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년보다 주말이 겹쳐 연휴가 길었던 올 추석은 제주를 찾는 귀성객들과 관광객들로 추석만큼이나 풍성한 추석을 예고했었다.

그러나 막상 추석 연휴의 사작은 비가 내렸고 오키나와를 통과한 14호 태풍 '매미'의 북상으로 우울하게 맞이했다.

또한 추석을 세고 태풍이 닥치기 전에 제주를 떠나려는 귀성객들과 관광객들로 11일 오후부터 12일 오전까지 제주국제 공항이 붐비는 반면 각 관광지는 한산했다.

추석 반짝 특수를 기대했던 상인들은 '매미'를 원망했고 농민들도 태풍 '매미'로 인해 큰 경제적 손실을 입었다.

'매미'는 59년 불어온 '사라호'보다 더욱 강력하게 제주를 강타해 그 때 악몽을 떠올리게 했다.

고경애(67세, 남원)씨는 "사라호 때는 그나마 조심히 걸을 수도 있었지만 이번 태풍은 제대로 걷지 못할 만큼 센 바람으로 집 앞 나무가 쓰러져 집을 덮쳐 집 일부가 파손됐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제주도재해대책본부는 사망 2명과 선박 8척 침몰, 농경지 15ha 침수 등 420건을 이번 태풍 '매미'의 피해로 잠정 집계했다.
그러나 본격 조사를 실시하고 또한 유례없는 정전사태로 인해 피해가 집계되면서 피해액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태풍 '매미'가 덮친 추석 풍경

연휴 첫째날 -9월 10일 수요일

추석 연휴 첫째날. 전국에서 반가운 손님들이 찾아온다. 이와 함께 제주에서 추석연휴와 주말을 보내기 위해 찾은 관광객은 13만5천여명. 항공사는 특별기 130여편을 투입하여 제주로 밀려오는 인파를 수용할 계획.

시내 거리는 한산하고 추석 빔을 하느라 집집마다 사람들이 분주하다.

비가 오는 추석날 -9월 11일 목요일

아침 9시
추석날 남제주군에서는 빗방울이 제법 굵게 내린다. 14호 태풍 '매미'가 북상한다는 소식에 농촌에서는 태풍 걱정에 그늘이 졌다.

그러나 오랜만에 보는 친척들과 인사를 나누고 귤값 하락과 정치 이야기로 떠들썩하다.

아침 일찍부터 정성껏 마련한 음식으로 차례를 지내고 오랫만에 한자리에 모인 가족들은 차례음식을 먹으며 정겨운 한 때를 보내고 있었다. 추석을 맞아 상가 대부분이 문을 닫아 제주시내 거리는 한산한 가운데 차례를 지내기 위해 친척집을 찾는 도민들의 분주한 발길이 어어짐.

오후 2시.
추석을 세고 각자의 집으로 돌아간 사람들. 거리는 아직도 한산하다. 연휴가 끝나고 돌아갈 계획이던 사람들은 태풍 소식에 비행기가 안 뜰수도 있다는 걱정에 공항으로 전화를 한다.

TV에서 내일(12일) 제주도가 태풍에 영향권에 든다는 소식이 전해왔다.

11일 저녁 공항은 예년 같이 않게 분주하다. 다음날 불청객 '매미'로 오랜만에 찾은 고향을 일치감치 떠나기 위해 공항을 찾은 사람들로 매워졌다.

고성철(서울 강남 거주)씨는 "올해에는 처음 고향을 찾아 오랜만에 친지분들과 추석연휴를 지내려고 했는데 태풍이 북상한다하고 토요일 업무가 있어 추석을 세자마자 떠난다"면서 " 아쉽게 됐다"고 토로했다.

제주시와 달리 남제주군은 빗방울이 점점 굵어지고 있었다.

오후 6시.
태풍주의보 발령. 지금까지 내린 비는 추자도에 141, 표선 73, 성산에 60 밀리미터 서귀포 26, 제주시에는 24밀리미터. 도내 항.포구에 각종 선박 3천여척이 대피. 여객선과 화물선 운항도 전면 중단.

태풍 '매미'가 몰아닥친 12일

새벽
태풍 '매미'가 온다는 소식이 무색하게 농촌에는 달이 환하게 밝고 별이 떳다.
현영순씨(남제주군 남원) "이대로 날씨가 맑았으면 좋겠다"면서 "아직 따지 않은 하우스 감귤이 있어 태풍이 불어 하우스 비닐이 날아가면 감귤값이 하락한다"며 걱정.

오전.
어제보다 빗방울이 굵어졌다.
제주공항에는 아직까지 배행기가 운행하고 있었다. 이들은 태풍이 제주도를 덮치기 전에 서둘러 고향을 떠나고 있었다.

항공권을 미처 구하지 못한 귀경객들이 대기자 접수 창구에서 발만 동동 구르고 있고 공항은 혼잡했다.

이날 오전 귀성객과 관광객 3000여명이 갑자기 공항으로 몰려 큰 혼잡

여객선 터미널 이틀째 전면 운행 통제.

오후 2시
제14호 태풍 `매미 가 제주도에 직접영향을 주기 시작. 오늘 오후를 기해 대한항공 항공기 제주 도착 23편, 출발 19편 등 모두 52편의 항공기를 결항 아시아나 항공도 오후 3시부터 대부분 노선의 운항을 중단. 제주를 떠나지 못한 귀성객 2천5백여명이 제주공항 등지에서 불편을 겪음.

