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회, 제주시장 내정자 인사청문회…“민주당 가치 존중, 당원들 사랑” 눈물 글썽

고희범(64) 제주시장 내정자가 17일 제주도의회 인사청문회에서 ‘보은인사’ 논란과 관련해 “타 당 후보(원희룡)를 돕지 않았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가치를 존중하고, 민주당원들을 사랑한다”고 말하면서는 울먹이기까지 했다.

제주도의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위원장 김희현)는 17일 오전 10시부터 고희범 제주시장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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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일 열린 제주도의회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는 고희범 제주시장 내정자. ⓒ제주의소리

이날 오전 청문회에서는 제주시 노형동 도깨비도로 인근 타운하우스 분양 사업과 함께 ‘협치인사’로 포장된 보은인사 논란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송창권 의원(외도․이호․도두동, 더불어민주당)은 “원희룡 지사가 내정자를 지명하면서 ‘협치’를 언급했다. 그에 합당하다고 보느냐”고 선문답을 던졌다.

이에 고희범 내정자는 “기본적으로 정치적 이념이나 배경은 달라도 제주도, 제주의 미래를 바라보는 시각이 같을 수 있다면 마음 터놓고 얘기하면서 정책을 펼쳐나갈 수 있다고 본다”며 “소통을 통해 협력관계가 잘 유지될 수 있다면 제주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송 의원은 “제가 보기에 협치는 아니라고 본다. 혹여 사람 빼가기로 비쳐질 수도 있다”며 “원 지사 입장에서는 도움이 되는 인사지만, 민주당 입장에서는 상흔이 많이 남는 인사”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송 의원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원희룡 지사를 도왔느냐”고 돌직구 질문을 던졌고, 이에 고 내정자는 “돕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송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문대림 후보도 돕지 못했죠”라고 묻자, 고 내정자는 “당내 경선 과정에서 김우남 후보를 도왔다. 총괄책임을 지고 도왔던 사람으로서 모든 책임이 저에게 있는 것 같고, 에너지도 고갈됐다. 그런 상황에서 다시 도지사선거 캠프 중책을 맡거나 이름을 올린다는게 부담이 됐다. 그래서 도지사선거에는 개입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송 의원이 “그래서 오해도 많이 생겼다. 이를 면피하기 위해 도의원선거를 도운 것이냐”고 공세를 펴자, 고 내정자는 “면피는 아니고, 당원으로서 해야할 도리는 해야 한다는 생각에 몇 분 도운 것”이라고 말했다.

‘문대림 후보를 돕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원희룡 후보가 당선이 됐다. 그래서 지명된 것은 아니냐’는 송 의원의 송곳 질문에는 “자당 후보를 적극적으로 돕지 않은 것에 대해 마음 상한 분들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한다”면서 “그렇다고 과거 그런 것으로 상처를 입은 사람인데, 어떻게 원희룡 후보를 돕겠나”라고  반문했다.

지난 2010년 지방선거 당시 많은 당원들이 공천에 반발해 탈당 후 무소속으로 출마한 우근민 후보를 지지하면서 내홍을 겪었던 기억을 떠올린 것이다.

송 의원은 “그럼에도 여전히 민주당을 사랑하나”라고 묻자, 고 내정자는 “민주당의 가치 존중한다. 그리고 당원들을 사랑한다”고 말했다. 이 대목에서는 눈물까지 글썽였다.

▲ 제주도의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 송창권, 문경운, 이상봉 의원(왼쪽부터). ⓒ제주의소리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의 ‘협치가 아니다’라는 내용의 논평에 대해서는 “당 차원의 공식적인 입장은 아니”라는 견해를 피력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문경운 의원(비례대표, 더불어민주당)이 총대를 멨다.

문 의원은 “내정되면서 ‘협치’ 얘기가 많이 나온다. 하지만 또 다른 측면에서는 ‘야합용 인사’라는 지적도 있다”면서 “어제(16일) 민주당 논평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고 내정자는 “도당 상무위원회를 거쳐서 나온게 아니고 대변인 성명이었다는 점에서 당의 공식입장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제가 민주당원이 아니었으면 협치의 대상으로 지명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본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문 의원이 “원희룡 지사와 당적은 다르다. 만약 시장으로 임명되면 주민들과 잘 소통해서 소신을 갖고 시정을 잘 이끌어줄 것을 기대한다”고 말하자, 고 내정자는 “시민이 모두 시장이라고 생각한다. 그 분들을 대신해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문 의원은 “행정시장은 제도의 문제라기 보다 사람의 문제였다고 본다. 지금까지 행정시장은 시민들보다 도지사의 눈치를 더 봤다고 본다. 시민의 편에 서서 소신껏 시정을 펼쳐주길 기대한다”고 말했고, 이에 고 내정자는 “많이 도와달라”고 화답하면서 훈훈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

이상봉 의원(노형을, 더불어민주당)은 당적 문제와 관련해 “통상 고위공직자 후보자라 하면 공모에 응할 때 당적 정리부터 한다. 더구나 도의회 인사청문회 대상이면 여․야가 있기 때문에 더더욱 당적을 갖고 있으면 불리하다. 왜 당적을 미리 정리하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이에 고 내정자는 “시장에 임명되지 않으면 제가 당을 떠날 이유가 없기 때문에”라며 “법령에 따라 적절한 시점에 탈당하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자유한국당 소속 김황국 의원(용담1․2동)은 “도의회가 어떤 곳이냐. 여․야가 있다. 그렇다면 청문회 전에 탈당하고 왔어야 했다”며 점심시간을 이용해 탈당계를 제출할 것을  제안했다.

이에 고 내정자는 “저는 원희룡 지사가 얘기한 협치와 연정에 동의한다. 협치와 연정 차원에서 민주당원으로서 공모에 응모를 했다. 청문회에 임하면서 당적 유무에 따라 어떤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청문에 앞서 고희범 내정자는 모두발언을 통해 “의회에서 허락해준다면 제주시장 임기 2년을 제 평생 마지막 일로 여리고, 제주시를 조금이라도 편안하고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놓고 떠나고 싶다”고 말했다.

또 “이번 청문회를 통해 흠결도 많고 실수투성이인 저의 인생을 되돌아보고 제 어미니 같은 고향 제주의 풀어야 할 과제와 미래설계를 다시금 생각해보는 소중한 기회로 삼고 싶다”며 “청문 과정에서 지도해주는 조언을 겸허한 마음으로 새겨, 남은 인생의 자양분으로 삼도록 하겠다”고 자세를 낮췄다.

인사청문특별위원회는 오는 20일 양윤경 서귀포시장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끝난 뒤 양 행정시장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함께 채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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