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제주 탑밴드 페스티벌] 고교 밴드 10개팀 끼 분출...대상 ‘노네임드1’

풋풋하지만 꾸밈없이 솔직하게, 가슴 속 에너지를 기타와 드럼, 마이크에 맘껏 실어 보낸 시간이었다. 음악을 사랑하는 제주 청소년들의 즐거운 축제 한마당, ‘2015 제주 탑밴드 페스티벌’(이하 제주 탑밴드)이 6일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6일 제주영화문화예술센터(옛 코리아극장)에서 열린 제주 탑밴드에는 음악을 사랑하는 도내 청소년 밴드 10개팀이 한데 모여 그동안 다진 실력을 마음껏 뽐냈다.

창공15, 창공16(이상 남녕고), 큐브(대기고), 맥시멈(서귀포고), Growing(그로잉, 서귀포산과고), The Flat(더플랫, 남주고), 엘비스(애월고), First(퍼스트, 제주일고), Nonamed1(노네임드1, 고교 연합팀), Nonamed2(노네임드2, 고교 연합팀) 등 참가팀들은 갈고 닦은 연주, 노래 실력을 선후배, 친구들에게 선보였다.

행사 시작 몇 시간 전부터 공연장인 제주영화문화예술센터는 모여드는 출연 팀들로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그동안 공들여 연습했던 연주와 가사를 반복하는 예열 작업으로 4층 대기실은 분위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경연의 시작은 남주고등학교 더플랫의 몫이었다. 묵직한 사운드가 일품인 브로큰 발렌타인(Broken Valentine)의 <Vacancy>로 탑밴드의 문을 열었다. 

완전히 다듬어지지 않은 아마추어 청소년 밴드이지만 열정과 패기 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았다. 출연 팀들은 준비한 두 곡을 선보이며 가지각색 다양한 개성으로 듣는 즐거움을 선사했다. 

세계적인 프로그레시브 록 그룹 드림시어터(Dream Theater), 다양한 음악 색깔로 사랑받는 미국의 록 그룹 벅체리(Buckcherry), 국내 대표 록밴드로 불려도 손색없는 갤럭시익스프레스 등을 고른 일종의 정통파 스타일부터 슈퍼키드의 <Rockstar>, 술탄 오브 더 디스코의 <탱탱볼>과 같은 밝은 느낌의 곡으로 관객들의 호응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YB의 <담배가게 아가씨>, 박혜경의 <고백>, 조용필의 <여행을 떠나요>처럼 비교적 문턱을 낮춘 친숙한 노래로 눈도장을 찍었고, 실력파 아이돌 그룹 2NE1과 GD·TOP의 <Can't No Body>, <OH YEAH>를 비롯해 트로트 가수 박상철의 <무조건> 같은 다른 장르의 곡을 편곡한 신선한 무대도 눈에 띄었다.
▲ 제주 청소년들의 음악 축제 2015 제주 탑밴드 페스티벌이 도내 10개 고교 밴드가 참가한 가운데 6일 제주영화문화예술센터에서 개최됐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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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상을 차지한 노네임드1의 보컬 강윤석(사대부고 3) 군이 열창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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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 탑밴드 페스티벌 무대를 보며 환하게 웃음 짓는 청소년.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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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우수상을 차지한 더플랫의 무대.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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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후배 또는 동료의 무대에 환호성을 보내는 청소년 관객들. ⓒ제주의소리

객석을 가득 채운 관객들은 응원하는 팀에 관계없이 공연마다 큰 박수와 호응을 보내며 힘을 불어넣었다. 무대 위에서는 폭발적인 샤우팅과 격렬한 연주를 선보이지만 공연이 끝나고 나면 수줍은 청소년으로 돌아가는 매력도 또 하나의 볼거리였다.

음악평론가 박은석, 뮤지션 방승철·류준영 씨는 심사위원으로서 날카로운 매의 눈과 따뜻한 선배의 마음으로 밴드들을 평가했다.

색다른 이벤트 순서도 이번 제주 탑밴드의 볼거리였다. KBS한국방송이 진행하는 TV서바이벌프로그램 <TOP밴드 시즌 3> 결승에 오른 아시안체어샷이 현장을 찾았다. 결승 전 홍보차원에서 제주를 찾은 아시안체어샷은 이제 막 꿈을 키우는 새싹 뮤지션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2시간 넘게 이어진 경연은 남녕고등학교의 창공15로 마무리됐다. 심사가 이뤄지는 동안 제주 토종 메탈밴드 비니모터가 등장해 <빙떡>, 메탈리카(Metallica)의 <Enter The Sandman> 등을 부르며 수준 높은 실력을 과시했다. 비니모터의 보컬 강완엽 씨는 남녕고 밴드 창공 출신이기도 하다. 