북제주군 우도에 최고 194㎜의 폭우가 내림. 제주기상청은 북제주군 구좌읍과 남제주군 가파도의 순간 최대풍속이 초속 14∼17.3m를 기록, 11일부터 이날 오전 8시까지 우도에 194㎜를 최고로 성산포 141.5㎜, 제주시 63㎜, 서귀포 62㎜의 강우량을 보였다고 밝힘.

해상에는 높은 파도로 추자도, 가파도 등 제주 부속도서와 부산, 목포 등 다른 지방을 연결하는 모두 11개 항로의 여객선 운항이 전면 통제돼 섬을 찾았던 귀성객 등이 발이 묶여 불편 겪음.

제주항공관리사무소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제주공항이 태풍의 직접 영향으로 기상이 악화됨에 따라 이날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제주 도착 17편, 출발 16편 등 모두 33편의 항공기를 결항 처리.

오후 2시 40분
제주도 서귀포항에서 부산선적 모래운반선 금용비 3002호(570t) 선원 김명구(58.부산시 해운대구 반송1동)씨가 밧줄에 다리가 절단돼 병원으로 후송했으나 숨짐.

중산간 지역의 송전선로들이 끊어지고 해안지역의 전신주가 쓰러 넘어져 서귀포 신시가지를 시작으로 제주시 일도2동, 북제주군 한경, 구좌, 조천, 남제주군 표선, 안덕 등지의 정전사태가 도 전역으로 확산되며 오후 6시께는 도내 14만2천가구의 77.6%인 11만223가구에 전력 공급이 중단됐다.

이후 태풍의 중심이 성산포 동쪽을 통과하면서 점차 송전선로 복구가 진행돼 오후 9시께는 정전 가구가 8만8천가구로 줄었으나 절반이 넘는 제주도민 가구가 여전히 암흑에 시달리고 있다.

오후 3시
제주기상청 발표 "오후 3시16분 북제주군 고산지역에서 `사라'호(초속 46.6m)보다 위력이 훨씬 강한 순간 최대풍속 초속 57.5m의 기록적인 비바람을 몰아쳤다".
현재 지역별 강우량은 한라산 윗세오름 339㎜를 비롯, 제주시 195.5㎜, 성산포 174㎜, 서귀포 110.5㎜, 고산 56.5㎜를 각각 기록.

남제주군 성산읍 시흥, 남원읍 신례와 북제주군 구좌읍 평대 등지의 주택 20여채가 침수되거나 지붕 일부가 파손됐고 성산포항에서는 대형 컨테이너 박스가 주차된 승용차 2대를 덮쳤으나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다.

폭우로 도로가 넘치며 애월읍 그린리조트 부근 서부관광도로, 남제주군 가시악 군도 등 모두 5개 도로 구간이 교통 통제됐고, 제주시 보건소 4거리 신호기가 강풍에 넘어지는 등 신호기와 가로등, 전신주 전도 사고도 잇따랐다.

저녁
제주도재해대책본부 긴급 간부회의를 소집, 도.시.군 산하 전 공무원의 연휴를 중단, 태풍 피해 상황 조사 및 응급복구에 나서기로.

전체 가구의 77.6%나 전기 공급 중단.
수돗물을 공급 중단, 삼양수원지, 용담수원지, 금산수원지에도 전기공급이 끊기면서 비상전력을 통해 물을 공급한 탓에 수압이 낮아 상당수 시민들이 불편을 겪음.

태풍 중심권이 통과한 성산포지역에는 양식장 곳곳에 전력 공급이 중단돼 어류 대량 패사 등 큰 피해가 우려.

도내 주요도로 교차로에 설치된 교통신호등 부착대 48개와 제어기 5개, 신호등 3개가 잇따라 파손되면서 신호등 작동이 중단돼 곳곳에서 차량들이 뒤엉켜 혼잡.

농촌 곳곳에 비닐하우스가 파손되고 노지 감귤이 떨어짐.

저녁 8시
태풍 '매미' 중심권, 제주도를 벗어나 경상남도 삼천포 상륙. 그러나 아직도 제주도는 바람과 굵은 빗줄기가 내리며 암흑 상태.

다시 평온을 찾은 13일

13일 토요일 오전
제주도재해대책본부는 제14호 태풍 '매미'에 의해 사망 2명과 선박 8척 침몰, 농경지 15ha 침수 등 420건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잠정 집계.

건물 37채 침수 및 파손, 선박 8척 침몰, 농경지 15㏊ 침수, 농작물 2㏊ 폐작 등
농작물 재배 비닐하우스 33채와 축사 11채가 강풍에 파손, 도로 4, 하천 3, 어항 4개소가 유실됐거나 파손.

옥외광고물 25개와 표지판 3개, 가로등 5개, 교통신호기 71개가 파손됐고 가로수 180 그루가 강풍과 폭우에 뿌리째 뽑히거나 넘어짐.

재해대책본부는 한국전력의 전주 24개와 변압기 7대, 전선 169.5㎞가 단선돼 13만6천12가구에 불이 들어오지 않았다고 밝힘.
한전이 응급복구에 나서 11만1천263가구에 전기 공급을 재개.

현재까지(13일 아침) 2만4천749가구에 전기가 들어오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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