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기업이 세상을 바꾼다 - (1) ‘기업이 잘 되면 국민도 잘되는 세상’

 

최근 ‘경제민주화’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사회적경제’가 새로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제주의소리>에서는 <제주사회적경제 네트워크>와 함께 일반인들에게 다소 생소한 사회적경제의 개념을 구체적으로 풀어서 제공하는 동시에, 매주 사회적경제를 구성하는 사회적기업-마을기업-자활기업 등을 차례로 탐방할 계획이다. 특히 이들이 우리의 삶과 분리돼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일상 가까이에 있고, 우리와 직접 연관된다는 점에서 독자들에게도 유의미한 기회가 될 것이다.

 

▲ 아름다운가게 LA매장 내부 사진. 한국의 대표적인 사회적기업 '아름다운가게'는 창립한지 10년도 안돼 전국에 130개 지점을 내고 매출액이 280억을 넘어섰다. 지난해 9월에는 LA에도 매장을 냈다. <사진=아름다운가게 제공>

거리를 지나다 ‘아름다운 가게’라고 적힌 초록색 간판을 단 상점을 본 적이 누구나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 곳인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혹자는 어느 시민단체가 운영하는 재활용 가게 정도로 생각할 지 모르지만 이 곳의 연 매출이 280억이 넘는다는 것을 알게 되면 입이 떡 벌어질 것이다. 더 놀라운 사실은 이 기업이 영업이익을 그대로 사회에 환원한다는 점이다.

2002년 3월 창립한 사회적기업 ‘아름다운 가게’는 시민들이 기증한 물품을 판매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한 수익으로 어려운 이웃을 돕는다는 단순한 구조로 운영된다. 하지만 이 단순함에서 시작된 힘은 연 매출 280억 이상의 규모있는 기업으로 아름다운 가게를 키웠다.

이 사회적기업의 힘은 단순히 280억을 벌어들인다는 데 있지 않다. 아름다운가게는 폐품을 이용한 상품제조, 재활용 디자인사업, 취약계층 교육프로그램, 교육사업 등을 통해 보통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이득을 돌려준다.

그 동안 아름다운가게의 재활용사업으로 당초 환경부에서 재활용가게 프로젝트나 각 구청 재활용 센터 지원을 위해, 또 쓰레기 분리수거 시스템 운영, 수거차량 운영 등에 524억원의 비용이 절약됐다.

또 그대로 폐기물로 버려질뻔한 물건들에 새로운 경제가치를 부여해 매립, 소각, 재활용품 처리에 대해 절감한 사회적 편익만 591억으로 추정된다. 사용기한 연장으로 해당 신상품에 대한 대체사용효과까지 감안하면 이들이 사회에 가져다 주는 긍정적 효과는 천문학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타 기업에서는 생긴 이익을 주주들이 그대로 가져가거나 일부 간부들의 인센티브로 혹은 그대로 계좌에 쌓아두는 경우가 많지만 사회적기업인 아름다운 가게는 이마저 다시 사회에 환원한다. 

단순히 기부하는 수준이 아니라 그들의 사업에 재투자해 지속적인 수익을 만든다.

그리고 이 이득은 곧바로 일반 국민들에게 돌아간다. 2011년 아름다운 가게의 재무보고를 확인해보면 수입이 285억인데, 지출도 285억이다. 소외계층 생활개선과 교육 정서지원을 중심으로 하는 ‘나눔사업’에 40억원을, 나눔장터부터 나눔학교 등 ‘공익사업’에 17억원을 지출하는 것을 비롯해 공정무역, 재활용사업에 다시 수입을 투자했다. 가장 많은 퍼센티지를 차지하는 것 역시 기증물품순환사업에 투여되는 사업비다.

쉽게 말해 인건비를 제하고 나머지 액수를 그대로 그들의 공익사업에 그대로 투자하는 셈이다.

