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국회 '김만덕과 파워여성 토론회' 재조명…"만덕상 아직은 멀었다""녹색당 창당한 '페트라 켈리' 평화상 처럼 글로벌로 가야"

자본주의의 한계를 극복한, 한국을 대표하는 새로운 여성상으로 조명되고 있는 제주 의녀(義女) 김만덕을 '이달의 문화인물'로 선정하자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 역사교과서에 '김만덕'의 이름을 올리고, 지금의 '만덕상'을 독일 녹색당을 창당한 '페트라 켈리' 평화상 처럼 전 세계적인 글로벌한 상으로 도약해 나가자는 의견도 나왔다. 

조선시대 여성에 대한 차별을 극복하고 존경받는 기업가로 성공한 제주출신 김만덕. 그의 삶을 재조명하고 아울러 우리사회에 새로운 세력을 형성해 가고 있는 파워 여성들의 사회적 역할을 진단하기 위한 토론회가 11일 오후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렸다.

▲ 11일 국회 본청 귀빈식당에서 열린 김만덕 토론회
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원장 송재호)이 주최하고 김만덕기념사업회 전국후원회(대표 고두심) 주관, 국회 문화정책포럼(간사 김재윤)이 후원한 이날 토론회는 김만덕이라는 역사속 인물을 재해석함으로써 현대사회를 변화시키고 있는 파워 여성들에 대한 사회적 요구를 도출하기 위해 마련됐다.

"제주만이 아니라 전국적으로 알려야할 인물" 

먼저 송재호 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장은 "최근 김만덕에 대한 다큐물을 제작하고 화폐인물로 추천되는 등 김만덕에 대한 다각적인 해석이 시도되는 상황에서 미래사회를 주도할 여성지도자상에 대한 사회적 인식제고의 필요성을 인식해 이번 토론회를 마련했다"고 취지를 달았다.

▲ 의녀 김만덕

임채정 국회의장도 격려사를 통해 "200여년전의 한 여인의 치열한 삶을 재조명함으로써 이 시대가 요구하는 파워여성의 사회적 역할을 고찰할 중요한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화답했다.

이번 토론회에서는 김경애 동덕여대교수의 ‘현대사회에서 김만덕 삶의 의미’,  김효정 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의 ‘파워 여성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주제발표가 있었다. 이에 김은석 제주교대교수, 오옥만 제주도의회 문화관광위원회 의원,  정창권 고려대 초빙교수, 김재희 페미니스트저널 이프(IF) 전 편집인이 나서 토론을 벌였다.

김경애 교수는 "김만덕은 여성의 삶의 지표인 사랑과 성공의 관점에서 볼때 우리 역사속에서 충분한 모델이 될 수 있는 여성으로서 자부심을 가질만 하다"며 "제주의 여성이 아니라 전국적으로 널리 알려야하고 높이 평가받아야할 인물"이라고 말했다.

김효정 연구원은 "파워여성이 되기 위해서는 창의적이고 혁신적으로 사고하며 다양한 대인 관계를 가져야 하는 것이 특징이자 조건"이라며 "여성으로서 아니라 사회의 구성원이자 지도자로서 바람직한 여성상이 바로 원하는 파워 여성상"이라고 이 시대의 여성상을 강조했다.

"김만덕을 현대화.대중화하는 사업 절실"

▲ 독일 녹색당을 창당한 페트라 켈리(1947~1992). 페트라 켈리 평화상이 올해 3년째를 맞고 있다.
토론에 나선 정창권 교수는 "김만덕을 근거 없이 영웅화하거나 신비화 하는 것은 김만덕의 역사적 인물로서 가치를 더 떨어뜨릴 가능성이 크다"며 "철저한 고증을 바탕으로 사실적으로 재현해 김만덕을 현대화하고 대중화하는 사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은석 교수도 "김만덕을 생각하면 가장 감동적인 장면은 정조대왕과 만나는 것"이라며 "변방의 섬출신이라는 지역적 한계, 여성이라는 성의 극복, 관기출신이라는 신분의 한계를 넘어서는 인물로서 김만덕을 생각케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사료의 부족이 문제이나 사회경제사적으로 문화사적으로 접근해 김만덕의 상을 복원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오옥만 의원은 "만덕은 여성기업가였고 나눔과 베품의 정신을 소유했으며 금강산과 한양구경을 한 시대적한계를 극복한 인물"이라며 "그의 후예인 제주의 여성은 다른 지역과 달리 강인한 생활력에 걸맞는 경제력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치 행정적 역할에서는 아직도 많은 문제를 갖고 있고 이를 극복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지적했다.

