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DC대학생아카데미] (11) 정일영 넥슨네트웍스 대표세계적 온라인 게임회사 목표한 넥슨의 인재상 소개

“한 명의 천재 보다 다양한 정보를 가진 ‘집단 지성’의 시너지가 더 크다고 생각합니다”

정일영 넥슨네트웍스 대표이사가 밝힌 ‘넥슨’의 기업이념이다.

31일 오후 제주대학교 국제교류회관에서 열린 JDC 대학생아카데미 강사로 나선 정 대표는 ‘세계화 시대 온라인 게임회사 넥슨과 차세대 글로벌 리더십’을 주제로 이야기를 펼쳐나갔다.

▲ 정일영 넥슨네트웍스 대표가 31일 제주대학교에서 열린 JDC대학생아카데미 강사로 나섰다. ⓒ제주의소리 이미리 기자

넥슨네트웍스는 국내 1위 온라인 게임회사 넥슨의 온라인 서비스 담당기업이다. 전 세계 온라인 게임 시장 1조7억원 중 4분의 1을 차지하고 있는 넥슨에서 온라인 서비스 부분은 ‘심장’과도 같은 존재다. 넥슨이 서비스하고 있는 게임만 30종, 전 세계 3억5천만명이 넥슨이 만든 온라인 세계를 즐긴다.

1994년 12월 설립된 이래로 1995년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대작 ‘바람의 나라’를 발표하고 1996년에 온라인 서비스를 정식 개시한지 벌써 17년이 됐다.

IT기업답게 넥슨그룹의 회장을 비롯한 자회사 대표들의 연령대는 젊다. 이날 강단에 선 정 대표 역시 40대 초반의 나이. 2000년 입사한 이후 6년 만에 대표이사 자리에 오른 초고속 승진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넥슨 만의 획기적인 인사 방식 덕분이다.

IT기업 취업을 희망하는 대학생들을 위한 팁도 던졌다. 정 대표는 “IT기업은 대체로 소통이나 개방성, 창의력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취업을 위한 ‘스펙(specification의 약자. 직장을 구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필요하다고 여기는 학력, 학점, 토익 점수 따위를 합한 것)’은 의미가 없다. 항상 질문하는 게 있다. ‘학점 관리를 잘 하는가’다. 학점이 나빠도 상관없다. 학점에 소홀한 동안 무엇을 하고 지냈나, 묻는다. 학점에 대한 변명 기회를 충분히 준다. 훌륭한 변명이 되면 오히려 합격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회사의 자산은 ‘사람’ 뿐이다. 컴퓨터 서버는 ‘감가상각’ 때문에 의미가 없다. 개발자들이 해온 코디와 쌓아놓은 게임기기도 중요하다. 훨씬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특히 획일화된 시각이 아닌 다양성을 지닌 사람들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국내 최대 온라인 게임회사 넥슨의 성공 과정을 설명하고 있는 정일영 넥슨네트웍스 대표. ⓒ제주의소리 이미리 기자

정 대표는 연 매출액 9000억원 대, 넥슨의 성공과정에서 중요한 키워드로 ‘진화’를 꼽았다. 넥슨은 시스템 통합(SI) 사업에서 출발해 홈페이지 제작 사업을 거쳐 온라인 게임 회사로 진화를 거듭했다.

넥슨의 진화에 필요했던 요소들에선 ‘넥슨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엿볼 수 있다.

우선 뚜렷한 목표의식이다. 정 대표는 입사 이후 지금까지 ‘세계적인 온라인 게임회사가 되자’는 이야기를 일관되게 들어 왔다고 했다. 그는 “넥슨에서 단 한 번도 흔들리지 않았던 목표”라고 말했다.

▲ ⓒ제주의소리 이미리 기자
목표에 따른 ‘빠른 실행’이 뒤따른다. 정 대표는 ‘자동차 네비게이션’과 비교했다. “네비게이션을 따르다 보면 잘못된 길을 가르쳐 주는 경우가 있다. 이때 네비게이션은 차선의 경로를 선택해서 다시 한 번 경로를 잡아준다. 이와 마찬가지다. 해보지 않았던 새로운 시도를 중요하게 본다. 잘못된 길을 가기 위해 필요했던 영역도 필요하다는 의미를 높이 산다”고 말했다.

