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환경운동연합 "감사위 잘못된 유권해석...관련 의혹 사법기관 수사 의뢰해야"

제주시가 지난해 3월부터 진행중인 한경면 고산리 3616-16번지와 산8번지 등에서 토석 낙하 방지를 위한 정비사업 현장. [사진제공-제주환경운동연합]
제주시가 지난해 3월부터 진행중인 한경면 고산리 3616-16번지와 산8번지 등에서 토석 낙하 방지를 위한 정비사업 현장. [사진제공-제주환경운동연합]

절대보전지역인 제주시 한경면 당산봉 급경사지 정비사업의 경관훼손 논란과 관련, 주민의견 수렴이 미흡했다는 지적과 소규모환경영향평가 회피 의혹 등에 대해 제주도 감사위원회가 ‘문제 없다’는 결론을 내리면서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12일 “주요 문제제기에 대한 뚜렷한 설명 없이 문제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은 제 식구 감싸기에 불과하다”고 성토하며 사법기관에 수사를 의뢰할 것을 촉구했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이날 논평을 내고 “당산봉 급경사지 정비공사에 대한 감사위의 조사 결과에서 특혜 시비를 빚었던 매입 토지 감정가 부풀리기와 불법건축물 묵인 등에 대한 의혹제기는 사실로 밝혀졌다”면서도 “하지만 핵심적인 문제지적에 대해서는 ‘문제없음’으로 결론지었고, 토지주와 감정평가사, 관계공무원간의 유착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에 대해서도 특별한 문제제기 없이 주의통보만 내렸다”고 유감을 표했다.

이번 논란은 지난해 3월부터 제주시가 한경면 고산리 3616-16번지와 산8번지 등 당산봉 일대에서 토석 낙하 방지를 위한 정비사업을 진행하면서 불거졌다. 절대보전지역이 40%나 편입된 정비구간의 경사면을 대폭 깎아 1만4000㎥의 토공량이 발생하면서 원 지형과 경관이 상실되는 문제가 제기됐다.

특히 제주시는 2014년 10월 당산봉 일대 1만4500㎡를 붕괴위험지역 D등급으로 지정했지만, 이 지역 중 상당부분을 제외하고 실제 공사는 경사면 정비공사 4002㎡와 낙석방지망 공사 1547㎡ 등 5549㎡을 대상으로 이뤄지면서 편법적 쪼개기 공사라는 의구심이 표출됐다.

현행 소규모환경영향평가 평가대상에는 보전관리지역이 1만㎡이상 포함될 경우 반드시 소규모환경영향평가를 이행하도록 돼 있고, 미만이면 환경영향평가 절차를 피해갈 수 있다는 점을 악용했다는 의혹이었다.

최초 제주환경운동연합의 문제 제기로 실시된 이번 도감사위원회 조사의 핵심은 △주민들에게 제대로 된 설명 없이 공사가 이뤄졌던 점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회피하려 했다는 의혹 △편입토지의 감정가가 부풀려지고 불법건축물이 묵인되는 등 특정인에 대한 특혜가 있었다는 점 등 3가지였다.

이중 편입토지의 감정가 부풀리기 의혹은 일부 사실로 드러났다. 제주시가 사업을 추진하면서 2018년 5월 사유지 5456㎡를 매입했는데 당시 해당 토지의 공시지가는 1억260여만원으로 파악됐음에도 불구하고 제주시가 감정평가법인 4곳이 정한 감정가를 바탕으로 6억9500만원 가량의 토지 보상금을 지급하는 등 공시지가의 6배가 넘는 금액을 책정했다는 것이다.

또 공사구간이 붕괴될 시 피해가 우려되는 불법건축물에 대한 이행강제금 부과 조치도 2012년 12월 한 차례 부과한 뒤 지난해 9월 자진 철거가 이뤄지기 전까지 추가로 부과되지 않아 건축법을 위반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반해 감사위는 이중 주민 의견수렴이 미흡했던 부분과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회피하려 했던 의혹과 관련해서는 사실상 ‘문제없음’으로 결론을 냈다.

