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땅③] 보상예산 ‘쥐꼬리’ 갚을 돈 ‘눈덩이’…“전수조사 후 순차적 재정계획 세워야”

과거 일제강점기 및 60~70년대 개발시대부터 도로로 편입됐는데도 보상 한 푼 받지 못한 땅(미불용지)이 주목(?)받고 있다. 보상비만도 1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토지주들은 보상해달라고 아우성이고, 지자체는 돈이 없다며 나 몰라라 한 지가 벌써 수십 년째다. 그 사이 브로커들은 기승을 부리고 지자체는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다. 재앙 수준으로 치닫고 있는 미불용지의 문제점과 해법 등을 3차례에 걸쳐 싣는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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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 일제 강점기 및 1960~70년대 새마을운동과 맞물려 도로에 편입됐으나 여전히 개인 땅으로 남아 있는 '미불용지'가 각종 분쟁과 민원의 불씨가 되고 있다. ⓒ제주의소리
이웃 간 분쟁의 불씨가 되기도 하는 등 골칫거리도 떠오른 미불용지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할까. 땅 주인은 물론 행정당국이 함께 풀어야 할 숙제다.

땅 주인으로서 보상을 바라는 것은 당연지사. 그렇지만 과거 마을·지역발전이라는 대의를 위해 자기 땅을 흔쾌히 내놨던 ‘기부’의 참뜻까지 물질 만능주의에 묻혀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많다.

국가나 지자체 역시 ‘예산타령’만 하면서 정당한(?) 보상요구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국가도로사업 등으로 땅을 빼앗기고도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는 미불용지 토지 소유주들의 원성도 높지만 보상업무를 맡고 있는 행정당국의 고민이 나날이 깊어가고 있다.

보상예산은 쥐꼬리인데 소송에 져 갚아야할 돈과 이자는 눈덩이처럼 불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민원인들이 소송을 제기할 경우 지금까지 법원의 판결은 행정이 ‘백전백패’다.

서귀포시의 경우 2011년부터 최근 3년간 진행된 37건(70필지)의 미불용지 민사소송에서 기부채납 동의서 등 증빙서류가 없어 모두 패소했다. 결국 땅 주인에게 많게는 수천만원의 부당이익금 5년 치를 지불했고, 연간 5000만원의 도로 점유 임대료를 지급하고 있다.

제주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 3년 간 진행된 36건의 미불용지 반환 소송에서 기부채납 동의서를 찾은 4건을 제외한 32건은 패소했다.

지방도와 옛 국도를 관리하는 제주도 역시 지난 3년 동안 7건의 소송을 진행해 패소 4건, 화해권고 3건으로 단 한 건도 승소하지 못했다.

행정당국이 한 해 예산에 편성하고 있는 보상예산은 고작해야 3억~5억원 정도. 패소에 따른 뒤치다꺼리를 해결하는 데도 빠듯한 실정이다. 그렇다보니 민원을 제기해놓고 순번을 기다리고 있는 땅 주인들에게 보상을 하기란 언감생심이다.

전문가들은 미불용지에 대해서는 전수조사를 통해 순차적인 재정계획을 수립하는 게 급선무라고 입을 모은다.

아울러 ‘공익’을 위한 것인 만큼 당시의 뜻을 이어 기부채납을 적극 유도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 경우 세금감면 조치나 표창(포상) 등의 인센티브 제공을 적극 고려해볼 필요도 있다.

이정민 박사(도시계획)는 “도의회에서도 매년 행정사무감사 때 보상기준을 정하라고 지적하지만, 개선되지 않고 없다”며 “미불용지가 40~50년 전 발생한 행위이기 때문에 소유권이 복잡하다. ‘손실보상의 원칙’에 따라 보상기준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행법(토지보상법)은 공익사업에 필요한 토지 등의 취득·사용으로 인해 토지주나 관계인이 입은 손실에 대해 사업시행자가 보상하도록 하는 ‘손실보상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이는 아무런 연고가 없는 자가 당초의 소유자로부터 매수한 뒤 체불용지 보상금 지급을 청구하는 것은 현행법상 목적인 손실보상에 따른 보상금 청구가 될 수 없다는 얘기다.

따라서 미불용지 보상금 악용사례에 대해서는 관련법 위법성 여부를 철저히 검토한 후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고의성이 확인된 상습 청구자에 대해서는 보상에서 제외할 수 있도록 법·제도 정비를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 소송 1순위 보상 원칙도 재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민소소송의 경우 소를 제기한 원고에게 토지보상 외에 변호사 비용이 추가로 지급돼야 하고, 토지보상도 제때 못하면 20%의 지연손해금까지 내야해 행정으로서는 ‘이중 부담’이 발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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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태민 의원. ⓒ제주의소리
고위공직자 출신인 제주도의회 고태민 의원(애월, 환경도시위)은 ‘지적 공부’ 정리를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그는 “실제 도로로 사용하는 경우임에도 전(田)이나 대지로 있는 경우 토지주는 세금까지 내는 실정”이라며 “도로 편입 사유지에 대해서는 지적 정리를 통해 과세부담을 덜어줘야 한다. 행정당국도 국공유지 재산 일부가 ‘비법정도로’로 사용될 경우 지적정리를 선제적으로 해줘야 맹지가 돼 재산권 행사에 제약을 받는 일이 사라진다”고 말했다.

그는 또 “농로나 마을안길 등 ‘비법정도로’라도 지적이 정리되면 아무리 개인 땅이라고 해도 길을 막거나 하는 등의 분쟁을 막을 수 있다”고도 했다.

고 의원은 특히 “국도와 지방도는 그렇다 치더라도, 마을안길이나 농로 미불용지까지 보상하려면 보상규모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며 “마을안길이나 농로의 경우는 본래 취지에 맞게 기부채납을 유도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고 의원은 “미불용지에 대해서는 전수조사와 함께 순차적인 재정계획 수립이 시급하다”며 “실태조사와 사실 확인에만도 많은 시간과 인력이 소모되는 만큼 정부와 지자체 간 협력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제주도 관계자는 “문제는 예산부족으로 보상비도 제때 주기 어려운데다 지연가산금까지 추가로 줘야해 계속해 빚더미를 끌어안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라며 “가급적 기부채납을 유도하고는 있지만, 최근 중국자본의 ‘제주 땅 매입 열풍’에 따른 땅값 상승으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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