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장터 기행 3] 제주시 구좌읍 세화오일장

▲ 양말이 5백원 알록달록 양말이 5백원, 그러나 사는 사람이 없습니다.  ⓒ 김강임

시끌벅적하나 질서가 남아 있고, 화려하지 않으나 마음이 풍요로운 곳. 때문에 마음이 허전할 때 찾아가는 곳이 있습니다. 그곳이 바로 시골장터입니다.

제주시에서 동쪽으로 50분 정도를 달리면 제주시 구좌읍 세화리가 있습니다. 세화리 마을은 여름 쪽빛바다로 유명합니다. 세화해수욕장을 끼고 해녀박물관이 인접해 있어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곳이지요. 더욱이 세화 마을은 동쪽 해안도로를 끼고 있어서 제주를 방문한 관광객이이라면 한 번쯤 세화 해안도로를 경유했을 것입니다. 

▲ 오일장 옆 세화해수욕장 오일장 옆 세화해수욕장에는 겨울철새 군무가 시작됩니다.  ⓒ 김강임

해안도로 끼고 있는 세화오일장

지난 2월 5일, 세화요양원에 위문을 갔다 돌아오는 길에 세화오일장에서 발이 묶였습니다. 세화오일장은 1983년 9월7일 개장 이래 제주시 동쪽 사람들이 주로 이용하는 시골장터입니다. 

5일과 10에 들어서는 세화오일장은 바다를 끼고 있습니다. 그 면적은 3103㎡. 시골장터 치고 그 규모가 큼지막하더군요. 5일과 10일에 열리는 세화오일장 고객은 주로 지역주민들은 물론 세화에서 조금 떨어진 한동과 평대, 멀리는 성산과 표선 사람들의 아지트이기도 합니다.

세화장이 열리는 것을 축하라도 하듯 세화 해수욕장에는 겨울 철새가 찾아들었습니다. 하얀 백사장을 가득 채운 철새들의 행진 속에 세화 장의 인정이 새록새록 살아나는 순간입니다.  

▲ 신발가게 간판 유난히 커 보이는 신발가게 간판  ⓒ 김강임  
 

▲ 설대목 어머니의 등 생선가게는 설대목으로 분주합니다  ⓒ 김강임 

시골장터, 원스톱 즐기는 시골백화점

 

세화오일장은 제주시 동쪽 사람들에게 가장 큰 선물이기도 합니다. 도심에서는 대형마트다 백화점이다 해서 설날 원스톱 쇼핑을 즐길 수 있지만 시골 사람들에게 장터는 그들만의 백화점이니까요. 농수축산물은 물론 의류와 잡화에 이르기까지 모두 있습니다. 그렇다보니 시골사람들은 오일장을 기다릴 수밖에 없지요.

바다냄새와 사람 사는 냄새가 가득합니다. 물질을 하는 해녀들은 수산물을, 검은 흙을 일궈낸 농부들은 농산물을 들고 나왔습니다. 값나가는 귀중한 물건은 아니지만 시골사람들에게는 재원확보를 할 수 있는 유일한 물건들이지요.

▲ 버섯 파는 할머니 버섯파는 할머니 얼굴이 밝아 보입니다.  ⓒ 김강임 

▲ 한라봉 1kg에 3천원인 한라봉은 농부들의 구슬땀 같습니다.  ⓒ 김강임  

양말이 5백원... 차가운 상인들의 마음

 

버섯을 따온 할머니의 모습이 즐거워 보입니다. 한라봉을 재배한 농부 얼굴도 상기돼 있습니다. 명절이 얼마 남지 않아 사람들이 북적거리면 물건이 잘 팔리겠지요. 

버섯이 한 바구니에 5천원, 한라봉이 1kg에 3천원. 상인들은 지나가는 고객들을 향해 소리를 쳐 보기도 합니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사람들이 모여들지 않습니다.

양말이 500원. 겨우 자판기 커피 한 잔 값이지만 누구도 관심을 두는 사람이 없습니다. 그렇다보니 상인들의 마음은 겨울바람보다 더 차갑습니다. 어물전에는 전깃불만 대롱댑니다. 불빛에 번쩍이는 오징어와 고등어에서는 바다냄새만 납니다.  

▲ 과일가게 과일가게 아주머니의 쉼터는 길바닥. 마음이 아픕니다. ⓒ 김강임 

휴식공간 갖춰진  현대식 시설 부족

그나마 바닷바람을 막을 수 있는 대형천막을 쳤으니 그나마 상인들은 바람을 막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세화 해수욕장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콧등이 시립니다. 

시골장터는 이렇다 할 간판이 잘 정비된 것은 아닙니다. 그저 상인 스스로 간판을 쓰거나 걸어두는 곳이 있습니다. 천장에 매달린 간판이 유난히 커 보입니다. 

과일가게 아주머니도 그저 노상에 과일을 늘어놓고 있습니다. 앉아서 쉴 수 있는 곳이라고는 길바닥, 그저 마음이 아픕니다. 하지만 과일 앞에는 아주머니가 손수 써 놓은 가격표시가 정겨움을 더해 줍니다.  

▲ 신발가게 빨간부츠를 보니 어릴적 기억으로 가슴이 드근거립니다.  ⓒ 김강임 

▲ 천막을 쳐 놓은 오일장 현대식 건물로 정비되어 인정이 살아나는 시골장터로 거듭나기를 기원합니다. ⓒ 김강임 

훈훈한 인정 살아나는 시골장터로 거듭나기를...

 

신발가게 앞에 서 있었습니다. 빨간 부츠를 보자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어릴 적 어머님께서는 이맘때 설빔을 사 주셨지요. 

세화오일장을 한 바퀴 돌아보니 1시간. 어느새 마음이 넉넉해집니다. 다리를 쉴 겸해서 호떡집에 들어섰습니다. 찢어진 천막 틈새로 짭짤한 바닷바람이 코를 자극합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오뎅 국물이 목구멍에 들어가자, 훈훈한 인정이 살아있는 시골장터 옆에서는 하얀 겨울철새의 군무가 시작됩니다.

호떡 맛의 달콤함이 묻어나는 세화오일장, 훈훈한 인정이 살아나는 시골장터로 거듭나기를 기원합니다. 

덧붙이는 글 | 세화오일장은 제주시민속오일시장으로 제주시 구좌읍 세화리 해안도로 주변에 있습니다.
가는 길은 제주공항-제주시(동쪽)-함덕-세화. 50분정도가 소요됩니다.

※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http://www.ohmynews.com) 제휴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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