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영리병원 반대단체, 3만 시민 탄원서 대법원 제출 “생명권, 돈벌이 수단 돼선 안 돼”

제주영리병원 개설 허가 취소를 촉구하는 단체들은 16일 오전 10시 30분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대법원이 제주영리병원 개설 허가 취소 판결을 내려줄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제주의소리
제주영리병원 개설 허가 취소를 촉구하는 단체들은 16일 오전 10시 30분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대법원이 제주영리병원 개설 허가 취소 판결을 내려줄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제주의소리

국내 최초 제주영리병원 개설 허가 취소 처분에 대한 소송이 1심과 2심 재판부 판단이 엇갈려 대법원 최종 판단을 앞둔 가운데 제주지역 시민사회단체와 정당이 탄원서를 제출하며 허가 취소를 촉구했다. 

제주영리병원 개설 허가 취소를 촉구하는 단체들은 16일 오전 10시 30분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법원은 제주영리병원 개설 허가를 취소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 대법원 앞에서도 같은 회견이 동시에 개최됐다.

회견 참가 단체는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 △의료민영화·영리화 저지와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범국민운동본부 △의료영리화 저지와 의료 공공성 강화를 위한 제주도민운동본부 △좋은공공병원만들기운동본부(준) △전국민중행동(준) 등이다.

이들 단체는 “국민의 생명이 위기에 처한 지금, 대법원은 헌법에 기초한 국민 생명권 보호를 위해 돈벌이 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 개설허가를 지금 당장 취소하라”고 촉구했다. 

국내 최초 영리병원으로 추진된 녹지국제병원을 둘러싼 소송전은 2018년 12월 5일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가 외국인만 진료토록 하는 조건부 개설 허가 결정을 내리며 시작됐다. 

녹지병원 측은 조건부 개설 허가에 반발하며 2019년 2월 14일 제주도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하며 영업을 하지 않았고, 이에 원 전 지사는 같은 해 4월 개설 허가를 취소했다. 

제주도의 개설 허가 취소 처분에 녹지병원 측은 이에 대한 소송전을 진행, 1심인 제주지방법원에서 제주도의 취소 처분이 적법하다는 판결이 내려졌다. 하지만 녹지병원 측의 항소로 진행된 2심에서 광주고등법원은 판결을 뒤집어 녹지병원 측의 손을 들어줬고 현재 대법원 판결만 남겨둔 상태다. 

회견에 앞서 홍영철 제주참여환경연대 공동대표는 “원 전 지사가 조건부 개설 허가 자체를 불허했다면 이 같은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설령 소송전이 벌어졌어도 지금보다는 나았을 것”이라고 맹렬히 비판했다. 

이어 “마지막 대법원 판결을 앞둔 시점에서 어느 것도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내 최초 영리병원 탄생으로 공공의료가 무너져 최악으로 치닫는 분수령에 있다는 것을 대법원에 알리고 국민을 위한 판결을 내리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3만여 명의 탄원서 제출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인은 원 전 지사에게 있지만 녹지 측이 내세우는 소송은 정당하지 못하다. 사업계획에서 외국인을 대상으로 진료하겠다 밝혀놓고 내국인 진료 금지 조건 때문에 병원을 개설하지 않았다는 것은 본인들 약속을 어기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제주영리병원 개설 허가 취소를 촉구하는 단체들은 16일 오전 10시 30분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대법원이 제주영리병원 개설 허가 취소 판결을 내려줄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제주의소리
제주영리병원 개설 허가 취소를 촉구하는 단체들은 16일 오전 10시 30분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대법원이 제주영리병원 개설 허가 취소 판결을 내려줄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제주의소리

이들 단체는 회견문을 통해 “코로나19로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고 공공병상과 공공인력 부재로 국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며 “이 비참한 시기에 우리는 대법원 앞에 영리병원 취소를 촉구하는 탄원서를 들고 나섰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전국 3만1351명의 시민이 시대를 역행해 추진된 원 전 지사의 영리병원 허가를 취소하기 위해 탄원서에 서명했다”며 “탄원서는 국내 1호 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에 대한 개설허가 취소 판결을 확정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우리는 국민 건강과 생명권을 침해하고 의료가 돈벌이 수단으로 변질되는 것을 막아내기 위해 의료민영화를 반대해 왔다”며 “의료체계가 공공적인 모습을 갖추기 위해서는 공공의료 확충, 공공성 강화, 보건의료 인력 확충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코로나19 환자의 생명을 살리는 일에 집중 투입되는 곳은 공공병원이다. 정부 병상 동원 명령에도 제대로 협조하지 않는 일부 병원도 있다”며 “건강보험 환자를 받는 민간병원 행태가 지금도 이런데 건강보험환자는 받지도 않는 영리병원은 어떤 모습이겠나”라고 꼬집었다. 

이어 “제주만 해도 여러 차례 영리병원 설립 시도가 있었으나 단 한 차례도 설립되지 않았다. 의료는 상품이 아니며 공공재라는 국민 기본 인식이 수십 년간의 시도를 막아온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제주도의 녹지국제병원 개설 허가 취소는 당연한 결정이었으며, 지난 2018년 숙의민주주의 결정에 따른 도민 선택도 공공의료를 약화시키는 영리병원 불허였다”며 “의료는 모든 국민이 평등하게 누려야 할 기본권리다”라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국민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병원이 생긴다는 것은 튼튼한 공공의료 댐에 구멍을 내는 것과 같다. 구멍은 결국 커져 공공의료 댐을 완전히 붕괴시킬 것”이라며 “녹지국제병원 개설 문제는 단순한 것이 아니라 전 국민의 건강과 생명권이 달린 문제”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들 단체는 “코로나 팬데믹은 공공의료 강화만이 국민 건강과 생명권을 지킬 수 있다고 알려준다”며 “국민 건강과 생명권이 누군가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대법원 재판부의 현명한 판결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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