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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일 오후 제주시청 앞 도로에서 열린 '영리병원 저지 3차 촛불집회'. ⓒ제주의소리
한파 속 '영리병원 철회' 3차 촛불집회 "전국적으로 촛불 퍼뜨려야"

올겨울 가장 매서운 한파가 덮친 제주에 제주국제녹지병원 철회와 원희룡 제주도지사의 퇴진을 외치는 촛불이 타올랐다. 

의료영리화저지 및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제주도민운동본부는 29일 오후 5시 제주시청 앞 도로에서 '민주주의 파괴! 원희룡 OUT! 3차 촛불집회'를 열었다. 지난 15일 1차집회, 24일 2차집회에 이은 세번째다.

전국적으로 한파가 몰아친 이날 제주도 체감온도가 영하권까지 떨어지는 등 매서운 바람이 불었지만, 두터운 점퍼로 무장한 참가자들은 촛불을 치켜들었다.

이 자리에서 시민들은  영리병원이 도입될 경우 국내 의료체계에 어떤 악영향을 미치는지를 주장하고, 원 지사가 숙의형 민주주의를 무시한 채 일방적인 결정을 내린데 대해 강하게 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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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일 오후 제주시청 앞 도로에서 열린 '영리병원 저지 3차 촛불집회'.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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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일 오후 제주시청 앞 도로에서 열린 '영리병원 저지 3차 촛불집회'. ⓒ제주의소리
양연준 의료영리화저지제주운동본부 집행위원장은 "원 지사가 녹지병원 허가 이유 중 '녹지그룹으로부터 소송이 들어올 수 있고 많은 돈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 핵심적인 사유였다. 이것이 도민을 무시하는 발언"이라고 했다.

이어 "공론화위원회 내부에서도 소송이 들어올 수 있고 중국과의 대외 신임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이 충분히 토론됐고, 돈을 물어주는 한이 있더라도 녹지병원을 허가할 수 없다는게 다수의 위원들의 결정이었다. 원 지사는 마치 자신이 정보를 더 갖고있는 양 도민을 속인 것"이라고 성토했다.

또 양 위원장은 "앞으로 우리사회는 고령화사회가 된다. 영리병원이 되면 정말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하나의 블루오션이 열리게 돼있다"며 "고령화사회를 맞아 서민들은 복지를 늘리고 아파도 최소한 진료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는데, 저들은 돈을 뜯어내기 위한 기회로 생각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제주대학교병원에서 일하고 있다는 한 시민도 "숙의형 민주주의로 진행된 공론화 과정에서는 영리병원을 '하자', '안하자'의 문제가 아니었다. 이미 지어진 병원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고민한 것이었고, 그래도 하지 말자고 했던 것이 공론화위원회의 결정이었다"고 양 위원장의 발언에 힘을 보탰다.

그는 "원 지사가 도민의 뜻 무시하고 영리병원 허가하기까지 이르렀을때 '이 사람 안에는 제주도민이 없구나'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도민을 무시한 도지사가 과연 제주도지사라고 할 수 있을까. 제주지역 환경이 없는 도지사가 제주도지사일 수 있는가. 제주도민이 끌어내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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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일 오후 제주시청 앞 도로에서 열린 '영리병원 저지 3차 촛불집회'.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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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일 오후 제주시청 앞 도로에서 열린 '영리병원 저지 3차 촛불집회'. ⓒ제주의소리
시민 황용운 씨는 "영리병원이 한번 뚫리면 삼성, 현대 등의 자본이 운영하는 병원은 해당 생명보험을 가입해야 갈 수 있는 상황이 도래하게 될 것"이라며 "국민건강보험을 잘 지켜서 국민의 건강이나 생명을 돈으로 보는 자본으로부터 반드시 영리병원을 철회시키는 노력을 다해나가겠다"고 밝혔다.

탐라중학교에 재학중인 김산군은 "도민을 도민으로 보지 않고 돈으로만 생각하고 있는, 자격 없는 이가 도지사로 있는 것은 코미디"라며 "제주도를 테마파크로만 알고 오라관광단지, 제2공항 등을 지으려고 하는 원희룡은 제주의 적폐이기 때문에 꼭 청산해야 한다"고 당차게 발언했다.

검은안경을 쓴 채 마이크를 잡은 시민은 자신이 시각장애를 안고 있다며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나이 60세가 다 되면서 장애를 갖게됐는데 
그런데 건강의료보험이 나를 지켜줬다. 그런데 의료보험이 무너지면 저 같이 아픈 사람들은 돈을 감당할 수 없게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아픈 것까지 빈부의 격차를 느껴야 하겠나. 우리나라 의료보험체계를 전세계가 얼마나 부러워하는데, 이걸 무너뜨리려는게 자본의 획책"이라며 "이는 제주도민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의 문제다. 우리의 함성이 전국에 널리 알려져서 제주에 영리병원이 철회되도록 연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의료영리화저지도민본부는 오는 31일 오후 10시 제주도청 정문 앞에서 원 지사를 성토하는 시민문화제를 갖는다고 밝혔다. 새해에도 영리병원 철회를 촉구하는 촛불집회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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