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기업이 세상을 바꾼다 - (3) 청소·방역 전문 사회적기업 클린서비스 보금자리

 

최근 ‘경제민주화’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사회적경제’가 새로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제주의소리>에서는 <제주사회적경제 네트워크>와 함께 일반인들에게 다소 생소한 사회적경제의 개념을 구체적으로 풀어서 제공하는 동시에, 매주 사회적경제를 구성하는 사회적기업-마을기업-자활기업 등을 차례로 탐방할 계획이다. 특히 이들이 우리의 삶과 분리돼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일상 가까이에 있고, 우리와 직접 연관된다는 점에서 독자들에게도 유의미한 기회가 될 것이다.

 

▲ 이 청소업체는 가격을 깎는 법이 없다. 정당한 대가를 받으면서 동시에 '정말 소독과 방역을 제대로 한다'는 원칙때문이다. 그래서 종종 오해를 받기도 하지만, 살균까지 정해진 가이드라인 대로, 말 그대로 제대로 소독과 방역을 하는 풍조를 만드는 것이 이 회사의 또 다른 목표다. ⓒ제주의소리

청소노동자들의 빈약한 실태는 종종 사회적 이슈를 낳는다. 특히 대학교 청소노동자들의 파업이 이슈가 된 게 불과 1년 전이다. 업계 내부 사정을 아는 이들은 그럴 수 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지만 하루아침에 쉽게 바뀔 일은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청소노동자들에게 기쁨과 자부심을 안겨주는 게 목적이라는 기업이 있다.

‘클린서비스 보금자리’는 취약계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사회적기업이다. 설립된 지 5년이 지나(인증 사회적기업이 되면 3년간 노동부로부터 인건비와 운영비 일부를 지원받는다) 이제는 정부지원도 받지 않고 스스로 꾸준한 수익모델을 통해 성장하고 있는 곳이다. 정부지원이 끝나자마자 털썩 쓰러져버리는 곳과 달리 이곳은 앞으로도 지속가능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 소독업체는 종종 재능기부를 통해 사회공헌을 한다. 임대아파트나 복지시설을 무료로 소독·방역 해주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사회적기업이라고 불릴 수는 없을 터. 클린서비스 보금자리의 이영호(51) 대표에게 구체적으로 물어봤다.

우선 그에게 사회적기업을 어떻게 시작하게 됐는지 물었다. 혹시 감동적이고 애틋한 사연이나 동기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웃으며 “특별한 사연이나 동기는 없다”고 말했다. 계속 캐묻다보니 20대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갔다.

학생운동에서부터 시작해 시민운동부터 지역자활센터 운영까지 그는 ‘어떻게 하면 좀 더 살만한 세상을 만들까’ 고민해왔다. 그러다 그가 찾은 답이 ‘사회적기업’이다. 그는 “어떤 계기가 있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이뤄진 것으로, 시민운동의 추상적 주의, 주장보다는 현실적인 실현물을 만들고 싶어서 이렇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를 만나기 전 웃는 얼굴로 ‘사회적기업이 이래서 좋아요!’라고 말해줄 것이라 상상하기도 했지만, 막상 만난 그는 냉철하고 비판적으로 사회적기업의 현실을 진단하고 설명했다.

좋은 일자리-정당한 대가를 받는 일자리, 사회적기업의 '기본'

 

▲ '어떻게하면 세상을 더 좋게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다 자연스럽게 내려진 결론이 바로 '사회적기업'이다. 이영호 클린서비스 보금자리 대표는 청소노동자들에게 기본적인 일자리의 권리를 제공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라고 말한다. ⓒ제주의소리

  
- 제주사회적기업협의회장을 맡고 있는 만큼 제주사회적기업의 실태를 잘 알고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사회적기업이 한국에서 막 자리잡아가는 상태로 알고 있는 데 제주도 내 사회적기업의 상황은 어떤가.