주민들에 대한 의견수렴이 미흡했다는 점과 관련해서는 “의견수렴 절차에 대한 규정이 없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 감사위의 결론이다. 또 감사위는 2013년 풍수해저감종합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지역주민 설명회를 개최했고, 2014년 9월 급경사지 붕괴위험지구 지정에 따른 행정예고를 통해 주민의견 수렴 등의 절차를 이행했다고 판단했다.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등 행정절차 이행 회피 의혹과 관련해서는 “이 공사는 실시계획에 따른 정비사업 총 면적이 5549㎡에 해당하므로 환경영향평가법 상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대상사업에 해당된다고 볼 수 없다”고 결론내렸다.

또 “환경영향평가 대상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 면적은 정비사업 계획 면적을 의미한다고 봐야 하며, 이 건 정비사업은 현장여건과 사업의 경제성 등을 고려해 정비사업 대상 면적과 공법 등이 정해졌고, 이 외에 사업대상 면적을 추가하거나 확대한다는 내용의 계획은 달리 확인되지 않는다”고 봤다.

제주시가 지난해 3월부터 진행중인 한경면 고산리 3616-16번지와 산8번지 등에서 토석 낙하 방지를 위한 정비사업 현장. [사진제공-제주환경운동연합]
제주시가 지난해 3월부터 진행중인 한경면 고산리 3616-16번지와 산8번지 등에서 토석 낙하 방지를 위한 정비사업 현장. [사진제공-제주환경운동연합]

그러나 제주환경운동연합은 이 같은 결과가 ‘제 식구 감싸기’에 불과하다고 성토했다.

주민 의견수렴 미흡과 관련한 문제에 대해 “최근 각종 공사와 개발 사업에서 주민들에게 정보를 미흡하게 제공하고 의견수렴을 제대로 하지 않아 심각한 갈등으로 비화되는 사례가 늘고 있음을 감안한다면 감사위원회의 판단은 제주도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그나마 했다는 주민설명회도 2013년과 2014년 두 번에 불과한데 당시는 공사에 대한 직접적인 실시계획이나 도면이 나오지 않은 상태였다. 말 그대로 백지에 가까운 상태에서 정비공사의 필요성을 언급하는 정도의 설명회를 의견수렴의 자리로 충분하다고 판단한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소규모환경영향평가 회피 의혹에 대해서도 “감사위의 결론은 명백히 잘못된 유권해석”이라며 “1만4500㎡의 지역을 붕괴위험지역 D등급으로 지정해놓고 실제 공사는 경사면 정비공사 4002㎡와 낙석방지망 공사 1547㎡ 등 5549㎡이라는 이유로 문제가 없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도대체 왜 1만4500㎡를 붕괴위험지역으로 지정했는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고 비판했다.

또 “항구와 맞닿은 절벽부분에 대한 공사가 다 이뤄진 것도 아니다. 아직 위험구간이 남아있음에도 앞으로 공사계획이 없으니 문제가 아니라는 해석 역시 비상식적”이라며 “만약 공사구간이 남은 위험구간까지 확대되면 전체공사규모는 8000여㎡까지 넓어질 수 있다. 이 경우 소규모환경영향평가 평가대상이 된다. 이런 사항은 감사위의 판단에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편입 토지의 감정가가 부풀려진 문제와 불법 건축물에 대한 묵인 등이 확인됐고 이 과정에서 특정인이 상당한 특혜와 이익을 봤지만 이에 대한 조치사항은 주의가 전부다. 행정력과 도민세금이 낭비되는 문제가 발생했음에도 이에 대해 솜방망이 처분을 내렸다”며 “더 큰 문제는 감정가를 부풀리고 불법건축물을 묵인하는 과정에 토지주, 감정평가사, 관계공무원간의 유착관계가 있었는지에 대한 사법기관의 수사가 필요함에도 감사위원회는 이를 수사의뢰하지 않았다는 점”이라고 주장했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이런 결과물이 만들어진 가장 큰 이유는 감사위의 도정견제와 감시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구조적 문제에 기인하는 부분이 크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본연에 책임과 소명을 다하지 않음에 대한 직무태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며 “당산봉 급경사지 정비공사 등에 대한 제대로 된 재조사와 동시에 수사기관에 수사의뢰를 진행해 사법적 판단과 처벌을 받도록 해야 마땅하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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