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안 부결, 도민에 걱정 끼쳐 죄송” 사과…“하나를 얻으려면 하나를 놓아야” 의미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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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지 제주도의회 의장이 새해예산안 부결사태에 대해 “도민들에게 걱정을 안겨드렸다”면서  정중히 사과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를 향해서는 “서로를 인정하고 예우를 하면서 진정성 있게 소통을 강화하자”며 화해의 손짓을 내밀었다.

새해예산안 부결사태로 극한 대립 양상으로 치닫던 원희룡 지사와 구성지 의장이 상호 유화적인 제스처를 보이며, 이번 임시회 기간 중 새해예산안 처리에 청신호가 켜졌다.

 구성지 의장은 18일 오후 제325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 개회사를 통해 “지난 도의회와 제주도 간 큰 갈등이 있는 것처럼 상황이 전개됐다”며 이 같이 말했다.

구 의장은 “제가 지난 10월에 제안했던 예산협치 제안을 받아들여 서로 사전협의를 했다면 이 같은 사단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자신의 예산협치 제안을 제주도가 거부한 데 대한 아쉬움을 전했다.

이어 “이 같은 상황은 의회와 집행부 간에 흔하게 있을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더 큰 성숙을 위해 애쓰고 있다고 좋게 생각해 달라”고 당부했다.

예산 ‘부동의’ 이후 잘못됐던 예산 관행을 개혁하는데 대해서는 제주도와 오히려 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도 했다.

구 의장은 “여러 가지 오해도 풀리고 있다. 다 제주의 미래를 위해 일하고자 하는 것인데, 그 과정에서 방법론상의 차이가 발생했을 뿐”이라며 “이런 시행착오를 향후 도정과 의정의 관계정립의 거울로 삼겠다”고 다짐했다.

특히 구 의장은 하나를 얻으려면 하나를 놓아야 한다는 ‘점일방일’(坫一放一 )을 인용한 뒤 “하나를 쥐고 또 다른 하나를 쥐려고 하면 손에 쥐고 있는 하나마저도 모두 잃게 된다”며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예산협치와 관련해서도 “TV토론에서 원 지사가 자신이 제안한 예산협치를 받아들였다”면서 “조만간 T/F팀을 구성해 2016년 당초 예산부터는 새로운 제도를 만들어 관행을 뛰어넘는 획기적인 개혁적 예산제도를 적용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온 뒤에 땅이 더욱 굳어진다’는 속담을 인용하며 “새해예산 부동의 사태는 오히려 앞으로 도정과 의정과의 관계를 더욱 생산적이고 협력적인 동반자 관계로 한 걸음 더 나아가게 만드는 좋은 약이 됐다고 생각한다”며 화해의 손짓을 건넸다.

‘예산 협치’ T/F팀 구성과 관련한 제주도와의 합의 도출 과정도 소개했다.

구 의장은 “어제(17일) TV토론에서 부결됐던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해법도 연내 타결로 가는 방법에 있어 상당한 교감이 이뤄졌다”며 “관계자들이 더욱 적극적인 물밑 접촉을 통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원희룡 지사를 향해서는 “서로를 인정하고 예우를 하면서 진정성 있게 가슴으로 우리 의회와 더 많은 소통을 강화해 도의 정책 하나 하나를 허심탄회하게 협의해 달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는 구 의장이 먼저 화해의 손짓을 보낸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원희룡 지사도 ‘제2회 추경예산에 제출에 따른 인사말’을 통해 “앞으로도 견제와 균형의 원칙에 충실하고 도의회를 항상 존중하겠다”며 “소통과 타협을 통해 제주의 현안을 도의회와 협의를 거쳐 해결해 나가겠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짧게 화답했다.

한편 제주도의회는 지난 회기에서 부결된 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위해 당초 24일까지던 7일 회기로 잡혔던 제325회 임시회 회기를 29일까지 닷새 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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