더 놀라운 것은 사회적가치를 위해 대부분을 재투자 하고서도 계속해서 지점 수와 매출액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2003년 안국점 1개를 시작으로 한 지점수는 2012년 11월 서귀포점에 이르기까지 전국 130개까지 확장했다. 환경보호과 취약계층 지원이라는 두 가지 토끼를 잡은 것이다.

노숙자들이 직업을 갖게 되다

 

▲ 영국에서 탄생한 '빅이슈'는 노숙자의 자활을 돕는 대표적인 사회적기업이다. ⓒBig Issue

해외에서 사회적기업은 자본주의의 맹점을 보완하는 장치로 이미 자리를 잡았다.

1991년 영국에서 창간한 ‘빅이슈’라는 대중문화잡지는 노숙자들을 통해서만 판매된다. 편집국은 잡지의 컨텐츠를 흥미롭게 만드는  노력과 동시에 노숙자들이 직접 거리에서 잡지를 팔게 하고, 수익의 50%를 다시 이들에게 돌려준다. 2주간 꾸준히 판매하면 정식 판매원으로 등록돼 본인이 거주할 고시원 방을 1개월 동안 지원받고 그 이후에는 본인의 판매수익으로 고시원 비용을 충당해야 한다.

노숙자들은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는 과정에서 비즈니스 스킬을 키우고 자신감을 회복한다. 그리고 이런 방식으로 이들이 저축을 하도록 유도하여 직업을 갖게 만든다. 영국에서만 5500만명이 빅이슈를 판매하며 거리생활을 청산하고 자활에 성공했다.

취약계층 일자리 지원과 동시에 이들을 지속적인 소비가 가능한 계층으로 만드는 효과를 나타낸 것이다.

‘더 바디샵(The Body Shop)'은 국내에도 잘 알려진 화장품 회사로 동물실험 반대가 기본적 회사방침이다. 더 바디샵은 그 동안 개발도상국을 저가 착취 대상으로 여기던 기존 선진국 기업의 태도에서 벗어나 제 3세계 생산자로부터 원료나 악세사리를 공정한 가격으로 구매한다. 수익의 상당부분을 공익캠페인에 지원하고, 좀 더 가격이 나가도 재생용기를 우선순위로 생산한다.

한국에도 제법 자리를 잡은 사회적기업들이 있다.

‘도서출판 점자’는 눈이 보이지 않는 이들을 위해 점자도서를 전문으로 만드는 동시에 교육사각지대에 놓인 시각장애인들에게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사회적약자에게 꼭 필요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나름대로 수익모델을 구축했다는 점에서 도서출판 점자 역시 사회적가치를 실현하는 기업인 사회적기업이다.

사회은퇴자를 전문으로 고용하는 ‘함께 일하는 세상’, 제 3세계의 노동자 착취를 거부하고 공정무역으로 나온 커피만을 판매하는 ‘카페티모르’ 역시 대표적인 한국의 사회적기업이다.

이처럼 사회적 기업은 일시적 기부를 하거나 자선사업을 하는 것 아니라 ‘구조’를 바꿔 일반 사회구성원들에게 골고루 이익이 돌아간다는 점이 가장 큰 강점이다. 동시에 단순히 누군가의 지원을 받는 ‘자선사업’이 아니라 독자적인 수익모델을 갖춘 기업이다.

사회적 가치와 윤리를 중시하는 만큼 근로자들에 대한 합당한 대우를 보장하는 것도 당연하다.

사회적기업이 왜 필요한가?

 

▲ 최근 10여년간 대기업들은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중소기업과 일반시민, 영세업자들은 죽을 맛이다. 사진은 대기업불공정근절연석회의, 가맹점사업자단체협의회 및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지난해 12월 12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 파이낸스빌딩 앞에서 대기업불공정거래행위 근절 촉구 대회를 여는 장면. ⓒ뉴시스

대한민국 국민들은 그 동안 ‘기업이 잘되면 국민도 잘 될 것’이라는 믿음 속에 대기업들의 승승장구를 뿌듯해왔다. 하지만 이 믿음과는 다르게 양극화는 점점 심해졌고 중소기업들은 낭떠리지에 몰렸다.

