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래 찍힌 사진 한 장을 보고 놀이를 떠올리다돈이 돈을 번다는 말이 있습니다. 놀이도 똑같은 것 같죠. 놀이가 놀이를 벌죠. 무슨 말일까요? 책이란 게 전염성이 강합니다. 독서방법론의 어록 중에 ‘무슨 책을 읽어야 할지 모른다면 어떤 책이든 한 권 잡고 읽어보라. 자연스럽게 다음 책이 떠오를 것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근대 철학의 아버지 데카르트가 한 말이죠. 어린이들과 책 놀이를 하다 보면 오고 가는 대화와 장난 속에서 책 놀이 힌트가 번쩍 뜨일 때가 많습니다. ‘누가 내 머리에 책 쌓았어’(그림책 젠가)는 그렇게 만들어졌습니다
최고의 놀이, 최고의 장난감최악의 놀이는 ‘돈’입니다. 역시 최악의 장난감은 돈으로 만든 것입니다. 소비가 놀이가 된 어린이들의 모습을 보면 눈물이 날 것 같습니다. 과거가 다 좋았던 것은 아니지만 돈과 담을 쌓았던 30년 전의 어린이들은 지금보다 나았던 것 같습니다. 구슬이나 딱지, 공깃돌 같은 저렴한 물건을 사는 데만 돈이 들었고 폭죽 같은 고가의 장난감은 명절 때나 살 수 있었죠. 지금은 어떻습니까? 장난감 전용 매장은 어디서나 볼 수 있습니다. 고가의 장난감들이 어린이와 부모님을 어지럽게 만듭니다. 제가 책 놀이를 만들고 나
3초의 영상을 얻기 위해 60분 동안솔직히 이 놀이에 대한 확신이 없었습니다. 만든 지 얼마 안 되는 놀이인 데다 품이 매우 많이 들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하는지 한 번 들어보실래요? 6m 정도 길이(긴 회의 책상 2개를 이어붙인 정도의 길이)에 책 계단을 만듭니다. 처음에는 한 권, 두 번째는 두 권, 세 번째는 세 권……. 이렇게 끝없이 계단을 만들어야 내리막길을 만들 수 있습니다. 그 위에 기둥을 쌓습니다. 그 위에 다시 고속도로를 덮습니다. 내리막길 고속도로가 완성됐다면 시작 지점에서 탁구공을 놓고 골인 지점까지 통과해야 이
첫째 아이와 책의 첫 번째 만남제 첫째 아이가 돌이 되기 전이었을 겁니다. 아이는 책과 처음 만났습니다. 그 때의 일은 책과 사람의 관계, 그리고 놀이에 대한 저의 생각을 바꿔 놓았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저는 책은 읽는 대상이라고만 생각했거든요. 한창 ‘구강기’에 접어든 아이가 물고 빨아도 좋을 만한 소재의 책을 쥐어주었습니다. 간단한 그림과 알록달록한 색깔들이 담겨 있고 시원한 여름 바다와 하늘이 생각나는 파랑색이 가득했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아이는 책의 내용에는 아랑곳없이 그저 물고 빨다가 지겨워졌는지 집어던졌습니다. 한참
못된 용을 살려주세요“너 지금 왜 그래?”“조용히 하지 못해!”“어디 그렇게 해봐!” 아이를 야단치고 나면 부모는 가슴이 쓰라리지만 혼난 본인은 마음이 어떨까요? 저는 그게 무척 궁금했습니다. 야단을 맞고 난 직후의 아이의 뇌를 관찰하면 대뇌 변연계라는 부분이 활성화되어 있다고 합니다. 대뇌 변연계는 희로애락이나 쾌감, 불쾌감 같은 정서를 담당합니다. 이 부분은 인류가 원시인이었던 몇 백만 년 전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다듬어져 왔으니 어린이가 짜증을 내거나 말썽을 부리거나 회피하는 건 마음이 건강하다는 의미입니다. 감정 코치인
