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위, 국책연구기관 검토의견 누락-왜곡...환경정책과 주의-공무원 훈계 솜방망이

송악산 전경과 제주환경운동연합이 공개한 송악산 사업의 환경영향평가 검토의견서. 문서 정보를 보면 작성 주체가 대행업체 직원으로 명시돼 있다. 제공=제주환경운동연합.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송악산 전경.

국책연구기관의 환경영향평가 검토의견을 제주도가 누락하거나 왜곡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다. 

또한 국책연구기관 환경영향평가 검토의견을 사업자측에 미리 보내는 등 사업자 편의를 제공한 사실도 감사위원회 감사 결과 확인됐다.

그럼에도 감사위는 제주도 환경정책과에 대해서는 '주의' 처분을, 검토의견을 누락하고 사업자 편의를 봐준 공무원에게는 '훈계'라는 솜방망이 처분을 요구했다.

제주도 감사위원회는 제주환경운동연합이 제기한 '각종 개발사업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전문기관 검토의견 누락 및 사업자측 검토의견 작성 개입 의혹' 조사의뢰에 대한 결과를 12일 발표했다.

제주환경연합은 지난 4월28일 뉴오션타운 조성사업 환경영향평가서(본안)을 포함해 최소 7건의 개발사업에서 환경영향평가 전문기관의 검토의견 누락이나 변경된 사실에 대한 조사를 의뢰했다.

대상사업은 백통신원 제주리조트 개발사업 환경영향평가서(본안), (주)낙원산업 토석채취 확장사업 환경영향평가서(본안), 오성개발 주식회사 토석채취사업(증설) 환경영향평가서(본안), 다려석산 토석채취사업 환경영향평가서(본안)다.

감사위는 "제주도 환경정책과는 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한 협의신청서를 제출하면 국책연구기관인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의 검토의견서를 받아 승인부서 기관장에게 통보해야 한다"며 "하지만 업무담당자가 임의로 판단해 검토의견 일부내용을 누락하거나 수정.보완하는 방법으로 작성해 승인기관에 통보했다"고 지적했다.

송악산 전경과 제주환경운동연합이 공개한 송악산 사업의 환경영향평가 검토의견서. 문서 정보를 보면 작성 주체가 대행업체 직원으로 명시돼 있다. 제공=제주환경운동연합.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제주환경운동연합이 공개한 송악산 사업의 환경영향평가 검토의견서. 문서 정보를 보면 작성 주체가 대행업체 직원으로 명시돼 있다. 제공=제주환경운동연합.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감사위는 "그결과 환경영향평가 전문기관의 검토의견을 협의기관에서 고의로 누락.수정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며 "환경영향평가 제도 운영에 대한 신뢰 및 투명성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밝혔다.

또 "2014년 12월 송악산 개발사업 환경영향평가서 본안이 접수되자 환경정책과는 KEI에 요청해 검토의견을 통보받은 후 2015년 2월 사업승인부서로 검토의견을 통보했고, 2017년 사업승인부서에서 검토보완서가 제출되자 종합의견서를 작성해 5월19일 환경영향평가심의위원회에 상정했다"며 "하지만 2015년 1월26일 KEI에서 통보된 검토의견(원문) 파일을 사업승인부서를 거치지 않고 사업자에게 제공했다"고 밝혔다.

감사위는 "결국 사업자의 환경영향평가 대행업체는 검토의견 파일을 그대로 활용해 일부 내용을 수정.작성한 후 관계부서와 심의위원 의견을 추가해 협의기관의 검토의견을 작성했다"며 "그 결과 환경단체로부터 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한 평가부서와 검토의견 작성에 이해관계자인 사업자측이 관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감사위는 조치사항으로 원희룡 지사에게 "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한 전문기관의 검토의견을 작성함에 있어 공정하고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작성하고, 전문기관 등에서 제출한 검토의견을 제시해 검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환경영향평가 정보지원시스템을 통해 업무의 투명성을 제고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감사위는 "환경영향평가서의 검토의견서를 작성하면서 이해관계자인 사업자 등의 검토의견 작성에 관여하는 일이 없도록 환경영향평가 업무를 철저히 하고, 관련 업무를 부적정하게 처리한 환경정책과 담장자에게 훈계 조치하라"고 처분 요구했다.

조사를 의뢰한 제주환경운동연합은 곧바로 성명을 내고 "제주도가 부인해 왔던 송악산 뉴오션타운 개발사업의 사업자측이 환경영향평가 검토의견 작성과정에 개입한 사실이 제주도감사위원회 조사로 확인됐다"며 "제주도의 거짓말이 확인되고, 법적인 책임까지 져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비판했다.

환경운동연합은 "하지만 감사위원회의 처분결과는 당혹스럽다"며 "환경영향평가가 허술하게 이뤄진 것을 넘어 제주도 공무원과 사업자간 행정문서가 아무렇게 오가고, 검토의견을 제멋대로 작성돼 왔다는 사실이 확인됐지만 처분내용은 솜방망이 자체"라고 감사위를 겨냥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이번 문제는 단순히 훈계나 주의로 끝날 일이 아니"라며 "환경영향평가 업무와 관련해 사업자와 담당공무원의 관행적인 유착관계가 사실로 밝혀졌을 뿐만 아니라 이 과정에서 수많은 위법사항이 발견됐다"고 날을 세워다.

환경운동연합은 "제주도는 이번 감사결과에 대해 도민사회에 분명히 사과하고, 재발방지 대책 마련은 물론 위법사항에 대한 수사를 즉각 의뢰해야 한다"며 "만약 이번 사안을 유야무야 넘기려 한다면 청렴도 꼴찌 자치단체의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도민사회의 강력한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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