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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관련 증거 내밀자 고개 떨꾸며 ‘묵묵부답’...피해자 몸서 피의자 실오라기 ‘접촉 흔적’

제주 보육교사 살인사건의 피의자가 경찰 재수사가 이뤄지자 휴대전화를 이용해 ‘살인사건’을 검색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디지털포렌식 수사 결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9년 전 피해자 몸과 옷에서 발견된 섬유 조각이 당시 피의자가 입었던 의류와 동일 조직인 사실이 과학수사를 통해 명확해지면서 사건 해결의 주요단서가 될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제주지방경찰청은 17일 강간살인 혐의로 체포한 제주 보육교사 살인 피의자 박모(49)씨를 상대로 이틀째 조사를 벌이고 있다.

박씨는 2009년 2월1일 새벽 제주시 용담동에서 자신이 운전하는 택시에 탑승한 보육교사 이모(당시 27세)씨를 성폭행 하려다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미제수사팀이 확보한 증거를 연이어 제시하며 피의자를 압박하고 있지만 박씨는 여전히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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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씨는 첫 조사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했지만 경찰이 관련 증거를 내밀자 고개를 떨구거나 당황하는 모습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사안에 대해서는 답변 자체를 회피했다.

경찰이 확보한 증거 중 하나는 당시 피해자의 몸에 묻은 섬유조각이다. 2009년 2월8일 이씨 발견 당시 시신은 배수로에 하의가 벗겨진채 누워있는 상태였다.

당시 경찰은 피해자의 몸과 옷에서 실오라기 형태의 섬유조각을 발견했다. 이 섬유는 용의자로 지목됐던 박씨의 상의 섬유 조직과 일치했다. 

미세증거물 중 하나인 섬유는 보통 확대경을 사용해서 찾아낸다. 적외선 분광광도계 등 분석 장비를 이용해 형태나 재질의 종류를 확인해 동일 여부를 판단한다.

미세증거물에 대한 증폭기술이 발전하면서 경찰은 당시 확보한 섬유조각에 대한 추가 분석을 통해 두 사람이 당시 접촉이 있었다는 판단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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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박씨는 당시 피해여성과 만났거나 차량에 태운 사실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경찰은 이를 입증하기 위해 2009년 2월1일자 페쇄회로(CC)TV에 대한 보정작업도 벌이고 있다.

이 영상은 피해자가 남자친구와 헤어진 후 마지막 행적이 확인된 제주시 용담동 인근에서 확보한 자료다. 영상에는 당시 피의자가 몰던 택시와 동일 기종과 색상의 차량이 담겼다.

화질이 좋지 않아 번호판 등이 특정되지 않으면서 9년 전에도 뚜렷한 증거로 사용되지 못했다. 경찰은 보정기술을 총동원해 영상 복구 결과에 기대를 걸고 있다.

디지털포렌식 결과도 관심사다. 디지털포렌식은 범죄수사에서 적용되는 과학적 증거 수집 기법 중 하나다. 데이터와 통화기록 등을 분석해 범행과 관련된 증거를 확보하는 방식이다.

경찰은 16일 박씨를 체포하면서 압수수색 영장도 집행해 피의자의 주거지와 사무실을 압수수색 했다. 현장에서 4대의 휴대전화를 확보했다.

체포 당시 박씨는 동업자로 알려진 지인 명의의 휴대전화 1대를 사용하고 있었다. 경찰은 디지털 포렌식에서 5월9일 박씨가 휴대전화로 보육교사 살인사건을 검색한 사실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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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롭게도 당일은 제주에서 보육교사 살인사건 용의자가 압축됐다는 보도가 이뤄진 날이다. 경찰은 디지털 포렌식을 통한 추가 증거 확보에 기대를 걸고 있다.

피의자가 관련 혐의를 여전히 부인하는 상황에서 확실한 물증 없이는 기소가 이뤄지더라도 검찰의 공소사실 유지에 부담이 따를 수밖에 없다.

김기헌 제주지방경찰청 형사과장은 “발전된 과학기술을 통해 9년 전 밝히지 못한 관련 증거들을 확보했다”며 “뇌파 반응과 음성심리검사 등 최신 수사기법도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기존 증거를 토대로 재분석과 보강 작업을 벌이고 추가 증가도 있다”며 “박씨에 대해서는 오늘 중으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겠다”고 말했다.

박씨는 보육교사 살인사건이 발생 이듬해인 2010년 2월 제주를 떠나 강원도 등지에서 생활해 왔다. 2015년 이후에는 주민등록이 말소됐다. 올해 2월에는 경북 영주로 거처를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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