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보육교사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택시기사에 대해 법원이 증거가 부족하다며 영장 신청을 기각하면서 9년만에 재수사에 나선 경찰이 난감한 처지에 놓였다.
제주지방법원 양태경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8일 강간살인 혐의로 체포된 박모(49)씨를 상대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하고 이날 밤 11시30분쯤 영장을 기각했다.
양 부장판사는 경찰이 제시한 강간살인 혐의에 대한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영장이 기각되면서 경찰 수사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경찰은 그동안 기소를 자신하며 체포 영장 집행 하루만에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법원이 영장을 기각하면서 제주동부경찰서 유치장에서 이틀간 구금된 박씨는 곧바로 석방됐다. 수사는 계속할 수 있지만 혐의 입증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아졌다.
경찰은 9년 전 박씨를 유력 용의자로 지목했지만 직접 증거를 확보하지 못해 결국 풀어줬다. 박씨는 이듬해인 2010년 2월 제주를 떠나 강원도 등지에 잠적해 생활해 왔다.
당시 형사들은 박씨를 의심했지만 사건 발생 3년4개월만에 수사본부는 해체됐다. 2016년 2월7일 제주지방경찰청 장기미제사건팀이 이 사건을 넘겨받으면서 수사는 다시 시작됐다.
제주지방경찰청은 올해 3월26일 장기미제사건팀 내에 보육교사 살인사건 TF를 별도 구성했다. 5월10일 체포영장을 발부 받아 16일 경북 영주에서 잠적생활을 하던 박씨를 검거했다.
경찰은 수사과정에서 범행을 입증하기 위한 정황증거를 제시하며 압박했지만 박씨를 끝내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경찰이 내세운 거짓말탐지기 조사도 거부했다.
박씨는 이날 영장실질심사가 끝난후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기자들에 질문에 끝내 고개를 저였다. 억울하냐는 질문에는 “네”라고 말하는 등 일관성 있게 범행을 부인했다.
경찰은 각종 증거보강 작업을 통해 박씨를 압박했지만 결국 원하는 답변을 듣지 못했다. 범행을 입증할 책임은 경찰에 있는 만큼 영장 기각의 후유증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제주지방경찰청 장기미제수사팀은 "9년 전 미제사건에 대해 과학수사 기법을 동원해 재수사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고 추가 증거를 수집하는 등 최선을 다했다"고 밝혔다.
이어 "구속영장 기각이 사건의 종결은 아니므로 경찰은 앞으로 관련 증거를 보강해 사건 해결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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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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