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제주항 광장서 추모 촛불문화제, 시민 200여명 “진실이 인양될 때까지 촛불 놓지 말자”다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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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일 제주항 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500일 추모 촛불문화제. ⓒ제주의소리
“우리 아들딸들 사랑한다”.
“모두가 안전한 나라에서 살고 싶어요”.
“결코 잊지 않을 겁니다”.
“꼭 안전한 세상 만들게”.

세월호 참사 500일을 맞아 추모 촛불문화제에 참가한 제주시민들의 바람이자 저 자신에 대한 다짐이 든 노란 소원지들이 바람에 나풀거렸다.

어스름이 내리기 시작한 28일 오후 7시30분. 제주항 연안여객터미널 공원에는 200여명의 시민들이 촛불을 하나둘 켜 들었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500일을 맞아 ‘추모 촛불문화제’를 연 것이다.

제주항에서 촛불문화제를 연 건 세월호 탑승객들이 그토록 오고 싶어했던 제주의 관문이기 때문. 지금도 바다 저 깊은 곳에 있는 실종자들을 맞이하고픈 심정이 묻어났다.

소원지 달기로 시작한 이날 추모 촛불문화제에서 참가자들은 희생자의 넋을 위로하고 조속하고 온전한 선체 인양을 통해 미수습자 9명의 시신을 찾아줄 것을 정부에 촉구했다.

배기철 세월호 제주대책위 공동대표는 “500일전 인천항에서 출발해 여기로 오려 했던 분들, 아마 그날 아침에 이곳에 도착했다면 학생들은 이곳에서 버스를 타고 제주여행을 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렇지 못했다”고 시계바늘을 2014년 4월16일로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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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일 제주항 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500일 추모 촛불집회.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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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일 제주항 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500일 추모 촛불집회. ⓒ제주의소리
이어 배 대표는 “아직도 차가운 바다 속에는 9명의 탑승객이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잊으라고 한다. 이제 그만 삶으로 돌아가라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지금 정부는 세월호 진상 규명을 위해 애쓰는 사람들을 구속하고 있다”며 “잊을 수도, 멈출 수도 없다. 반드시 진실을 인양하고 책임자를 처벌자를 처벌하는 그날까지 촛불을 놓지 말자”고 호소했다.

김명운 전국민족민주열사추모연대회의 의장을 비롯한 회원 40여명도 이날 촛불추모제에 함께 했다.

김명운 의장은 “지금도 기억에 남는 것은 팽목항에서 어느 날 새벽 체육관에서 빠져나와 울던 다연이 아빠의 모습”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아직도 부모들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실종자 9명의 가족들은 1년 남게 감시와 통제 속에서 울고 있다. 그 분들의 피눈물을 잊어선 안된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정부는 지금 세월호의 진실을 은폐하고 있지만 큰 틀에서 밝혀진 게 있다. 바로 ‘사람의 목숨보다 돈을 탐하는 사람들에 의해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것”이라고 강조한 뒤 “정부는 자신들의 정권유지를 위해 온갖 나쁜 짓을 하고 있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실천으로 맞서야 한다. 그런 실천들이 우리 사회를 정의롭게 바꿔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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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일 제주항 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500일 추모 촛불문화제.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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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일 제주항 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500일 추모 촛불문화제. 가수 러피의 추모 공연.ⓒ제주의소리
▲ 28일 제주항 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500일 추모 촛불문화제. ⓒ제주의소리
이날 추모 촛불문화제에서는 가수 러피와 첼리스트 문지윤, 가수 양성미, 제주어 가수 뚜럼, 대안학교인 보물섬학교 친구들의 추모공연이 이어졌다.

촛불문화제 피날레는 참가자들이 세월호 추모곡으로 헌정된 ‘천개의 바람이 되어’를 부르는 것으로 장식했다.

참가자들은 “세월호를 인양하라”, “책임자를 처벌하라”, “진실을 인양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집회를 마무리 했다.

주말인 29일 오후 3시에는 서울역 광장에서 ‘세월호 500일 추모 범국민대회’가 열리고, 진도 팽목항에서는 오후 6시부터 ‘기다림과 진실의 인양 예술제’가 개최된다.

제주에서도 오후 4시16분 제주 탑동광장에서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플래시몹 퍼포먼스가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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