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새누리당, 제주지사 ‘경선 룰’ 들었다 놨다…제주선거판 혼란·뒤숭숭

▲ 새누리당 제주도지사 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 룰’을 놓고, 중앙당이 제주정치권을 들었나 놨다를 반복하고 있다. 공천권을 틀어쥔 중앙당의 전횡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제주의소리

새누리당 제주도지사 후보 공천과 관련해 ‘제주’가 사라져버렸다.

공천권을 틀어쥔 중앙당 지도부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일희일비하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연일 계속되는 ‘중앙發 쇼크’가 지방정치를 들었다 놨다하고 있다.

이 때문에 6.4지방선거가 80여일 앞으로 다가섰음에도 본선 대진표는커녕 당 후보 선출방식조차 하루걸러 말이 바뀌면서 유권자들의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 대변인 격인 김재원 전략기획본부장은 10일 MBC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6.4지방선거 광역단체장 후보자를 뽑기 위한 경선 방식과 관련해 “제주도는 국민참여선거인단 대회로 치르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당헌·당규에 규정된 대로 ‘대의원 20%-당원 30%-국민선거인단 30%-여론조사 20%’를 반영해 후보자를 선출하는 ‘상향식 공천’원칙을 지키자는 얘기다.

하지만 김 본부장는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제주지역은 국회의원 30%가 없는 곳으로 호남과 함께 ‘취약지역’으로 분류, 100% 여론조사 경선 방식으로 후보자를 선출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인물이다.

제주의 경우 우근민 지사가 지난해 입당하면서 지지자 1만7000여명과 동반 입당, 국민참여선거인단 방식으로 경선이 치러질 경우 ‘당심’이 왜곡될 수 있다는 비판을 고려한 측면이 강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김 본부장은 한 입 갖고 두 말을 해버린 셈이 됐다.

이처럼 자고나면 달라지는 말 바꾸기에 공천을 신청한 예비후보들은 피가 마른다. 그야말로 중앙發 말 한마디에 일희일비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만약 김 본부장의 말처럼 국민참여선거인단 대회로 도지사 후보를 선출할 경우, 당장 그 동안 ‘100% 여론조사 경선’을 요구해온 원희룡 전 의원의 거취 문제가 관심사로 떠오른다.

중앙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과는 별개로 제주도지사 예비후보들의 입장은 미묘하게 갈리고 있다.

출마 선언 전인 원희룡 전 의원은 ‘100% 여론조사 경선’을, 최근 출마를 선언한 우근민 지사는 ‘상향식 공천’을 부르짖으며 치고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김경택 전 제주도 정무부지사는 가장 일찍 ‘상향식 공천’이라는 원칙을 강조하면서 여론조사 경선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양원찬 재외도민회총연합회장은 “1만7000명 기획 입당해놓고, 기득권을 유지시켜 달라고 자꾸 쑤셔대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우근민 지사 때리기에 나섰다. 경선 룰에 관한 직접적인 입장표명은 아니지만, ‘기득권 유지를 위해 쑤셔댄다’라는 표현으로 봐서 우 지사가 요구하는 ‘상향식 공천’을 에둘러 비판한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김방훈 전 제주시장은 10일 “상향식 공천이든, 100% 여론조사 방식이든 중앙당 공천관리위원회의 뜻을 따르겠다”며 ‘경선 룰’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사실상 우근민·원희룡 두 경쟁자를 ‘룰’에 집착하는 소인배로 취급해버린 것이다.

김방훈 전 시장은 그동안 각종 여론조사에서 우근민 지사와 치열한 당내 선두다툼을 벌여왔다는 점에서 그의 ‘통 큰 행보’가 경선 판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주목된다.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오는 11일 밤 9시에 회의를 갖고, 제주도지사 등 광역자치단체장 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 룰’을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한편 이러한 지방정치의 중앙예속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말로만 ‘상향식 공천’이 아니라 실질적인 공천권한을 시·도당으로 내려 보내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다.

김진호 제주대학교 교수(정치외교학과)는 “중앙정치권은 여전히 중앙당과 시·도당을 수평적 관계가 아닌 수직권 관계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면서 “최근 새누리당의 ‘경선 룰’을 둘러싼 논란도 모든 것을 중앙당이 틀어쥐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한 장뿐인 공천장을 놓고 벌이는 ‘룰의 전쟁’의 최종 승자가 누가 될지 남은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경선 룰이 어떻게 결정되느냐에 따라 우근민·원희룡 둘 중 하면은 치명상을 입게 된다. 누군가는 탈당 후 무소속으로 출마할 가능성도 있다. 여전히 제주도지사 선거판이 ‘깜깜이’다.<제주의소리>

<좌용철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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