그는 “성공과 실패는 언제든 반복하는 것이다. 한쪽만 선택할 수 있는 양자택일 문제가 아닌 공존하는 것이다. 실패를 통해 무엇을 배울 것인지에 집중해야 한다”면서 “생각을 많이 하기 보다 몸으로 부딪혀 시행착오를 느껴보길 바란다”고 학생들에게 조언했다.

실제로 넥슨엔 실패 사례도 많다. 게임 ‘택티컬 커맨더스’, ‘엘리멘탈 사가’, ‘제라’는 출시 후 얼마되지 않아 사라졌다. 하지만 이 게임의 개발자들은 “이후 국내외에서 좋은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고 정 대표는 소개했다.

넥슨이 추구하는 또 하나의 가치는 ‘집단지성’이다.

청소년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아케이드 온라인 게임 ‘크레이지 아케이드’가 예다. 일명 ‘크.아’가 론칭 할 때는 1인용이었다고 했다. 정 대표는 “고객지원상담하던 팀원이 주차장 구석에 만든 ‘담배터’에서 게임 개발자와 우연히 만나 이야기를 하다 제안했다. 집에 컴퓨터가 한 대인데 동생과 함께 게임을 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거였다. 재미있는 아이디어라며 개발자가 발아들였다. 별것 아닌 것 처럼 보이지만 크게 성장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소통과 수용성, 개방성도 같은 맥락이다. 정 대표는 “IT기업에선 ‘내가 최고’라고 주장한다면 일하기 힘들다. 'A'와 'B' 안이 단순히 직책의 고하에 따라 결정되지 않는다. 평사원도 의견을 낼 수 있고 의사결정권과 참여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상대방의 의견을 받아들이고 생각이 다를 수 있다는 ‘수용성’이 중요하다”면서 “단일민족국가로써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는 이야기가 쏙 들어간지 수년째다. 최근 다문화가정과 귀화 외국인, 해외 유학생들이 국내에 많아진 것과 관련 있다. 타 인종과 성별을 차별하지 않고 열린 마음으로 평등의식을 갖고 접근해야 좋은 결과물 내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 ⓒ제주의소리 이미리 기자

넥슨의 진화는 계속된다. TV애니메이션과 만화책 등으로 2차 가공될 정도로 청소년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메이플스토리’는 페이스북 게임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자동차 경주 온라인 게임인 ‘카트라이더’는 스마트폰 앱 시장에 진출해 호응을 얻고 있다. 가정용 게임기 ‘엑스박스(XBOX)’와 휴대용 게임기 ‘닌텐도DS' 등 넥슨의 게임이 진출할 수 있는 신규 영역을 계속해서 개발하고 있다.

정 대표는 “한동안 온라인 게임은 한국시장이 주도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한다”면서도 업계의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는 “스마트폰이 한동안 대세라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또 한편에서 ‘이-북(e-Book)’ 시장, 무선인터넷 양상, 통신상품 등 업계 변동을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집중해야 할 것들을 시의적절하게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논란이 됐던 ‘셧다운제(16세 미만 청소년 0~6시 사이 온라인게임 차단하는 제도)’에 대한 의견도 밝혔다. 게임에 대한 청소년들의 ‘과몰입’은 옳지 않지만 셧다운제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순 없다는 입장이다. 정 대표는 “청소년들이 체육활동 등 좀 더 다양한 활동 등 즐길거리가 많아져 게임에 대한 ‘통제 능력’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셧다운제와 같은 강제적인 방법이 청소년 게임중독을 긍극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청소년 게임 중독으로 좀 더 많은 동시 접속자수를 갖는 게 게임 회사에 도움이 되기 위한 수단이라곤 생각하지 않는다”고도 덧붙였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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