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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슬포 맥내브 미군기지, 그 반세기의 이야기들

성조기 나부끼는 맥내브 미군기지, 반세기만에 우리 품에 안기다(2)

제주의 소리 webmaster@jejusori.net 2005년 03월 19일 토요일 00:00   0면

모슬포 시내에서 동북쪽에 위치한 모슬봉 정상에는 거대한 돔 형상을 한 레이더 기지가 쉽게 눈에 들어온다. 바로 밑에는 한국공군 제00부대와 맥내브 컴파운드 미군기지가 나란히 자리 잡고 있다.

바로 맞은편에는 해방공간의 국방경비대 9연대 시절과 한국전쟁 이후 지금까지 버티어 선 해병00부대가 위치해 있고 오른쪽에는 대정고등학교가 알뜨르를 굽어보며 서 있다. 이러한 것들은 모슬포가 군사적 요충지임을 쉽게 알 수 있게 한다.

오는 3월 21일 반세기동안 모슬포에 눌러 앉았던 맥내브 미군기지가 한국정부에 반환되는 시점을 맞아 그동안 미군들의 역할과 모슬포 사회와의 갈등 등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 미8군 유격훈련장으로 사용돼 왔던 맥내브 컴파운드

“제주도 레크레이션 에어리어”라고 영어로 쓰여 진 부대 이정표가 있는 길로 들어서면 한국 공군부대가 먼저 나타나고 모슬포 언덕에 포근하게 자리 잡은 맥나브 미군기지 입구에 서게 된다. 커다란 성조기가 상대적으로 작은 태극기의 곁에서 나부끼는 모습이 웬 지 모르게 위압감으로 다가온다.

한국 공군부대의 낡은 철조망에 비해 미군부대의 철조망은 튼튼하게 시설되어 있고, 정문경비도 한국 공군이 맡고 있어서 단번에 예사관계가 아님을 알 수 있다.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맥내브 미군기지의 정식이름은 미8군 19지원단 사령부(19th support command) 및 34지원단(34th support group), 그 규모가 작아 캠프(camp) 대신 컴파운드(compound)로 분류되며 유격훈련소의 임무를 맡고 있었다.

알뜨르 비행장 시절 부대장이었던 맥내브대령의 이름을 따서 맥내브 컴파운드 (NACNAB Compound) 란 부대 이름이 지어졌다.

이 부대 내에는 식당·레크리에이션 센터·PX·극장·자동차 수리소·하사관 클럽 등의 주거시설과 그에 딸린 각종 편의시설이 구비되어 있다. 또한 유격훈련에 필요한 기초훈련 시설이 마련되어 있으며 한국인 사범이 가르치는 태권도 시간도 운영된 적이 있다. 모슬봉 언덕나루 1만여평의 대지 위에 자리잡은 맥내브 미군기지는 대부분 퀀셋막사로 허름하게 보이나 내부에는 냉온방시설·TV·냉장고 등이 갖춰져 있어서 한국군 막사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풍요롭다.

 ‘미군용시설(U·S MILITARY FACILITES)' ’무단출입금지(TRESPASSING PROHBITED)'의 팻말이 철조망 곳곳에 걸려 있는 맥내브 기지에 출입할 수 있는 사람은 부대에 근무하는 기간병·훈련병·민간인 근무자와 이들을 면회할 수 있는 사람뿐이었다.

미군 휴양시설로 바뀌기 전 맥내브 부대에 근무하는 기간병은 카투사 2명을 포함하여 20여명가량 되었으며 식당 근무자·하우스보이 자동차 수리기술자·태권도사범·행정요원 그밖의 편의시설에서 제주민간인들이 다 수 일하기도 했다.

#  한 차례 미군 60여명 참여…실제는 훈련보다는 제주여행 숙소로 활용
 
이 당시 맥내브 미군부대의 역할은 미 8군과 미 2사단에서 차출된 장교·사병들을 일주일씩 유격훈련을 시키는 일이다. 그러나 유격훈련에 참가하는 미군들에게는 훈련보다 제주도 여행의 의미가 더 크다. 보통 60여명 정도가 오산이나 수원 미군기지에서 군용 수송기를 탄 후 제주공항에 도착하면 대기하고 있던 부대 버스를 이용하여 맥내브 부대로 들어온다.

이때부터 3일간은 유격훈련을 받고 3일간은 제주도 관광에 들어간다. 유격훈련의 내용은 영내에서 할 수 있는 기초과정과 산방산 절벽에서 실시하는 줄타기(뢰펠) 등이며 여름에는 화순해수욕장에서 해양훈련도 실시한다.

훈련의 분위기는 대단히 자유스럽고 즐기는 모습으로 진행되는 게 한국군과 다르며 3백 클립의 뢰펠을 마치면 인정서가 수여되고, 이 인정서가 제주 유격과정의 졸업장이 된다.

