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애월읍 납읍리. 어머니의 고향마을이다. 소녀시절 어머니가 걸어다녔을 골목길과 거리를 더듬었다. 마을은 조용했다. 19년전 돌아가신 어머니를 기억하는 어른들은 보이지 않았다. 외가댁에 놀러가 동네를 쏘다닐 때 반겨주던 마을사람들. 그들도 없다. 살아계시다면 다 어디로 간 걸까? 어머니의 고향마을도 내 고향 어음리처럼 늙어가고 있었다. 그 옛날 어른들은
한국 도깨비를 돌에 새긴 석공예 명장 우리 도깨비는 대체 어떻게 생겼을까. 오랜 세월 그림책이나 교과서에서 보아온 도깨비의 모습이 맞을까. 머리에 뿔이나 혹이 나고 원시인 옷차림으로 쇠방망이를 들고 있는 모습? 죄송하지만 이 녀석 역시 우리 도깨비가 아니다. 우리 도깨비엔 뿔이나 혹이 달린 경우가 없다. 쇠방망이를 들고 다니지도 않는다. 얄미운 이 녀석은
고향에 다녀오다가 앞서 가는 시골버스를 뒤따라가게 됐다. 속도는 시속 40 정도. 예전에도 그랬다. 급한 사람은 문명의 세계에 몸을 내맡긴 나 혼자일 뿐, 여전히 버스는 과거의 시간 속을 달린다. 그렇게 보였다. 버스 안에는 얼핏 보기에 할아버지 한 분, 할머니 두 분이 앉아 있는 것 같다. 울퉁불퉁했던 꼬부랑길이 포장이 되고 제법 곧게 펼쳐진 도로가 다를
들꽃을 바라보던 아내가 갑자기 숨넘어 가는 소리를 했다. 사진기에 코를 박던 나는 아내가 가리키는 곳으로 눈동자를 굴렸더니 팻말 하나가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