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오일뱅크 저유소 갈등 '풀리나'…특별도 '중재나서' 주목

첨예한 갈등을 보이고 있는 현대오일뱅크와 애월읍 고내리간에 점진적인 변화의 모습을 보이면서 '대화'의 물꼬가 터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고내리는 "언제든지 대화의 문을 열려있다"며 강성 분위기에서 한발 물러선 모습을 보이는가 하면, 현대오일뱅크측도 "마을측이 현대가 제시한 조건에 합의한다면 다시 대화를 재계할 용의가 있다"며 기대감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이 가운데 제주특별자치도가 상호 '중재'역할을 자임하면서 양측에 접촉을 시도하는 등 갈등이 해소될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대오일뱅크 "신뢰가 전제돼야...어떤식으로든 마을에 혜택 줄 것"
 

▲ 고내리에 들어선 현대오일뱅크 저유소. 고내리민들의 부당한 요구와 공사방해로 저유소를 패쇄했다고 주장했다.
25일 현대오일뱅크 실무 담당자는 "현재 대화는 중단된 상태지만 마을에서 현대측이 제시한 합의조건에 대해 전향적인 모습을 보인다면 충분히 대화에 나설 수 있지 않겠느냐"며 "기업의 입장에서 일이 잘 풀렸으면 하는 것은 당연한 입장"이라고 대화의 여지를 남겼다.

이 관계자는 "마을측에는 50%의 할인된 가격으로 보일러유를 10년을 공급하고 이후 경제상황이나 회사상황을 고려해 다시 재협의를 한다는 조항을 제시했다"며 "대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져야하는 입장에서 어떤 형태로든 마을에 혜택을 줄 수 있지 않느냐"는 말로 대신했다.

또 "기업의 입장에서 주주도 설득해야 하는 문제가 있지만, 당초 10년 동안 공급한다는 조건에서 최대한 양보를 하고 이후까지 혜택을 주기로 한 것"이라며 "현대오일이 중소기업도 아닌데 사실상 서로 신뢰의 문제가 전제돼야 하는 것 아니냐"는 입장을 보였다.

아울러 "대전제 합의가 이뤄진다면 마을에서 충분히 세부적인 논의를 통해 얼마든지 조정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일단 마을에서 큰 조건에 대해 협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 "잠수회의 문제도 탈의실 정도는 충분히 지원할 용의가 있다"고 덧붙였다.

애월읍 고내리 "항상 대화의 문 열려...충분히 논의 될 수 있는 문제"

이에대해 고내리 강창호 이장도 "항상 대화의 문은 열어두고 있다"며 "지금까지 현대오일뱅크측에서 직권으로 합의를 한 바가 없기 때문에 결정권자가 적극 나선다면 충분히 협의에 나설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강 이장은 "마을의 입장은 10년 후에도 50% 할인된 가격으로 기름을 공급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하지만 이는 차후 협의에 따라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는 방향으로 백지상태에서 충분히 논의될 수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또 상호 법적 소송으로 비화된 문제에 대해서도 "현재 마을측도 민사로 대처하고 있지만 사실상 합의가 된다면 다 풀리는 것 아니냐"며 적극 대화에 나설 용의가 있음을 밝혔다.

이 가운데 특별자치도 청정에너지 담당 관계자는 이날 오전 애월읍 고내리룰 방문, 이장단과 접촉한데 이어 조만간 현대측과의 접촉을 시도하는 등 갈등 해소에 나서 귀추가 주목된다.

▲ 마을에서도 현대오일뱅크를 규탄하는 등 갈등을 빚어왔다.

농민 면세유 공급 등 차질 우려...도민에도 결국 손해

현재 현대측과 고내리는 손해배상 및 업무방해 혐의로 상호 고소를 하는 등 법적 갈등으로까지 비화된 상태.

현대오일측은 지난 2004년 8월 농협과 제주지역 유류 공급에 대한 '계통유류' 공급 협약을 체결한 뒤 제주사업부를 설치하고 본격적인 사업을 개시해 왔다.

현대측은 '제주시장 진출을 전국 네트워크의 기회로 삼자'며 지난 3월부터 6개 농협과 계약을 맺고 7곳을 대리점을 개척하는 등 현재 도내 전역에 13개 주유소를 통해 유류를 공급하고 있다.

하지만 현대오일뱅크㈜는 2005년 2월 현대엔지니어링(주)와 저유소 공사계약을 맺고 3개여월 동안 저유소 공사를 완공, 이후 애월항에서 저유소까지 유류 이송을 위해 송유관(514m)지하 매설 공사를 추진해 왔으나 40m를 남겨두고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이 과정에서 제주사업을 추진하던 임원급 간부가 문책을 당하는 등 골머리를 앓아왔다.

현재 현대오일뱅크는 서귀포 토평동에 저유소를 임대, 제주항에 들어온 유조선에서 직접 탱크로리로 수송하면서 막대한 수송비용 누적이 가중되고 있는 상태다.

문제는 유류 공급 사업의 장기간 표류되면서 정작 애꿎은 농민들의 면세유 공급에도 차질을 빚는 등 도민들의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 현대오일측은 지난 7월 19일부로 직원들을 철수하는 등 저유소를 일단 패쇄한 상태다.

서로 '윈-윈' 할 수 있는 합의 끌어내야 
 
실제 농협제주지역본부는 당시 현대오일뱅크와 계통유류 공급협약을 체결하며 "육지부보다 비싼 유류를 사용하는 도민들에게 가격인하 혜택을 부여하고, 농업용 면세유 가격인하로 시설재배 농업인들의 농업생산비를 절감할 수 있게 됐다”고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그동안 정유 3사(SK-삼화석유.GS-삼남석유.S-OIL-한라석유)의 담합으로 제주지역의 농협 계통 유류 사업은 제외되면서 농업용 면세유는 물론 도민들의 사용하는 유류도 육지부 보다 높은 가격이 형성돼 왔다.

현대측은 "다른 정유사 보다 리터당 30~50원 정도 저렴하게 공급을 하는 등 도민들에게도 적지 않은 혜택이 돌아가고 있다"며 "정상적인 사업의 지연은 회사도 손해지만 결국 도민들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로인해 현대오일뱅크 사업이 단지 사업자와 마을의 갈등을 넘어서 대승적인 차원에서 '윈-윈' 할 수 있는 상호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 에너지 담당자는 "이처럼 서로 갈등으로 간다면 모두가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다"며 "마을과 사업자의 가교 역할을 통해 사태가 조속히 해결될 수 있도록 행정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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