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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가는 사람도 살리는 생명의 산물

고병련 news@jejusori.net 2018년 11월 07일 수요일 09:01   0면
제주의 ‘물’은 다른 지역 그것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섬이라는 한정된 공간에 뿌리내려 숨 쉬는 모든 생명이 한라산과 곶자왈을 거쳐 흘러나오는 물에 의존한다. 그러나 각종 난개발, 환경파괴로 존재가 위협받고 있다. 제주 물의 중요성이 점차 높아지는 요즘, 남아있거나 사라진 439개 용출수를 5년 간 찾아다니며 정리한 기록이 있다. 고병련 제주국제대 토목공학과 교수의 저서 《섬의 산물》이다. 여기서 '산물'은 샘, 즉 용천수를 말한다. <제주의소리>가 매주 두 차례 《섬의 산물》에 실린 제주 용출수의 기원과 현황, 의미를 소개한다. [편집자 주]

[제주섬의 산물] (78) 동김녕리 성세기 산물

김녕(金寧)은 지세에 의해 만들어진 이름으로 금(철)이 많이 매장 되었다고 알려진 ‘부(富)하고 평안한 마을’이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김녕리는 제주 섬에서 보기 드물게 하천이 없는 마을로 교량이 없는 유일한 지형을 형성하고 있다. 많은 산물들이 용출할 수 있었던 것은 만장굴, 김녕사굴 등 동굴이 하천의 역할을 대신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라산에 스며든 빗물 줄기가 자연 수로인 용암 공동을 따라 바다로 다가오면서 생수가 되고, 물이 좋아 식수가 되었다.

김녕리에서 마을 중심이 되었던 대표적 산물은 방호소 동문이 있었던 마을의 동굴에서 솟는 개웃샘물이라 할 수 있다. 개웃샘물은 동굴 바닥에서 솟고 있다. 그래서 물맛이 신선하다. 이 동굴은 마을 안에 있으며 입구가 수직형태로 된 굴이며 면적은 폭 5m, 길이 300m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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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웃샘.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2. 개웃샘굴.JPG
▲ 개웃샘굴.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개웃샘물의 물줄기는 바닷물과 이어졌다. 밀물 때는 바닷물과 섞여 염분이 좀 남아 있지만 썰물 때는 동굴 속의 청량한 공기와 섞여 맑고 차갑다. 개웃샘물은 물 모양 자체가 전복 내장의 ‘게웃’ 모양이라서 붙여진 이름이다. 바다의 산삼이라는 전복의 강한 생명력을 지닌 듯 굴속에서 태고적 자태를 간직한 채, 설촌 이래 마을 주민들과 함께 하고 있다. 

그래서 마을 사람들은 개웃샘물을 가리켜 "죽어가는 사람도 이 물을 마시면 살아난다"는 생명수라고 말하고 있다. 그래서 죽어가는 병자도 ‘개웃샘물 튼내면(생각해내면의 제주어) 산다’는 속설이 전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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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웃샘 입구.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개웃샘물은 땅 아래에서 물소리가 들려 땅을 파 내려가다 보니 동굴이 나왔고, 동굴 안에서 맑은 샘이 솟아나 왔다고 알려졌다. 지금은 굴 안에서 쉴 수 있도록 시멘트로 바닥을 정비해놨고, 약간 허물어져 있지만 돌로 쌓은 사각 형태의 식수통이 있다.

예전에는 김녕리 행사 때에 반드시 이 게웃새동굴 물을 사용하였으며 가정에서 제사 시에도 이 물을 사용하였다. 그만큼 이 산물은 마을 중심에 위치하고 있어 개웃샘물은 화상수로 김녕리의 원천이다. 지금은  철망을 치고 보존 관리하고 있다. 

4. 개웃샘 내부.JPG
▲ 개웃샘 내부(동굴 안).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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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웃샘 식수통.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성세기 김녕해수욕장 서쪽 200m 정도 떨어진 지점인 바닷가에 청굴물(청수물)이 있다. 이 산물은 개웃샘물이 해안가에서 다시 샘솟는 환생수로 물이 맑아 푸른빛을 낸다고 하여 청굴물(청수물)이라 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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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굴물.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이 산물은 해질녘에 사람들이 와서 목욕을 하는 곳이며, 소에게 물을 먹였던 곳으로, 피땀 어린 헌금으로 시설을 수리했다는 치수공덕비(1971년)가 산물 입구에 세워져 있다. 이 산물은 매우 차가워 하절기가 되면 여름 병을 치료하기 위하여 사람들이 며칠씩 유숙(留宿)하면서 목욕했던 물이다. 예전 청굴물은 남탕에서 산물이 솟아나와 여탕으로 흘러들게 하여 사용했었으나 마을가꾸기 사업으로 정비된 지금은 양쪽에서 다 물이 나온다. 지금도 성세기 해변을 찾는 사람들이 이 산물에서 몸을 씻기도 한다. 또한 맑은 산물이 솟는 모래에 많은 조개들이 서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있다. 

지금 이 산물은 옛 모습을 그대로 놔두고 원형을 최대한 살려 개수되었다. 그러나 제주판석을 붙인 진입로는 물기나 이끼가 끼었을 때 미끄러워 넘어질 수 있는데, 제주판석 일부가 파도에 파손되어 방치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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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굴물 남탕.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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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굴물 여탕.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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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굴물 일부 파손 상태.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앞으로는 산물을 정비할 때 과연 어떻게 하는 것이 최상의 방법인지 고민해 봐야 한다. 최상의 방법은 옛 그대로 두는 것이다. 만약 그렇지 못할 경우 최대한 원형을 보전하면서 개수해야 한다. 무조건 현대적 감각으로 바꾸거나 정체물명의 목욕탕을 만들어 버려서는 안 된다. 그리고 시설을 할 경우 재료 선정에도 신중을 기해야 한다. 쉽게 파손되거나 미끄러져 다치는 경우가 생겨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 고병련(高柄鍊)

▲ 고병련 교수. ⓒ제주의소리

제주시에서 태어나 제주제일고등학교와 건국대학교를 거쳐 영남대학교 대학원 토목공학과에서 수자원환경공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공학부 토목공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제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공동대표, 사단법인 동려 이사장, 제주도교육위원회 위원(부의장)을 역임했다. 현재 사회복지법인 고연(노인요양시설 연화원) 이사장을 맡고있다. 또한 환경부 중앙환경보전위원과 행정자치부 재해분석조사위원, 제주도 도시계획심의, 통합영향평가심의, 교통영향평가심의, 건축심의, 지하수심의 위원으로 활동했다. 지금은 건설기술심의와 사전재해심의 위원이다.

제주 섬의 생명수인 물을 보전하고 지키기 위해 비영리시민단체인 ‘제주생명의물지키기운동본부’ 결성과 함께 상임공동대표를 맡아 제주 용천수 보호를 위한 연구와 조사 뿐만 아니라, 시민 교육을 통해 지킴이 양성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섬의 생명수, 제주산물> 등의 저서와  <해수침입으로 인한 해안지하수의 염분화 특성> 등 100여편의 학술연구물(논문, 학술발표, 보고서)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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