 소비자물가지수에 따르면 지난 2012년부터 2017년까지 제주의 물가는 7.93% 올랐다.
 
학원연합회 관계자는 "가장 마지막에 조정된 것이 2012년도다. 6년이 지나는 사이에 물가도 많이 오르고, 교사들의 시급도 많이 올랐지만 교습비는 그대로다. 이러한 맥락에서 학원 교습비 조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학원마다 특성이 다르긴 하지만, 근래 운영이 어려워서 문을 닫는 학원이 속출하고 있다"며 "현재의 교습비 단가가 타 시도에 비해 낮게 매겨진 만큼 올해까지 학원비를 인상하지 못하면 상당한 어려움이 뒤따를 것"이라며 교습비 인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반면, 학원비 인상이 곧바로 학생·학부모들의 부담으로 돌아간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제주시교육지원청 관계자는 "교습비 조정위원회에 의해 조정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제한 뒤 "학부모들의 사교육비 부담을 감안하면 아무래도 인상폭이 적을수록 좋지 않겠냐"는 의견을 조심스럽게 내비쳤다.
 
제주도내 모 학부모단체 관계자는 "학원비가 인상되면 당장 학부모들의 부담으로 돌아온다"며 "교육감은 무상교육을 주장하면서 교육비를 경감시키려고 하는데, 학원비가 한꺼번에 오르게 되면 사교육비 부담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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