비니모터의 멋진 공연에 참가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무대 앞으로 모여 환호성을 지르며 제주 탑밴드의 화려한 마지막을 즐겼다. 강완엽 씨는 “제주도에서 멋진 로커들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손을 힘차게 치켜세우며 후배들을 응원했다.

제주 탑밴드 1회 때부터 심사를 맡고 있는 박은석 평론가는 심사평에서 “제주 탑밴드는 저에게 늘 즐거운 경험이다. 입시에 학교생활에 쉴 틈 없는 시간 중에 음악을 만들고 연구했던 과정이 눈에 보이기 때문”이라며 “객관적인 실력 차이는 분명히 있지만 밴드는 한 사람이 잘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구성원 모두가 함께 할 때 밴드가 진정으로 완성되는 것”이라고 격려했다.

그는 “제주 탑밴드에 참가했던 여러분 선배 가운데는 프로 뮤지션으로 데뷔한 사람도 있다”면서 “앞으로 여기 모인 청소년들 가운데 얼마나 직업적으로 뮤지션의 길을 갈지 모르겠지만 학창시절 친구들과 함께 한 경험은 소중하게 남을 것이다. 모두들 수고했다”고 말했다.

이석문 제주도교육감을 대신해 참석한 문영택 도교육청 교육국장도 “처음부터 끝까지 여러분의 무대를 지켜보면서 꿈과 끼를 맘껏 발산하는 모습에 감격했다. 제주 탑밴드를 통해 여러분이 품은 열정은 각자의 꿈을 실현시킬 수 있는 자양분이 될 것”이라며 “제주 청소년 여러분의 꿈을 실현하는데 제주도교육청은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영예의 대상은 연주, 보컬 모두에서 빼어난 실력을 보인 노네임드1이 차지했다. 노네임드는 수준급의 연주 실력과 보컬의 음색이 조화를 이루며 심사위원 모두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최우수상은 더플랫이 수상했다. 관객과 적극적으로 호흡하려는 모습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우수상은 그로잉, 장려상은 창공 15와 맥시멈, 인기상은 엘비스와 창공 16이 차지했다. 대상 팀에게는 상금 100만원이 주어졌으며, 최우수상에게는 50만원이 수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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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녕고등학교 밴드 '창공16'의 무대.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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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사평을 전하는 박은석 심사위원.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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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가 청소년들을 격려하는 허진영 제주의소리 공동대표.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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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대상 수상팀 노네임드1과 문영택 제주도교육청 교육국장(왼쪽)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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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 탑밴드 페스티벌을 찾은 KBS한국방송 TV프로그램 <TOP밴드 시즌 3> 결승 진출 밴드 아시안체어샷도 제주 청소년들의 밴드 실력을 극찬하며 격려했다. ⓒ제주의소리

교실 안에서 분출하지 못한 끼와 열정을 맘껏 뽐내는 제주 탑밴드는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에게도 남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이날 막내 아들이 다니는 서귀포산업과학고등학교의 밴드 그로잉을 응원하기 위해 참석한 민하영 씨는 “이런 행사는 이번에 처음 알게 됐는데, 아이들의 예술적인 능력을 발견할 수 있는 자리였다”며 “내가 노래강사로 활동하면서 성인 밴드도 많이 만나보는데 그들과도 실력적인 면에서 전혀 뒤처지지 않아 깜짝 놀랐다”고 소감을 밝혔다.

민 씨는 자신의 딸도 신성여고에서 3년간 밴드 활동을 했다고 덧붙이며 “모든 아이들을 책상 앞에 앉혀 놓고 공부에만 관심을 쏟게 할 수 없는 것 아니냐. 각자가 좋아하는 영역에서 에너지를 분출할 수 있게 장을 마련해주는 역할이 어른들의 몫인 것 같다. 앞으로 이런 기회가 더욱 많이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제주의소리가 주최·주관하는 탑밴드 페스티벌은 올해 4회째로, 2012년 대회에서는 파적(사대부고), 2013년에는 그로잉(서귀포산과고), 2014년에는 창공14(남녕고)가 우승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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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니모터의 열정적인 공연.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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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날 후배들을 위해 찬조 공연에 나선 비니모터의 보컬 강완엽 씨.ⓒ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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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니모터의 공연에 환호하는 청소년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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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귀포고등학교 '맥시멈'의 무대. ⓒ제주의소리
▲ 오른쪽부터 방승철, 류준영, 박은석 심사위원.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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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 탑밴드 페스티벌 참가 학생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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