“사실 사회적기업이라는 본래 개념과 실제로 존재하는 기업간의 괴리감이 아직은 존재하는 것이 분명하다. 냉철하게 제주도내 어떤 기업도 사회적기업에 본래적 사회적 목적을 달성하면서 동시에 기업활동을 하는 곳이 없다는 것이 내 판단이다”

- 아직 완성된 사회적기업이 없다는 말인가?

“지금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 ‘클린서비스 보금자리’는 사회적기업의 유형 중 취약계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을 주 목적으로 하는 일제리제공형 사회적기업으로 알고 있다. (전체 근로자 중 취약계층의 고용비율이 30% 이상이 되야 한다) 그 특성상 어렵고 난처했던 경험도 있을 것 같다.

“산업재해가 몇 번 발생한 적이 있다. 당시 검찰 쪽과 산업안전관리공단이 같이 현장에 점검을 나왔었다. 그런데 여기와서 검찰 직원이 ‘왜 그렇게 산재가 발생될 확률이 높은 사람을 고용하냐, 보다 건강하고 보다 젊고 그런 사람들 고용하면 되지. 정서 불안한 사람들을 왜 고용하냐. 그러니까 산재난다’고 말했다. 아니, 우리 기업이 만든 목적이 상대적으로 일자리 얻기 쉽지 않은 취약계층을 고용해서 기업활동하기 위한 곳인데 그런 말을 해버리다니...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사회적기업이 왜 만들어지고 왜 운영되야 하는지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 사회적기업의 상품이나 서비스에 ‘왜 더 높은 가격을 주고 이용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반문하는 소비자들이 있다. 실제로 이 곳 보금자리의 소독은 다른 곳에 비해 가격이 더 높은 곳으로 알고있다. 솔직히 말해 ‘사회적 기업이 좋은 일을 하고 사회에 도움이 되니 더 비싸도 사야한다’고 해도 별 설득력이 없을 것 같다.

“그건 선택의 문제다. 우리는 사회적기업이니까 우리꺼 써라 절대 그렇게 주장은 안한다. 다만 품질을 얘기하는 거라면 우리는 ‘경험하고 난 뒤에 줘도 좋다’고 말한다. 좀 다른 얘기지만 지금까지 일반 기업이나 가정들은 물론, 공공기관까지도 지나치게 청소용역 가격을 낮게 설정해버린다. 입찰을 따내기 위해서는 울며 겨자먹기로 방역업체들은 더 낮은 가격을 댈 수 밖에 없다. 그런 가운데서 이득을 내려면 당연히 소독을 제대로 안하고, 최소한만 하고 질이 떨어지는 약품, 방식을 쓸 수 밖에 없다. 결국 겉보기로만 하고, 실제로는 방역이 제대로 안되는 거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것을 거부하고 소독의 원칙들을 철저히 지킨다. 결국 사회적기업이라서가 아니라 제대로 하려면 원래 이 가격을 받아야 하는 것이다. 기본적인 것이다.”

- 그 ‘정당한 가격, 정당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기본적인 규칙을 지키는 것만으로도 사회적기업으로서, 사회적가치를 만들어내는 게 아닌가?

“하지만 이건 사회적기업이라서기 보다는 일반 기업의 입장에서도 지켜야할 비전이자 가치라고 생각한다”

- 사회적기업이라면 기본적으로 좋은 일자리를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고 들었다. 다른 청소업체와는 다르게 직원 처우도 제대로 돼 있고, 충분한 임금을 보상해준다고 들었다. 이게 사회적 가치의 실현이라고 볼 수 있지 않나.

“그런데 그건 정말 기본적인 거다. 사실 청소용역업체 중 모든 직원을 월급제로 주는 데는 없는 걸로 안다. 거의 대부분이 일당직이다. 하지만 우리는 일당직은 안 쓴다. 무조건 월급제다. 사실 직원들에게 높은 임금을 받는 직장을 만들고 싶고, 최대한 정규직으로 만들고 싶다. 현재 30명 중 절반정도가 정규직이고, 비정규직도 본인이 그만두지 않는 한 계속 게약을 갱신한다. 사실 청소업이란 것이 전국적으로 비정규직의 대명사, 저임금의 대명사다. 그래서 나는 거꾸로 생각한다. 청소업종의 근로자들이 제대로 대우받으면 우리나라 사회가 변한 것이다. 척도라는 얘기다.