경제개혁연대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여년간 5대 재벌의 자산규모는 엄청나게 급증했다. 2001년 17조였던 롯데의 자산은 77조로 늘어났고 같은 기간 현대자동차는 41조에서 126조로, 삼성은 72조에서 320조로 급격히 불어났다.

하지만 같은 기간 서민들의 삶은 더욱 어려워졌다. 대기업이 골목 빵집, 순대, 치킨, 떡볶이까지 사업까지 손을 대면서 영세 상인들은 더더욱 궁지에 몰리게 됐다.

1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가계소득 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국민총소득(GNI) 가운데 기업소득 비중은 8% 상승하는 사이 기업소득 비중은 10% 감소했다. 1990년대까지 연평균 10% 성장하던 자영업자의 영업이익은 2000년대 이후 1.5%로 급격하게 떨어졌다.

이 보고서에는 기업들의 영업이익 증가율을 임금 증가율이 쫓아가지 못한다는 점도 나타나있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 10년간 영업이익은 8배 급증했지만 직원 급여 증가 폭은 2배가 되지 못한다. 하청업체나 중소기업의 경우 사정은 더욱 심각하다.

중소기업중앙회의 '2012년 중소기업 위상지표'에 따르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는 2005년 1천900만원(중소기업 2천만원, 대기업 3천900만원)에서 2010년 2천900만원(중소기업 2천500만원, 대기업 5천400만원)으로 더 확대됐다.

지난 해 가계부채는 역대 최고치인 1000조에 이르렀고, 2001년 전체임금근로자의 27%였던 비정규직 비율은 현재 50%를 넘어섰다.

국민소득이 역대최고치를 기록하고 대기업들은 세계시장에서도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하청업체로 살아남기 더더욱 힘들어진 중소기업들, 늘어나는 가계부채, 나아지지 않는 청년실업난은 더 이상 기업이 잘 살아도 국민이 잘 살지 못하는 현실을 드러냈다.

소위 말하는 낙수효과가 무용지물이 된 것이다.

‘기업이 잘 되면 국민도 잘 사는’ 사회를 위해

이와 같은 낙수효과에 대한 의문은 자연스레 ‘경제민주화’를 시대적 화두로 불러왔다. 분명 대한민국의 주요 경제수치와 주요기업들의 이익은 늘어났지만 서민들의 삶은 더 어려워지는 것을 누구도 두고볼 수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 한 가운데서 ‘사회적기업’은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앞서 살펴본 아름다운 가게와 같이 수익의 대부분을 취약계층 취업, 지역사회 활성화, 사회서비스 확충 등에 재투자하기 때문에 기업이 잘 살면 국민도 잘 살수있는 구조’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가능성 때문이다.

현재 한국에는 사회적 기업이 774개와 1500여개의 예비사회적기업이, 제주에는 17개의 사회적기업과 41개의 예비사회적기업이 존재한다.

이들 중에는 청소노동자들에 대한 부당한 처우에 반대해 4대 보험과 비교적 높은 수준의 초봉, 퇴직금을 보장하는 청소기업부터 친환경농산물을 제조하고 여기서 나온 수익으로 마을 주민들의 사랑방 역할을 하는 카페를 운영하는 사회적기업도 있다.

사회적기업들이 더욱 자리를 잡아 더 큰 ‘선순환구조’를 만들어낸다면 도민들의 삶의 질이 높아지고, 우리가 고민하는 사회적 문제들이 조금씩 해결가능해질 것이라는 무리한 기대가 아니다. 특히 이들이 ‘제2의 아름다운가게’로 성장한다면 한국사회가 겪는 여러 가지 문제들을 극복하고 ‘지속가능한 자본주의’로 나아갈 수 있다는 관측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10인 미만 사업장이 전체 제조업 기업 중 90%를 차지하고 자체 프랜차이즈 개발에 목을 매고 있는 제주의 경우 사회적기업이 지역사회를 지탱할 새로운 뿌리가 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는 것이다.  <제주의소리>

<문준영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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