옛날 중국 한(漢)나라 때 장탕(張湯)이라는 어린이가 살고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고을의 공무원이었는데 외출을 하면서 아들에게 집을 보게 했습니다. 아버지가 돌아와 보니 쥐가 고기를 훔쳐간 게 아니겠습니까? 크게 화가 난 아버지는 아들을 매질했습니다. 어린이 장탕은 쥐구멍을 파내 고기를 훔친 쥐와 쥐가 먹다 남은 고깃덩어리를 찾아냈습니다. 장탕은 쥐를 구속시키고 영장과 진술서를 갖춰 재판을 진행했습니다. 판결문을 읽으며 형벌을 주는 것까지 정식 재판과 다름없이 했습니다. 아버지는 아들이 하는 모습과 판결문을 읽고 감탄했습니다. 그리하
색깔과 사랑에 빠진 아이! 상상만 해도 가슴이 설렙니다. 요즘은 물감 놀이를 잘 안해서 아쉽지만, 물감에 빠져서 허우적거리는 어린이들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은 그 자체로 행복입니다. 물감결혼식을 하려면 먼저 튜토리얼 그림책 《파랑이와 노랑이》를 읽어줍니다. 그러고 나서 ‘색깔 대화’를 진행합니다. ‘색깔 대화’는 다음과 같은 주문과 질문으로 시작합니다.“색의 눈으로 보아라, 뾰로롱! 자, 주변에 어떤 색깔이 눈에 들어오나요?”‘숨은 그림 찾기’처럼 ‘숨은 색깔 찾기를 해보겠습니다’라고 관심을 이끌면 좋습니다. 마치 마법사의 주문을 외
“엄마, 아빠와 친구가 될 수 있을까요?”산타클로스를 믿지 않는 어린이 못지않게 부모님, 선생님 등 연장자와 친구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어린이가 많습니다. 친구 상상력이 위축된 모습으로 보여 안타깝습니다. 오늘은 ‘친구 상상력’에 대한 놀이를 가져왔습니다. 초등학생들이 어른이 되는 시대는 지금의 어른보다 더 많은 친구들을 만나고 그들과 함께 일하겠죠? 지구촌이 점점 가까워지고 복잡해지고 있기 때문이죠. 새로운 시대에 어울리는 친구의 상상력이 필요합니다.‘친구 지도 그리기’ 놀이는 자신을 중심으로 관계하는 친구를 마인드맵의 원리로
얼마 전 아이들이 다니는 초등학교에서 특별수업을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학교에서 국어와 체육 통합수업으로 정규 수업 시간을 배정해 주셨습니다. 아이의 담임선생님은 수업 내용인 정크아트에 대한 사전 수업과 준비물을 상세히 안내해주셔서 재밌는 볼거리를 많이 만들 수 있었습니다. 학창 시절 생각이 났습니다. ‘야외수업’이라는 한마디에 며칠 전부터 설렜던 마음. 틀에 박힌 학교와 교실에서 잠시만이라도 일탈해 숨을 쉬어보고 싶은 욕구가 없는 어린이는 없을 것입니다. 만약 이 수업을 제주시의 어떤 초등학교에서 한다면, 서귀포의 한 초등학생이
첫째 날, 자연 그리기 놀이수업“광령초에 하나뿐인 요정이에요.”“해파리 요정은 해파리를 조종할 수 있어요.”“고구마 껍질로 만든 고구마 요정은요. 화가 나면 맛 없는 고구마가 나오고요. 기분 좋으면 맛있는 고구마가 나와요.”“사무라이 요정이 칼 연습을 할 때 감자 요정이 감자 칼을 던져줘요.”담이 없는 광령초등학교 쉼터에서 교실로 쓸 만한 데크를 빗자루로 쓸고나니 멀리서 스무 명 남짓 어린이들이 몰려오는 모습이 보입니다. 재잘대는 아이들, 뛰어오는 아이들, 장난치는 아이들, 큰 소리로 웃는 아이들, 대견하게 선생님과 함께 짐을 들고
"정말 재미없었어요!" 아이들의 일갈에 귀를 기울이며3년 전의 일이다. 서귀포의 한 도서관으로부터 '어린이를 위한 제주4.3 교육'을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그때만 해도 별 생각이 없었다. 제주4.3을 소재로 다룬 유명한 그림책 (평화를품은책)을 읽고, 그 외에 제주도에 관한 몇몇 그림책을 골라서 수업을 준비했다. 서귀포 지역 초등학교에 다니는 3~6학년 어린이들은 표정으로 이미 대답을 하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수업이 마무리될 즈음에는 마치 들고일어날 것 같은 기세였다. "수업이 재미 없었지?"하는 자신 없는 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