사실 청소업은 3D 업종인데다가 외국인 근로자들조차 거절할 정도로 힘들다. 하지만 청소업이 그 만큼 어렵고 힘들다면 더 높은 임금을 받아야 하고, 안정된 직장이 되야 하는게 당연한 것 아닌가? 청소는 생활의 기본이다. 만약 어떤 집에 청소 안하고 살아가는 집은 폐가가 된다. 거꾸로 행복하게 살아가는 집일수록 집 자체가 허름해도 잘 정돈돼 있고 깨끗하다. 청소업체란 것이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직장인 것이다”

 

▲ 보금자리 직원들은 사회적공헌 활동을 의무로 생각한다. 여유있을 때 혹은 기업이미지 상이 아니라 본래 사회적기업이라는 특성 상 기본적으로 해야하는 일이라는 것. ⓒ제주의소리

- 행복하게 해주는 직장이라고 표현하니 신기하다.

“청소로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고, 사람들의 청소의 가치를 알고, 이런 가치 실현을 통해서 우리 기업 종사자들이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런 기업이 되게 운영하고 싶다. 사실 이번 대통령 선거 때 후보마다 ‘좋은 일자리, 좋은 일자리’ 하는데. 사실 사회적 약자들에게 좋은 직장이란 건 자기가 하는 일에서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일. 가치를 느낄 수 있는 일이라고 본다. 좋은 일자리는 그거다”

- 기본적으로 ‘좋은 일자리, 정당한 일자리’를 제공해준다면 근사하다. 실제로 여기 직원 30명 중 절반 정도가 취약계층이고 나머지 반은 흔히 말하는 일반직원이라고 들었다. 같이 어울려 일하면서 취약계층의 자신감을 복돋아주고, 사회 구성원으로서 자신감을 높이는 것도 사회적기업으로서 하는 일이라고 볼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 (웃음)

- 하지만 여전히 사회적기업이 왜 좋은 것인지, 왜 이용해야하는지 잘 납득이 안가기도 한다.

“사회적기업과 일반 기업의 큰 차이는 자본주의 기업은 이윤추구가 목적인데 사회적기업은 이윤추구가 최종 목적이 되면 안된다는 데 있다. 물론 사회적기업에 이윤 추구는 아주 중요한 한 수단이다. 왜냐면 이윤을 못 만들면 국가의 지원을 받아버리는 게 되는데 지원받으려고 기업하는 건 아니지 않나. 사회적기업은 이윤 대부분을 다시 사회적으로 투자한다. 사회적기업 시스템을 그렇게 만든 이유는 사회적기업이 상품과 서비스 판매로 얻는 이익을 누구 한 사람의 배를 불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 우리가 흔히 말하듯 대기업이 이윤을 특정 기업 사장들이 대부분 독식하거나 임원진이 나눠먹는게 아니라 '이윤의 2/3 이상을 사회적 목적으로 재투자해야한다는 요건'에 대한 말인가?

“사회적기업의 목적은 이윤을 통해 취약계층의 고용을 지속하고, 혜택을 높여가고 또 사회공헌 활동을 하는 데 있다. 이윤의 목적이 아닌거다. 사회적기업은 이윤을 못 가져간다. 예를 들면 구태여 가져가려면 100분의 30은 가져갈 수 있다. 100분의 70은 사회로 뱉어내야 한다. 반드시. 그걸 안 뱉어내면 안된다.

실제로 사회적기업이 그렇게 운영되고 있다면 그건 존재가치가 100%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을 비롯해 사회적 기업의 이름으로 사회적공헌을 많이하고 사회에 이윤을 돌려줄 때 남이 알아주지 않더라도 사회적기업으로서 해줄 수 있는 역할이 아닐까 생각을 한다.

대한민국에 이런 기업들이 늘어난다면 자연스레 한국 사회가 건강해지고 튼튼해지는 건 당연한 것 아닌가?” <제주의소리>

<문준영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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