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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사람들의 천국, 몬드라곤 이야기

강종우 news@jejusori.net 2019년 01월 07일 월요일 08:46   0면

[일자리를 위한 새로운 상상력] (10) 살아 숨쉬는 혁신창업의 열정 MTA BB팩토리

지난해 말 스페인 빌바오에 다녀왔다. 국제사회적경제포럼(Gsef·Global Social Economy Forum)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Gsef는 2013년 서울을 시작으로 세계 주요도시의 시장과 국제기구 대표, 사회적경제 분야의 활동가들이 2년에 한 번씩 모여 교류하는 무대. 서울(1·2회)과 퀘벡(3회)에 이어 네 번째로 빌바오에서 열렸다. 개인적으로도 기회만 생긴다면 꼭 한번 가보고 싶었던 곳. 세계 최대 노동자협동조합인 몬드라곤이 있어 사회적경제인들에게는 동경의 대상이자, 빌바오 효과(Bibao Effect)라 불릴 정도로 도시재생의 메카가 바로 여기이기 때문이다. 몬드라곤은 충격이었다! 나를 이 길로 이끌었던, 그래서 그토록 직접 보고 싶었던 몬드라곤 협동조합 복합체.게다가 4개 부문(지식, 제조, 유통, 금융) 전부를 조금씩이나마 눈으로 보고 얘기를 들을 수 있었던 건 그나마 행운. 하지만 잔뜩 기대하고 다가선 바로 순간부터 내겐 어찌할 수 없는 충격의 연속이었다. 그야말로 깨몽(?). 책에서나 읽고 사람들에게서 듣고 아는 척 나댔던 내 자신에겐 다시없는 반성과 성찰의 시간이었다. / 필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살아 숨 쉬는 혁신창업의 열정 MTA BB팩토리
② 울마(ULMA)그룹의 협동조합 간 협동, Intercooperation
③ 소비자협동조합 형태의 노동자협동조합 에로스키(Eroski)
④ 협동조합 방식의 사회보장, 라군 아로(Lagun A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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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몬드라곤 팀 아카데미를 운영 중인 BB팩토리 입구. 스페인 바스크 지역에 기반한 몬드라곤 협동조합 복합체(Mondragon Cooperation Corperative는 257개의 기업, 조합에서 7만4000여명의 조합원이 일하는 연합체. 2013년 기준으로 총자산은 40조원, 총수입은 15조원. 웬만한 대기업 수준이다. /사진 제공=강종우 ⓒ 제주의소리

스페인 빌바오에서 몬드라곤 팀 아카데미(MTA : Mondraon Team Academy)를 운영 중인 BB팩토리. 입구에 들어서자마자‘Talk, Drink, Connect’란 슬로건에 눈길이 머문다. 몬드라곤 대학 로고가 아니라면 밖에서 보면 어디서나 마주칠 법한 아담한 카페가 아닌가 싶을 정도. 네르비온 강변에 있던 예전 공장을 리모델링했다 한다. 시 소유의 건물을 10년 장기무상으로 임대받아 몬드라곤 대학과 이닛 그룹(Grupo Init)이 함께 시설과 프로그램을 세팅, 2013년 마침내 문을 연 것. 당시 빌바오시 당국의 대학 유치 욕구와 몬드라곤의 혁신인재 육성이란 코드가 잘 맞아 떨어진 결과였다.

3층 건물인 BB팩토리. BILBAO BERRIKUNTZA FAKTORIA의 약자로 보통 BB팩토리로 불린다. 안으로 들어가니 족히 300평 가까운 넓은 공간이다. 3층은 선배(Score Up)기업과 Start-Up 중심의 기업입주 공간, 평균 20~30명이 근무하는 다양한 업종의 사업체가 유리문 사이로 보인다. 바로 밑 2층에 바로 MTA가 자리하고 있다. 여기에서 혁신창업교육 LEINN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1층은 이들 선배기업과 LEINN의 교류와 소통을 촉진하기 위한 공유 공간인 카페테리아.

“이렇게 같은 공간에서 창업과 함께 성장을 위한 시너지를 창출하는 빌바오혁신센터 같은 역할을 하는 곳이 여기”라며 이탈리아 파스타 라자냐를 떠올려 보라고 안내를 맡은 팀 코치 존(John)이 너스레친다.

성수벨리나 혁신파크가 이미 주목받기 시작한 마당에 하드웨어 자체는 우리와 그리 별다를 게 없어 보이는 셈. 아니 BB팩토리가 훨씬 어수룩하고 허르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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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B팩토리 내 공유공간. /사진 제공=강종우 ⓒ 제주의소리

하지만 교육방식은 우리와 달라도 너무 다르다. 리더십(Leadership),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 혁신(INNovation)이 융합된 4년제 학부과정 MTA LEINN이 대표적. 지난 1993년 핀란드 유바스칼라(Jyvaskyla) 대학에서 처음 시작된 팀 학습 방식의 경영수업 TA(Tiimi Akatemia)를 벤치마킹해서 자신들의 방식으로 정착시켰다.