"만덕상 너무 관변냄새가 난다...'페트라 켈리 평화상' 처럼 글로벌로 가야"

이날 토론회에서는 "제주가 전국을 대상으로 만덕상 시상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관변냄새가 난다"며 김만덕상에 대한 의미가 퇴색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재희 전 편집인은 "만덕은 신화와 역사에 나타난 빼어난 여성의 한 사람으로 내세울만한 인물"이라며 "성공한 기업가로 자신의 부를 사회에 환원한 기업가 이전에 만덕은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로 세상을 구원하는 여성으로 남성중심의 사회구조를 지닌 세상을 변화시킬 힘을 지닌 여성으로 평가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성공한 CEO의 범주를 넘어서 자본주의를 극복한 새로운 패러다임의 모델서 제평가가 이뤄져야 한다"며 "'녹색여신', '불꽃여인'으로 불리며 독일 녹색당 창당을 이끌었던 페트라 켈리(1947~1992) 평화상이 2년에 한번씩 있는데, 만덕상을 페트라켈리 평화상처럼 좀 더 글로벌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김만덕을 역사교과서에 실리도록 하기위해 일단 문화관광부가 선정하는 '이달의 문화인물'로 추천하자는 의견도 제시됐다.

"자본주의 한계를 극복한 세계적인 걸출한 인물...신화로 불리는 이유 있다"

송재호 원장은 또 역사교과서에 실리도록 일단 문화관광부가 선정하는 '이달의 문화인물'로 추천하자는 의견도 제시됐다.

송 원장은 "김만덕을 단순히 성공한 CEO 또는 자선사업가로 알고 있다"며 "단순히 돈을 벌어 자선사업을 했다는 수준이 아니라 신분의 악조건 속에서 자본주의의 한계를 극복한 세계적으로 걸출한 인물로서 그만큼 인간이지만 신화에 가깝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이어 송 원장은 "문화관광부가 1990년 7월부터 추진해 온 '이달의 문화 인물'은 매해 5월에 그 해 6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의 문화인물을 선정하고 있다"며 "김만덕을 이달의 문화인물로 선정할 수 있도록 추진하고 최대한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김만덕  기념사업 추진 위한 전국위워회 구성'

한편 의녀 김만덕(1739-1812)은 영.정조시대 제주출신 여류 자선가로 어릴적 부모를 잃고 11살에 기적에 올랐으나 20여세에 관기생활을 청산한 후 홀로 장사로 부를 이룬 여성 CEO로 알려져 있다.

김만덕은 정조 18년 (1790년)에 제주지방에 5년 흉년이 들자 1000금을 내놓아 도민을 구휼해 정조로부터 의녀로 인정받았다. 특히 제주에서는 육지로 나가는 것이 금지됐던 당시에 궁궐에서 정조대왕을 만나고 금강산 구경을  요구한 당당한 여성상으로 평가받고 있다.

당시 추사 김정희는 김만덕의 행적을 듣고 감동해 은혜의 빛이 온 세상에 번진다는 뜻으로 은광연세(恩光衍世)라는 편액을 써서 그녀의 높은 뜻을 기리기도 했으며 당대의 대학자인 이가원 체재공 박제가가 만덕을 거론할 정도로 화제가 됐던 인물이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강창일, 김우남 김재윤  원희룡의원, 송삼홍 서울제주도민회장, 송창우 전서울제주도민회장, 현명관 전 삼성물산회장, 이인호 서울대교수(전 주러시아 대사), 연극인 박정자, 양원찬 정형외과원장 고앵자 전 제주도의원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이에 앞서 김만덕 기념사업을 국가적 차원에서 지원하기 위해 전국위원회도 구성했는데 참여인물로는 송재호 문화관광정책연구원장, 이인호 전 주러시아대사(서울대교수), 소설가 박완서, 연극인 박정자, 배우 고두심, 국회의원 원희룡, 김경애 동덕여대교수, 양원찬 정형외과원장, 문정인 교수 등이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