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땅①] ‘미불용지’ 기부냐? 강탈이냐?…파악된 땅만 축구장 370개 면적

과거 일제강점기 및 60~70년대 개발시대부터 도로로 편입됐는데도 보상 한 푼 받지못한 땅(미불용지)이 주목(?)받고 있다. 보상비만도 1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토지주들은 보상해달라고 아우성이고, 지자체는 돈이 없다며 나 몰라라 한 지가 벌써 수십 년째다. 그 사이 브로커들은 기승을 부리고 지자체는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다. 재앙 수준으로 치닫고 있는 미불용지의 문제점과 해법 등을 3차례에 걸쳐 싣는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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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 일제강점기 및 1960~70년대 새마을운동과 맞물려 도로에 편입됐으나 여전히 개인 땅으로 남은 ‘미불용지(未拂用地)’가 분쟁의 불씨가 되고 있다. ⓒ제주의소리
서귀포시 토평동에서 감귤농사를 짓는 O씨(59)는 최근 40년 넘게 출입하던 200m 길이의 시멘트 농로가 갑자기 막혀 있는 황당한 상황을 마주하게 됐다.

O씨가 서귀포시를 통해 알아 본 결과, 1974년 새마을운동 당시 마을길 넓히기 일환으로 현재의 길이 개설됐지만, 당시 행정이 지적정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게 분쟁의 불씨가 됐다.

이로 인해 도로에 편입된 부지가 경매 물건으로 나왔고, 소유자만 3차례 바뀌었다. 결국 토지 소유주가 ‘개인 땅’이라며 농로를 폐쇄하면서 갈등을 겪고 있다.

땅 주인은 출입하려면 현재 공시지가가 평당(3.3㎡) 3만3000원인 도로 편입 부지를 평당 20만원에 사라고 ‘배짱’을 부리고 있어, 주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과거 일제강점기 및 1960~70년대 새마을운동과 맞물려 도로에 편입됐으나 여전히 개인 땅으로 남은 ‘미불용지(未拂用地)’가 분쟁의 불씨가 되고 있다.

제주도와 양 행정시, 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이 같이 미불용지만 골라 “공시지가로 싸게 산 뒤 소송에서 이기면 땅값이 올라 큰돈을 벌 수 있다”며 투자를 권유하는 브로커들이 독버섯처럼 퍼져나가고 있다.

한 공무원은 “미불용지 보상이 제때 이뤄지지 않다보니 소송을 통해 큰돈을 벌 수 있다며 투자를 권유하는 브로커들이 많이 는 것으로 안다”며 “드러나지 않았을 뿐 피해사례가 꽤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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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도내에 산재한 미불용지 규모는 얼마나 될까.

제주도와 제주시·서귀포시가 제주도의회에 제출한 행정사무감사 자료에 따르면 도로용지 중 미보상 토지(미불용지)는 8861필지(제주도 6349, 제주시 779, 서귀포시 1733)에 면적은 243만2311㎡에 달한다. 축구장 1개가 통상 7140㎡인 것을 감안하면 축구장 340개와 비슷한 면적이다.

행정이 파악하고 있는 미불용지가 ‘도로’로 지목이 바뀐 경우에 국한된 것이어서 실제, 전(田)이나 대지 등으로 지목이 바뀌지 않은 채 도로로 사용되는 경우까지 합치며 실제 미불용지 규모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행정이 파악한 미불용지 보상 추정액만 1046억 정도. 최근 차이나자본의 ‘제주 땅 매입 열풍’등에 따른 땅값 상승을 고려하면 실제 보상비는 추산하기조차 힘들 지경이다.

이에 대해 건설부서에서 일하는 한 공무원은 “마을안길, 농로까지 합치면 (미불용지) 보상금액은 1조원을 훌쩍 넘길 것”이라고 귀띔했다.

행정당국 역시 골머리를 앓기는 마찬가지다. ‘쥐꼬리’만한 보상예산으로는 쏟아지는 민원을 해결하기에는 언감생심이다.

땅 주인들도 보상을 받기 위해 민원을 제기하고 순서를 기다려 보지만 행정당국이 현재 수준처럼 예산을 확보한다면 수십 년은 족히 기다려야 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최근 소송을 거는 횟수가 부쩍 늘고 있다. 소송을 제기해 승소할 경우 민원을 제기한 땅보다 앞서 보상 1순위가 되기 때문이다.

특히 일제 강점기 강제시공과 60~70년대 새마을운동 일환으로 마을안길을 정비하면서 발생한 미불용지의 경우는 토지대장이 소실되거나 토지소유자가 사망하는 등의 이유로 소유자 불명 토지가 대량 발생, 브로커 난립을 키우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최근 모친 명의로 되어 있는 땅들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미불용지 존재를 알게 된 K씨(57·성산읍)는 “도로에 편입된 땅이 얼마 되지는 않지만, 과거 국가(지자체)가 강제로 도로에 편입시킨 일종의 국가폭력이라고 생각한다”며 “행정당국이 더 늦기기 전에 전수조사와 함께 순차적인 재정계획을 수립해 보상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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