훈련병 중에는 카투사가 수명 끼어 있는데, 봉급이 거의 없는 이들은 여행경비를 조달하기 위해 더플백 속에 짐빔·조니워커 등의 양주를 몰래 숨겨와 이 부대 하우스 보이 아저씨에게 다시 비싸게 내다팔아 여행경비를 조달하기도 했다. 이들 카투사들은 자기 부대의 친한 미군들에게 PX에서 명세양주를 사달라고 부탁한 다음 다시 비싸게 내다파는 블렉마켓의 상황이다.

이처럼 훈련보다는 여행의 의미가 중요한 이유는 ‘모든 미군은 해외여행이 특전이 있다’는 미군복지법의 규정 때문이며, 이 규정은 한국의 징병제와 달리 지원제인 미국에서 군에 대한 호감을 갖게 하기 위한 것이다.

# 모슬봉을 짓누르는 거대한 돔형 레이더 기지…미 7공군 지휘체계 소속

‘제주도 트레이닝 센터’라 불리기도 했던 맥내브 기지는 미군대위가 부대장으로 있었으며,  모슬봉 정상에는 거대한 돔으로 이루어진 레이더 기지가 있다.

80년대초 에그니스 태풍때 커다란 돔이 날려간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미 공군 기술진에 의해 전국에서 두 번째 큰 레이더 기지로 시설되어 그 중요성이 더해지고 있다. 현재 이 레이더 기지는 한국공군이 관리하고 있으나. 공군인 경우 한국에 있는 모든 공군기지에 미군이 배치되어 있으며 작전 통제권을 오산에 있는 미 7공군 사령관이 장악하고 있다는 사실로 미루어 모슬봉 레이더 기지도 미 7공군의 지휘 체계 속에 있음을 알 수 있다.
 
80년대 이후 맥내브 미군기지가 있는 모슬포에는 이태원이나 동두천처럼 기지촌이 형성되어 있지 않았다. 그러나 영국 비행기까지 뜨고 앉던 알뜨르 비행장 시절에는 골목마다 양공주들이 있었다고 한다. 지금 모슬포의 중심상가들 중에는 그때 돈을 모은 포주들이 주인으로 있다는 말이 들리기도 한다.

# 모슬포 유지들도 종종 찾아 위스키 한잔을 마셨던 맥내브 하사관 클럽

이처럼 외곽지역에 기지촌이 형성되지 않아 자유롭게 밖으로 나갈 수 없는 맥내브 기지의 미군들은 영내에서 비디오를 즐기기도 하고, 가끔 영어를 배우러 찾아오는 여자 파트너와 함께 제주시나 서귀포에서 데이트를 즐기기도 했다.

부대 내에 있는 레크리에이션 센터에서 당구·카드놀이 등을 즐기기도 하며 밤에는 하사관 클럽에서 헤비메탈 음악과 함께 위스키를 마시며 즐기기도 한다. 바로 곁에 위치한 한국공군 부대의 장교나 고참병들도 가끔 이 클럽에 들려 한 잔 하기도 하는데 취기가 오르면 가끔 민족감정으로 인해 미군들과 다투기도 한다. 미군들에게 편의를 제공한 지역의 유력인사나 경찰관계자도 부대 클럽에서 맥주를 마시며 즐기는 모습을 가끔 볼 수 있었다.

 이 부대에 근무했던 민간인들에 의하면 가끔 미 8군에서 고위급 장성이나 영관급 장교들이 내려와 영내에 묵으면서 중산간 지역의 사냥터에 나가 사냥을 즐길 때도 있다고 들려준다.

# 제주의 유일한 미군기지 21일 50여년만에 한국군에 반환

80년대 말까지만 해도 모슬포 시내에 미군들만이 출입할 수 있는 ‘럭키클럽’이 있었으나 동내 청년들과의 싸움도 자주 일어나 문을 닫기도 했다. 이때 까지만 해도 모슬포 사람들이 피부로 느끼는 문화의 이질감은 여름에 자주 나타난다. 6월이 되어 날씨가 따뜻해지면 반바지에 허름한 셔츠를 걸치고 시내를 활보하는 미군들의 모습에 능숙치 않은 모슬포 사람들은 애써 눈을 피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미군들 스스로도 “한국 사람은 왜 더운 여름에도 무거운 옷을 입느냐”며 노출에 대한 문화적 차이를 질문하기도 한다. 이러한 문화적 이질감 속에서 미군들은 모슬포 지역의 상가에서 금고를 훔치기도 했으며, 오키나와 기지에서 휴양 나온 한 미군은 사냥총으로 지역주민에게 상해를 입히는 등 미군들에 의한 범죄가 자주 일어나기도 했다.

이처럼 문화적 충격을 받으며 모슬포 사람들이 미군기지와 인연을 맺은지도 벌써 50년을 훌쩍 넘어 이제야 한국정부에 반환됨으로써 미군기지가 없는 제주섬이 된 것이다.

이것은 한 세대가 태어나고 자라서 중년에 접어드는 세월이었으며, 4·3항쟁과 분단시대를 살아가는 제주도민에게 모슬포는 더할 것도 뺄 것도 없이 제주도 유일의 미군기지로 남아 있었던 것이다. - 3부 계속        오승국(제주4·3연구소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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