MTA는 2007년부터 몬드라곤 경영학부에서 시작했고 2009년에는 LEINN이 개설됐다. 15명 안팎으로 팀을 이뤄 4년 동안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창업하고 경영하는 방법을 배우는 혁신교육 프로그램. 이곳에는 학생이나 교수가 없다. 당연히 교실도, 수업도, 시험도 없다. 대신 학습팀과 코치가 있고, 실제 회사를 설립하여 고객을 만나는 것이 교육과정이다. 모의창업이 아니라 실제 회사를 만들고 운영한다. 배정된 코치는 학생들에게 고객 및 수익률 관리 등을 조언하는 게 교육내용의 전부. 

LEINN 프로그램의 목표는 팀프러너(Teampreneur)를 키우는 것. 때문에 반드시 사업은 팀 단위로 진행해야 한다. 각 팀들은 알아서 자금을 모으고 사업을 진행하고 수익을 서로 배분하게 된다. 졸업할 때까지 100여 개의 프로젝트를 팀으로 진행하며, 사업 아이디어 개발에서 생산, 마케팅, 판매, 세금계산서 발행까지 모든 과정을 스스로 한다. 팀프러너들은 스페인, 핀란드, 샌프란시스코, 중국, 인도, 한국 등을 돌아다니면서 비즈니스를 하기도 한다. 한 마디로 교육을 다 받고나서 창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LEINN과정 내내 사업을 하고 실패하고 또 다른 사업하기를 반복한다. 굳이 우리 표현으로 치자면 先창업, 後교육훈련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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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TA의 교육 목표. /사진 제공=강종우 ⓒ 제주의소리

학점은 코치 평가뿐만 아니라 동료 평가에도 크게 좌우된다. 하지만 무엇보다 우선하는 평가는 매출. 따라서 정해진 매출을 넘기지 못하면 유급하기도 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졸업한 학생들은 LEINN 과정에서 창업한 기업을 계속 이어가기도 한다. 창업을 위한 자금도 학생들이 직접 마련해야 하는데 주로 대학에서 주선하여 융자를 받는다.

융자는 모두 자기책임 하에 상환해야 하다는 게 LEINN 프로그램의 취지. 리스크를 부담하지 않고 기업가로서 성장할 수 없다는 생각이다. 바스크어로 Why not?이라는 뜻을 가진 Tzbz라는 협동조합기업을 운영하고 있다는 BB팩토리 1기 졸업생 중 하나는 “내가 기억하는 MTA는 실패를 포함해 모든 것을 배운 과정”이었다고 피력하기도. 

“우리는 모두 평범한 사람이지만 팀을 이뤄 함께 하면서 특별한 일을 만들 수 있다. MTA에서는 혼자 하는 프로젝트가 없다. 그래서 팀워크가 가장 중요하다. 15명 내외 학생이 4년 동안 한 팀이 돼 소통과 협력을 기른다... 젊은 세대가 창조적이고 개방적이 되도록 새로운 흐름을 만들었어야 했다. 몬드라곤은 매우 지역적인 기업이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계속 나오면 해외에 진출하고 이 세상을 더 좋은 곳으로 만들 수도 있다”(호세 마리 루자라가 MTA 팀코치)

2013년 LEINN의 첫 졸업생들이 배출되었고 지금껏 55%가 창업했고, 97%가 일자리를 찾았다. 2014년 기준 24개의 회사가 만들어져서 운영 중이기도 하다. 특히 2016년 시작된 LEINN International(4년제 유럽 공식 학사학위 프로그램)과정에서는 국적과 언어를 불문하고 전 세계 다양한 국가에서 모인 동료들이 함께 팀을 이루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세계 곳곳에 22개 캠퍼스로 늘어나기까지 했다.

BB팩토리도 빌바오에 터를 잡은 지 5년. 스스로 성공적이라고 평가한다. 4명의 학생으로 시작했지만 이제 11개의 혁신기업, 런칭 단계에 있는 30여 개의 프로젝트, 50개 이상의 기업과 150명의 팀프러너들이 커뮤니티를 이루고 있다. 같은 목적과 가치로 커넥션을 만들어낸 결과. 되레 규모가 커지면서 초심이 흐려지는 경향을 우려할 정도란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 무수하게 진행되는 우리나라 창업교육과 무엇이 다른지 되돌아보는 소중한 기회였다.

MTA 탄생에는 몬드라곤의 기업가정신이 밑바탕을 이룬다. 스페인내전 이후 피폐한 바스크를 살리기 위해 호세 마리아 신부와 그 제자들이 만든 울고(ULGOR)협동조합을 시작으로 오늘날의 몬드라곤 그룹으로 성장하기까지 한결같이 강조해 온 기술습득을 통한 젊은 인재 양성이 그것. 몬드라곤 대학은 줄곧 그 산파 역할을 맡아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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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종우 제주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
몬드라곤은 그냥 머물러 있지 않았다. 끊임없이 변화하고 혁신해 나가고 있었다. 몬드라곤 팀 아카데미(MTA)도 그 과정의 산물. 노동인민금고(Caja Laboral)에서부터 사이올란(Saiolan), 그리고 MTA에 이르기까지 협동조합의 기본가치를 지키면서도 새로운 인재육성과 혁신창업에 혼신을 다하고 있었다. 빌바오 예전 공장을 리모델링한 허르슴한 건물, MTA BB팩토리에선 기존 학교 어디에서도 접하지 못했던 그야말로 살아 숨 쉬는 혁신창업의 열정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 강종우 제주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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