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제주자활후견기관, 조천읍 고두오씨 집 시작으로 연말까지 100가구 집수리 지원

기억처럼 아득하게/ 마을을 벗어난 노인의 집// 집 한 채를 거뜬히 지탱하던 낡은 벽지/ 사방연속무늬 기억을 걷어내자/ 뼈뿐인 마른 가슴 빈 젖을 내민다// 어머니도 나를 그려/ 천정 보며 울었을까/ 수십 년 어머니 한숨/ 우루루/ 흙덩이로 쏟아진다// 기억이 끈적끈적 풀처럼 묻어나는/ 꽃무늬 벽지를 들어 낡은 벽에 붙인다/ 어머니 꽃무늬치마 눈앞에 훌렁이는/ 코끝이 찡한 도배하는 날 - 도배하는 날

▲ 북제주자활후견기관 집수리사업단은 19일 '2005 북제주군 주거환경 개선 100가구 보수공사' 발대식을 갖고 조천읍 고두오씨 주택을 시작으로 대장정의 첫발을 내딛었다.ⓒ제주의소리
평소 조용하던 고두오씨(58·북제주군 조천읍) 집이 19일은 오전부터 시끌시끌하다.

저소득가정 주거환경 개선사업의 일환으로 펼쳐지는 '2005 북제주군 주거환경 개선 100가구 보수공사'의 시작을 알렸다.

▲ 바닥을 정리하고 있다.ⓒ제주의소리
북제주자활후견기관(관장 오근수)은 19일 오전 10시 조천읍 고두오씨 집에서 '주거환경 개선 100가구 보수공사' 발대식을 갖고 오는 12월31일까지의 대장정을 출발했다.

보건복지부와 북제주군의 후원으로 진행되는 '주거환경 개선 100가구 보수공사'는 자활근로참여자인 북제주자활후견기관 집수리사업단이 관내 수급자 가정 100가구를 대상으로 주거환경개선을 위한 집수리 공사를 실시하게 되는데 이날 공사는 욕실공사.

고두오씨가 사는 집은 작은 한옥집으로 집안에 수도도 보일러도 설치되지 않은 상태. 겨우 비를 막을 정도의 지붕만을 이어 사용하던 주방 겸 세면장이 새단장을 한다. 변변한 가리개도 없어 씻을 때는 이웃집에서 훤히 보일 정도.

▲ ⓒ제주의소리
북제주자활후견기관 집수리사업단은 이날 판넬 등을 이용해 벽을 세우고 지붕을 얹어 사생활을 보장할 수 있는 최소한의 공간을 만드는 공사를 진행했다.

60년 가까이 살아온 고두오씨의 집은 수리해야 할 부분이 한 둘이 아니었다. 보일러공사도 못해 겨우 전기요에 의지해 추운 겨울을 나고 옛 초가형태의 내부에는 변변하게 음식을 준비할 공간도 마련되지 못했다. 오랜 세월에 문지방과 맞붙어 열지도 닫지도 못하는 상태인 문도 태반.

▲ 몇년전 지원받았다는 미닫이문과 맞닿은 낡은 문. 현재 미닫이 문도 자꾸 흘러내려 테이프로 고정시켜 놓은 상태.ⓒ제주의소리
이처럼 손 볼 곳이 많지만 고두오씨는 오늘 집수리 지원행사가 그리 달갑지만은 않았다고.

▲ 고두오씨.ⓒ제주의소리
"한 3~4년 전이었던 것 같다. 집수리를 지원해준다며 와서는 공사를 해준 것이 미닫이 출입문 4짝 달아준 것이 전부이다. 그거 지원해주면서 촬영은 얼마나 하는 지…. 나란히 있는 열지도 닫지도 못하는 문이라도 더 손 봐 달라고 해도 불가능하다고 했다. 지원해 주는 것은 고마운 일이지만 생색내기 식의 지원은 차라리 하지 않은 것만 못하다"는 고씨.

고씨는 "이번 집수리도 지난번처럼 될까 봐 꺼려진 것이 사실인데 아쉬운 사람이 뭘 어쩌겠냐"며 "그래도 오늘 집수리를 지원해 주시는 북제주자활후견기관은 지난번과는 다른 것 같다"고.

"사람이 상처를 받으면 더이상 기대도 하지 않게 되는데 이 기회에 지난 상처가 조금은 치유되는 것 같다"며 "북제주자활후견기관에 고맙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고씨는 "이제 날도 더워지는데 욕실이 완성되면 아무때나 남의 눈치 보지 않고 시원하게 목욕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새로 생기는 욕실에 대한 기대를 나타냈다.

오근수 북제주자활후견기관 관장은 "지난해 수해로 큰 아픔을 겪은 곳이 조천지역이라 이 곳에서 처음 보수공사를 진행하게 됐다"며 "자활근로참여자들에게는 자활의욕을 고취시키고 집수리 기술을 발전시키는 한편 해당가구에는 꼭 필요한 부분에 대한 집수리공사를 지원하는 만큼 뜻깊은 사업"이라고 사업취지를 설명했다.

오 관장은 "'주거환경 개선 100가구 보수공사'는 조천지역을 시작으로 구좌, 애월, 한경, 한림 등으로 진행하고 우도지역의 7가구에 대해서는 기상조건 등을 감안해 시기를 결정할 방침"이라며 "내년에는 추자지역까지 지원을 확장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 동·식물을 정성스럽게 키우는 것이 삶의 낙이라는 고두오씨 집 작은 정원에는 여러가지 나무와 꽃이 한창 싱그러움을 자랑하고 있다.ⓒ제주의소리
꽃과 나무를 좋아해 소박하지만 살뜰한 정원을 꾸미고 있는 고씨. 사과나무, 배나무, 감나무, 무화과나무, 장미, 도리지꽃 등이 가득한 고씨의 작은 정원에 희망과 나눔이라는 씨앗이 하나 더 심어진 날이다. 이 씨앗도 고씨의 사랑과 정성을 담뿍 먹고 또 다른 열매를 맺길 기원한다.

2005 북제주군 주거환경 개선 100가구 보수공사

▲ ⓒ제주의소리
'2005 북제주군 주거환경 개선 100가구 보수공사'는 자활근로참여자의 자활의욕을 고취시키기 위한 사업으로 집수리의 기술력을 발전시키고 자립의 기반을 만들어 가기 위한 북제주군의 지원사업이다.

저소득가정 주거환경 개선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국가제공 사업인 이 공사는 북군 관내 수급자 가정 100가구를 대상으로 1가구당 150만원 이내의 수리공사를 지원한다.

총 사업예산은 1억3000만원으로 오는 12월31일까지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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