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드라곤에서는 당연한 ‘연결의 연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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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를 위한 새로운 상상력] (11) 스페인 울마(ULMA)그룹의 협동조합 간 협동

지난해 말 스페인 빌바오에 다녀왔다. 국제사회적경제포럼(Gsef·Global Social Economy Forum)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Gsef는 2013년 서울을 시작으로 세계 주요도시의 시장과 국제기구 대표, 사회적경제 분야의 활동가들이 2년에 한 번씩 모여 교류하는 무대. 서울(1·2회)과 퀘벡(3회)에 이어 네 번째로 빌바오에서 열렸다. 개인적으로도 기회만 생긴다면 꼭 한번 가보고 싶었던 곳. 세계 최대 노동자협동조합인 몬드라곤이 있어 사회적경제인들에게는 동경의 대상이자, 빌바오 효과(Bibao Effect)라 불릴 정도로 도시재생의 메카가 바로 여기이기 때문이다. 몬드라곤은 충격이었다! 나를 이 길로 이끌었던, 그래서 그토록 직접 보고 싶었던 몬드라곤 협동조합 복합체.게다가 4개 부문(지식, 제조, 유통, 금융) 전부를 조금씩이나마 눈으로 보고 얘기를 들을 수 있었던 건 그나마 행운. 하지만 잔뜩 기대하고 다가선 바로 순간부터 내겐 어찌할 수 없는 충격의 연속이었다. 그야말로 깨몽(?). 책에서나 읽고 사람들에게서 듣고 아는 척 나댔던 내 자신에겐 다시없는 반성과 성찰의 시간이었다. / 필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살아 숨 쉬는 혁신창업의 열정 MTA BB팩토리
② 울마(ULMA)그룹의 협동조합 간 협동, Intercooperation
③ 소비자협동조합 형태의 노동자협동조합 에로스키(Eroski)
④ 협동조합 방식의 사회보장, 라군 아로(Lagun A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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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ULMA

2003년 몬드라곤 협동 복합체(MCC : Mondragon Corperation Cooperative)에 뒤늦게 합류한 울마(ULMA)그룹. 전체 인구가 1만1000명 남짓에 불과한 스페인의 작고 아름다운 시골마을 온야테(Onate)에 자리잡고 있다. 직원은 4500명 정도. 이 가운데 2000명 정도가 이곳에서 근무한다. 바로 인구 절반이 울마그룹의 노동자이거나 그 가족인 셈. 그러니 온야테에서 울마그룹이 가지는 의미는 굉장하다. 몬드라곤 경영대학도 이곳에 있다. 

울마그룹은 비닐하우스, 지게차, 포장기계, 건설프레임 등 온야테 지역에 있는 산업부문 8개 협동조합이 함께 조직한 2차 협동조합이다. 1961년 울마 그룹 최초의 협동조합인 Talleres ULMA S.C.I.가 설립될 때부터 호세 마리아 신부와의 수차례의 미팅을 통해서 ULGOR에서의 경험을 전수받는다. 이후 1986년 온야테(Onate) 지역의 협동조합들과 함께 ONALAN이라는 이름으로 뭉치게 되고 1992년부터 현재의 ULMA라는 그룹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 울마는 5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온야테라는 강한 지역 정체성을 가지고 있기에, 그룹 내의 8개 협동조합의 경우에는 산업적으로 이어지는 분야도 있고 아닌 것도 있다.

그룹 내 8개 협동조합은 독립적으로 운영된다. 모든 전략적 의사결정은 개별 협동조합들이 알아서 하며, 그룹 본부에서는 그야말로 조율만 해주고 그룹 차원의 안건은 협동조합들의 대표가 모여서 의결한다. 그룹의 역할은 최소한으로 금융만 공동으로 관리하지 나머지 사업은 각자 알아서 한다. 울마그룹에는 4000명이 넘는 직원이 근무하며 매출이 9000억 원에 달하지만, 그룹 본부 직원은 10명에 불과하며 그룹차원의 금융, 인사, 브랜드 관리 업무만 지원해준다.

그룹 8개 협동조합이 연대하기 위한 협의체가 존재할 뿐이다. 협의체는 각 회사를 대표하는 CEO, 조합원평의회(Social council) 의장 두 명 씩 총 16명으로 구성된다. 논의대상은 바로 인터코퍼레이션(Intercooperation). 그룹 내 협동조합 간 수익과 손실을 공유하는 제도, 바로 협동조합 간 협동의 대표적 사례이다. 몬드라곤에서는 연대임금을 통해 급여의 차이가 최대 6배(울마의 경우 4배)를 넘지 않는다고 해도 소속 조합의 성과에 따라 조합원의 급여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2013년에 파산한 파고르 가전부문의 경우, 이미 10년 전부터 손실이 나기 시작해서 조합원들이 급여 삭감 등 상당한 고통을 받아왔다. 하지만 울마그룹의 경우 그룹 어떤 조합이 손실이 날 경우 독특한 방식으로 이를 해결해 오고 있다.
 
우선 8개의 협동조합들은 수익이 날 경우 30%를 떼서 그룹 공동기금에 내게 된다. 그리고 이렇게 모아진 기금(Profit sharing)으로 손실이 난 협동조합에 대해서 손실 금액의 50%까지 일단 보존해준다. 예를 들면, 막대한 손실이 발생한 A협동조합의 경우에는 손실액의 절반을 그룹 공동 펀드로 우선 보존 받게 된다. 그리고 나머지 손실액을 채우기 위해서 스스로 자구책을 마련해야만 한다.

조합원들 스스로 임금을 삭감하고, 삭감 분으로 성장을 위한 투자를 진행하게 되는데, 이 때 2차적으로 그룹차원에서 공적자금을 투입해 지원을 해주게 된다. 그리고 공동 펀드로 모았던 기금이 남게 되면, 이는 다시 개별 협동조합들에게 총 인건비에 비례해서 재배분해 준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게 되면 A협동조합의 경우에는 실질적으로 부담해야하는 손실이 20% 수준으로 줄게 된다. 나머지 협동조합들이 그만큼 수익을 포기하고 손실을 보존해준 것이다. 사업적으로는 실력이 없으면 도와주지 않지만 실적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보존을 해준다. 굉장히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것 같으면서도 확실한 연대 정신이 기반에 깔려있다.

▲ 스페인의 작고 아름다운 시골마을 온야테에 위치한 울마그룹은 비닐하우스, 지게차, 포장기계, 건설프레임 등 지역 산업부문 8개 협동조합이 함께 조직한 2차 협동조합이다. /사진 제공=강종우 ⓒ 제주의소리

울마그룹 내의 연대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급여연대기금(Wage Solidarity Fund)라는 것을 추가로 운영한다. 각 협동조합은 수익의 3%를 급여연대기금으로 내야한다. 그 이유는 그룹의 현재 급여 수준보다 낮게 받는 협동조합의 급여를 보존해주기 위해서다. 예를 들면, 특정 협동조합의 급여 수준이 전체 급여 수준보다 낮을 경우에는 급여연대기금을 통해서 일정 수준 보존을 해주는 것이다.

하지만, 완벽하게 동등하게 보존해주지는 않는다. 실적이 좋은 협동조합의 경우에는 107% 수준으로 받는 경우도 있다. 모두가 똑같이 받아야 된다는 것이 아니라, 협동조합 간 일정 수준 격차를 줄여준다는 개념이 훨씬 더 강한 것이다. 여기에 매출의 0.08%는 ‘신사업개발기금’으로 내야만 한다. 이 경우에는 손실이 있는 협동조합도 부담해야하는데 신사업을 위한 투자는 손실의 유무와는 별도로 모두가 부담해야하는 의무라는 개념이 강한 것이다.

울마그룹 내의 정산이 끝난 이후에는 몬드라곤 그룹 차원에서 다시 정산이 들어간다. 1) 몬드라곤 그룹 내의 모든 협동조합은 수익의 10%를 공동투자기금으로 내야한다. 2) 또한, 그룹 차원의 연대 기금(Solidarity Fund)으로 수익의 2%를 추가로 징수하며, 3) 마지막으로, 교육기금(Education Fund)로 수익의 2%를 추가로 징수하게 된다. 이런 식으로 그룹차원에서 수익의 14%를 징수하고 난 후, 나머지 추가 수익에 대해서는 10%는 자체 교육에 투자하게 되며, 45%는 협동조합 자체로 적립하고, 나머지 45%는 조합원들에게 배당을 해준다.
 
일단 이익 공유(Profit sharing)과정에서 상당한 수익이 감소할 수밖에 없고, 나머지 추가적으로 내야하는 기금을 다 합치면 수익의 약 20% 정도를 공동 기금으로 내야 한다. 하지만, 반대로 손실이 난 협동조합의 경우에는 3중의 안전망이 존재한다. 이익 공유(Profit sharing)를 통해서 손실이 보존되고, 급여연대기금(Wage Solidarity Fund)을 통해서 조합원들의 급여가 보존된다.

마지막으로 몬드라곤 그룹차원의 연대 기금(Solidarity Fund)을 통해서 위기 시 보존을 받는다. 그리고 이렇게 보존을 받은 기금들은 갚아야 할 부채가 아니기에 사업적 부담도 없다. 어찌되었든 손실로 인해서 특정 협동조합이 망하게 되고 실업자가 양상 되는 것은 막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스스로 자구책을 가지고 새로운 투자를 할 수 있는 여력도 남겨두게 해준다. 이는 개별 협동조합들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좀 더 과감하게 새로운 사업에 투자할 기회를 얻는다.

수익성이 있는 부분과 연대해야 하는 부분은 명확히 구분해 사업을 하지만, 실제 사업을 통해서 벌어들인 수익에 대해서는 함께 나누는 방식을 취한다. 부실한 회사가 있다면 그 회사의 물건을 그냥 사주는 것이 아니라 사업은 사업대로 경쟁력에 맞춰서 진행하고 손실이 난 부분에 조건 없이 보존해준다.

사업은 철저히 구분하고 수익은 연대한다는 기본 철학이 반영된 것이 바로 Intercooperation. 몬드라곤을 상징할 수 있는 핵심 운영 전략 중 하나가 ‘협동조합 간 협동’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협동조합 간 협동’,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 같지만 현실에서는 쉽게 일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몬드라곤은 60년이 넘는 역사 가운데 이러한 어려운 과정을 거쳐서 오늘날의 몬드라곤 협동조합 복합체라는 조직을 만들어 냈다. 103개의 협동조합들이 모여 있으며 이들은 각자 알아서 서로 연대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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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종우 제주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
‘We are ULMA’ 협동조합 간 협동, Intercooperation. 하면 좋은데 우리는 아무도 하지 못하고 있는 것. 그것이 몬드라곤에서는 너무나 당연시 되고 있었다. / 강종우 제주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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